흑인들에게 [블랙팬서]가 있다면, 아시아인에게는 이 영화가 있다고 합니다. 북미 박스오피스를 휩쓸고, 큰 이슈가 된 영화입니다. 영화 [나우 유 씨미 2]의 연출을 맡은 존 추 감독이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고, 영화의 모든 역할을 아시아인으로 캐스팅했습니다.. 이런 새로운 시도는 미국과 더불어 한국에서도 성공할까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입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영화는 한국에서 절대 흥행할 수 없습니다. 왜냐고요? 상영관이 없어요. 그래도 워너 브라더스의 영화인데, 어느 정도 상영관 확보를 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개봉 2일차인 현재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2000회 조금 안되는 횟수를 상영했습니다. 같은 날 개봉한 창궐은 6300회를 상영했습니다. 개봉 9일차인 [퍼스트맨]이 3500회 정도 상영한 것을 생각하면, 너무 적은 횟수의 상영입니다. 제가 영화를 본 용산 CGV 20:55 영화도 C열까지 관객이 차 있을 정도로 관심을 받는 작품입니다. 참 안타까운 영화입니다. 차후에 상영관이 더 늘어날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시작은 아시아인을 무시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합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아시아인이 받던 차별에 대해 어퍼컷을 한 대 날리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온전히 아시아인들의 무대입니다. 나오는 모든 배우들이 아시아인입니다. 이 영화가 미국 영화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일입니다. [블랙팬서]가 흑인들에게 엄청난 열광을 받았던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흑인이 주인공이기 때문이 아니라, 영화의 모든 배우들이 흑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흑인이나 아시아인이 영화에 나올 때는 역할이 정해져 있습니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다 백인이 받고 있었죠. 그런 상황에서 모든 인물이 유색인종이라는 것은 상당한 발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미국이라는 보수적인 사회에서는 말이죠.
이런 사회적인 의미를 제치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영화는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평범한 여자가 만난 남자가 있는데, 그 남자가 알고 보니 엄청난 부자인데, 그의 어머니가 ‘내 아들한테 떨어져’ 라고 했지만 그 여자는 ‘싫어요’ 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생각해보면, 이런 이야기는 이미 한국 드라마에서 종종 보던 이야기입니다.
부자들은 그들만의 룰이 있고, 수준이 맞는 사람끼리 만나야 한다, 그 남자를 탐하는 여자가 많고 뭐 그런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레이첼 추’라는 인물 때문입니다.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 이런 패턴과 함께 여자 주인공이 항상 수동적인 인물로 등장합니다. 때문에, 남자 주인공의 결정을 따르거나 시어머니에게 모욕을 당하거나 혹은 그를 시기하는 여자들에게 견제를 당하죠. 그리고 그 여자는 그것을 그냥 버티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여자 주인공의 모습이 아닙니다. 맞서서 끝까지 버텨보려고 하고, 자신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그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일 겁니다. 이 인물이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는 인물로 묘사되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 같으면서도 다른 매력을 보여줍니다. 더불어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 역시 여자 주인공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레이첼 추를 위해 자신의 것을 내려놓을 것을 각오하고 있고, 자신이 부자라는 것을 내세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그녀에게는 부자가 아니라 닉 영이라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일 겁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결국 진정한 사랑을 말합니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기를 원하고 자신 때문에 무언가를 잃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진정한 사랑에 대해 다가갔다고 할 수 있겠네요.
단순히, 돈이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았던 것은 아닙니다. 레이첼 추가 사랑을 쟁취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부자라는 이유로 자신이 기죽지 않고, 사랑을 쟁취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닉 또한 레이첼을 너무 보호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녀가 극복할 것이라는 것을 믿고 바라봤다는 것입니다.
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아시아인에게는 크게 어필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미, 한국에서 신데렐라 스토리는 많이 봐 왔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미국 사람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것이죠. 거기에, 그들에게 아시아인들은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블랙팬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프리카 부족 문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블랙팬서]의 이야기들은 미국들 인과 우리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때문에, 호기심이 생기는 것이죠.
이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아시아인의 이야기입니다. 미국 사람들에게 아시아인은 신선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미국에서 같이 살아가고 있지만, 실제로 아시아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결론은 한국에서 크게 성공할만한 스토리를 가진 영화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볼만합니다.
3.5 / 5 결국은 돈이 많아야 무시 안 당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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