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daDdaSsij 2019. 9. 6. 20:20

현실과 이상 속에서 어느 곳을 쫓아가야 할까요? 과거 동물원은 사람들을 위한 전시의 공간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지역마다 무차별적으로 동물원이 만들어졌습니다. 심지어 저희 동네 있는 큰 공원에도 동물원이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죠. 

최근 동물원은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동물원의 존폐 여부에 대한 이야기와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아직까지 동물원을 찾는 사람이 있고, 동물을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 또한 있습니다. 이렇게 동물원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는 상황에서 이 영화가 보여주는 동물원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습니다. 

 

 

 

다큐의 이상

 

제가 생각하는 다큐멘터리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기록을 하는 영화입니다. 사건의 발단과 전개 그리고 결말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지금은 어느 상태이고, 인물들은 무엇을 하고 있다는 식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밝혀지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 탐구하는 것보다는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다큐멘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동물, 원]은 꽤 중립적인 태도를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동물원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감독과 수의사 및 사육사들도 잘 알고 있으며, 그렇기에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물들의 다양한 인터뷰를 넣어서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는 다른 다큐멘터리와 다르게 [동물, 원]은 인터뷰는 최대한 줄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상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상황에서 혹은 인물의 심경에 대해서 간단하게 보여주고, 영화는 동물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외의 개그들이 등장하는데, 이 개그들은 오로지 인물들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주고받은 농담들입니다. 웃기기 위해서 작정을 하고 덤벼도, 웃기지 않은 영화가 태반인데 사람들의 일상의 대화는 상당히 재미가 있습니다. 

 

 

영화의 시각

 

인상적인 내용은 동물원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입니다. 동물들에게는 동물원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그 이야기와 함께 동물원에 있는 사육사들과 수의사들이 동물과 함께 하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동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동물원에 있는 사람들이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말하는 동물원은 동물을 전시만 하는 곳은 아닙니다. 멸종 위기종을 지키기 위해서 인공 수정을 하기도 하고, 돌연변이 때문에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을 보호하기도 하며, 아픈 동물들을 보살피며 살아갑니다.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는 동물에게는 동물원이 보호할 수 있는 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상황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제목인 [동물, 원]에 있는 쉼표 하나는 동물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영어 제목으로 해석을 해보자면, 동물들의 정원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원의 한자 뜻인 동산을 강조하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병원의 기능을 하고 있기에 원이라는 한 글자에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아이러니

 

동물원을 다루는 만큼 영화 속 동물들을 모습을 보면서 힐링을 하는 듯한 기분마저 듭니다. 그와 동시에 동물의 야생성이 드러나는 장면도 보여서 말 그대로 동물의 본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통해서 한 가지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같이 영화를 본 관객들과 저도 동물들의 모습을 보여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은 동물원이 없었다면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반려 동물이 아니라면, 다른 동물을 보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동물원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지만, 동물들은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동물원이 더 나은 생활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사람의 생각일 것입니다. 물론, 동물의 생각을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의 생각을 알고 싶네요. 그렇다면 사람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테니 말이죠. 

 

영화 [살인의 추억]의 엔딩 장면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범인을 찾던 주인공이 수십 년이 지난 뒤에 사건의 현장을 찾아, 카메라를 바라보며 영화가 끝납니다. [동물, 원]의 엔딩도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동물들이 카메라를 바라보는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가 됩니다.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서 인물이 카메라를 정면을 바라보는 경우는 시점 샷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영화는 철저하게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인물이 카메라를 본다는 것은 관찰자를 의식한다는 행위입니다. 이때 관객들은 몰래 훔쳐보다가 들킨 것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동물들이 카메라를 보는 장면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넘기는 행위일 것입니다. 마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라고 묻거나 혹은 이 이야기들이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이야기,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그리고 마주 해야 할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적인 시선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동물들의 동물원이 되는 것이죠. 즉, 동물원이 아닌 사람'원'이 되는 것입니다. 철창을 통해 그들이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그리고 다른 동물들에게 구경당하는 관객들의 느낌은 어땠을까요? 결국 사람도 동물이니 우리의 생각과 그들의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대로

 

이러한 모습들은 다큐멘터리가 할 수 있는 기능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다큐멘터리는 기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기록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무언가는 깨닫도록 강요하면 안 됩니다. 사람마다 판단의 기준은 다르기 때문에 다큐멘터리가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는 그 결정은 관객 스스로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어떤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그 영화의 이야기는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현 상황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게 된 것은 더 오랜 시간 기억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큐멘터리야 말로 사실이 보여주는 힘을 보여주는 장르이기 때문이죠. 

 

posted by DdaDdaSsij 2019. 9. 5. 20:28

 

모든 것이 경쟁하는 시대에게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한 때 유행처럼 만들어진 오디션 프로그램이 바로 그런 심리를 자극하는 콘텐츠입니다. 지금까지도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고,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경쟁이라는 소재는 어느 콘텐츠에서도 관심을 받을 만한 소재입니다.

 

영화 [틴 스피릿]은 주인공 바이올렛(엘르 패닝)이 틴 스피릿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이렇게 소개하기는 하지만, 실상 영화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6월에 몇몇 시사회를 열면서, 6월 개봉을 예정하고 있었지만, [알라딘]과 [기생충]의 기세가 생각보다 강하여서 그런 것인지, 개봉을 미뤘습니다. 당시 시사회 직후에 좋지 않은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https://youtu.be/PI8yh9QkE3c

 

 

오디션과 경쟁

 

영화 속에서도 경쟁은 흥미를 유발하는 좋은 소재입니다. 이런 경쟁구도를 앞세워서 [배대슈]라는 영화가 등장하기도 했고, (제목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도 많은 영화들이 경쟁이라는 코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경쟁은 누구에게나 공감이 가능한 설정이며, 그 경쟁을 통해서 긴장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경쟁을 전면으로 내세운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경쟁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경쟁자들의 우정과 의리를 강조하면서,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상당히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이라는 것을 전면으로 내세운 오디션 프로그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인물을 보여줄 것이라는 나름의 기대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경쟁에 대한 모습이 그리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경쟁은 분명 사람에게 스트레스의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 스트레스 때문에 괜히 예민해지기도 하고, 경쟁 때문에 소홀해지는 것들을 경쟁의 마지막에 떠올리면 감동까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은 그리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지 않습니다.

 

영화는 가수를 꿈꾸는 섬 마을 소녀인 바이올렛(엘르 패닝)이 오디션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오페라 가수 출신 블라드(즐라트코 버릭)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주인공인 바이올렛의 꿈을 응원하기보다는 블라드를 응원하게 됩니다. 그녀의 모습은 가수에 대한 꿈이 간절한 소녀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꿈을 응원해야 할 관객들은 그녀보다는 블라드에게 더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매력적이지 않아서 크게 공감하지 못하게 되고, 주인공이 보여주는 모습 또한 가수가 되는 것이 간절하게 그려지기보다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게 된 한 사람의 이야기로 느껴집니다. 그만큼 주인공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음악의 스토리

 

음악이 등장하는 영화는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긴 어게인]과 [라라 랜드]로 대변되는 음악 영화의 장점은 평소에는 들을 수 없는 볼륨과 성능 좋은 스피커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점과 음악 자체가 주는 감정의 동요가 영화와 어우러져 영화의 감동이 배가 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긴 어게인]의 마지막 장면에는 에덤 리바인의 ‘Lost Star’가 등장합니다. 이 노래는 아직까지도 많은 분들에게 회자가 될 뿐만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아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라라 랜드]에도 라이언 고슬링이 부른 ‘City of star’가 있습니다. 이 노래 또한 많은 분들이 알고 있으며, 많은 패러디를 낳기도 했습니다.

이 두 음악이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는 것은 영화 속 이야기가 이 음악 하나로 모든 것을 대변하기 때문입니다. 이 음악들은 왜 영화의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있었을까요?

 

단순 음악이 좋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틴 스피릿]에 나온 음악은 좋지 않아서 기억되지 않은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음악 또한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노래가 그리 좋지 않더라도 음악을 큰 사운드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매력적인 요소가 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도 기억에 남는 음악이 없으며, 극장을 나오면서 영화의 OST를 찾게 되지도 않았습니다.

 

그 이유에는 이 노래에는 사연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영화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부실하거나, 인물의 처지를 대변하는 만큼의 음악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겠죠.

 

 

 

공감이 없는 음악

 

오디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물들의 성장입니다. 가장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들은 비공개 녹화인 예선을 통해서 많은 인원이 선발되고, 그중 TOP 10이 생방송 무대에서 경연을 하게 됩니다. 많은 경쟁 속에서 조금씩 부족한 모습을 보이던 그들은 생방송 무대에서 다이어트와 메이크업 및 많은 교육을 통해서 프로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프로듀스 101]과 같은 프로그램 또한 인물들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성장에 내가 직접적으로 관여를 했다고 느끼게 하여서, 그들의 성장에 더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자신의 자식처럼 그 인물의 성장이 나의 기쁨으로 다가오는 것이죠.

 

경쟁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성장입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해 한 번에 알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장점과 단점을 볼 수 있게 되며, 그로 인해 자신이 부족한 점에 대해서 채워가는 과정이 성장의 과정일 것입니다.

 

영화에서도 관객들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요소는 성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영화에서 전반부와 후반부에 인물의 변화를 주어서 인물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서, 관객들로 하여금 뿌듯함 혹은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서 흥미를 유발합니다.

 

앞서 언급한 두 영화인 [비긴 어게인]과 [라라 랜드]의 대표 곡에는 인물의 성장이 담겨있습니다. 이를 리프레이즈(Reprise)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긴 어게인]의 ‘Lost star’는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가 만들었던 초기에는 어쿠스틱 버전의 느린 템포였습니다. 하지만, 영화에 마지막에 등장하는 데이브(애덤 리바인)의 노래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그런 모습에 그레타는 마음의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라라 랜드]의 ‘City of star’ 또한 처음에는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이 혼자 부르던 노래였습니다. 그 뒤에 미아(엠마 스톤)와 연인이 되면서 두 사람이 같이 부르게 되었고, 두 사람이 함께 꿈꾸던 이상을 보여주는 음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많은 리프레이즈가 되었던 음악이 이들의 테마 음악입니다. [라라 랜드]는 리프레이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만들어진 음악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틴 스피릿]은 리프레이즈가 없어서 음악이 기억에 남지 않았던 것일까요?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리프레이즈가 전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에 남는 음악을 만들어 낸 영화도 있습니다. 바로 [알라딘]입니다. ‘A whole new world’는 이미 유명한 곡이기에 많은 분들이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사 영화에서 처음 등장함에도 ‘Speechless’는 많은 분들이 찾고 있으며, 노래방 팝송 순위에도 상위권을 유지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가 기억에 남은 이유 또한 인물의 성장을 대변하는 노래이기 때문이죠.

 

영화 속 쟈스민(나오미 스콧)이 자신이 직접 나서서 자신의 왕국을 구하게 되는 변환점을 보여주는 노래로 그전부터 쟈스민이 받아왔던 차별에 대해서 정면으로 맞서게 되는 장면이죠. 이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며, 이 장면을 ‘Speechless’라는 노래로 표현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더욱 감정적인 공감을 불러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는 그런 장면과 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나름대로는 그런 부분을 만들려고 했겠지만, 그전에 관객들이 바이올렛(엘르 패닝)이라는 인물에게 감정적인 공감이나 이입이 안되었기 때문에 아무리 감정을 표현하는 노래를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그 감정에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노래의 가사나 멜로디에 공감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만큼은 주인공이 내가 되는 감정적 공유가 있어야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을 구축하는 것에 실패했습니다. 그 실패한 이유를 이야기하자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간절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음악적 성장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 외에도 있지만, 다 이야기하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이쯤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음악과 성장이라는 좋은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100% 활용하지 못한 것이 가장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음악영화라는 것을 이용하여서, 둥둥거리는 베이스와 신나는 비트를 이용해서 관객들을 현혹시키려고만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운드는 극장의 스펙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관객들이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어느 극장에서나 똑같이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영화가 음악으로 승부를 하려고 했다면, 음향 특화관에만 상영을 했어야 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죠.

 

posted by DdaDdaSsij 2019. 9. 2. 15:22

영화에서 반전은 관객들에게 희열을 주는 장치가 될 수도 있지만, 제대로 갖추지 않은 반전은 도리어 큰 화를 부를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반전을 크게 기대하는 편은 아닙니다. 반전보다는 스토리의 구성과 표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완벽한 팝콘 무비입니다. 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 좋은 영화입니다. 이 말은 어떤 생각이라도 하게 된다면, 바로 재미가 없어지는 영화라는 의미입니다.

 

 

여성 스파이 액션

 

영화의 장르로 스파이 액션은 매력이 많은 영화입니다. 스파이라는 코드가 관객들에게 두뇌 유희를 가져오는 요소입니다.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액션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요소입니다. 이 두 요소가 합쳐진 스파이 액션은 관객들의 많은 감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장르이며, 많은 영화가 제작됩니다. 그리고 영화가 큰 포부를 담고 있지 않아도 가볍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에게는 이 영화의 액션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실험적인 것보다는 완성도가 있는 액션을 좋아합니다. 완성도라는 것은 단순히 액션의 합이 아닌 그것을 보여주는 카메라의 프레이밍과 움직임, 편집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보수적인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크게 모나지 않고, 그럭저럭 적당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성별을 구별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구별하게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액션일 것입니다. 액션에서 성별을 나누는 이유는 성별에 따른 신체적, 물리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남성의 액션은 몸의 크기나 물리적인 힘과 같이 신체적인 조건에서 차이가 때문에 이를 상대하는 여성은 속도와 기술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여성 액션은 속도와 현란한 기술이 주가 되는 액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저는 여성 액션을 조금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영화 [안나] 또한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영화의 대부분이 안나의 액션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꽤 많은 액션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저는 대부분의 액션 장면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적어도 액션 장면만큼은 전체적으로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아주 뛰어나다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사실은 말이야... 

 

하지만, 이 영화는 아주 큰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구조가 상당히 난잡하다고 하고 싶습니다. 큰 스토리만 보면,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팝콘 무비가 품질 좋은 스토리를 보여주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서 큰 기대를 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액션의 연결이라고 될 정도의 이야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영화는 그냥 이야기를 하면 되는 것을 자꾸 다시 이야기합니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관객들의 예상에서 벗어나는 일이 생깁니다. 그러면, 영화는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설명을 합니다. 이런 구조를 가진 영화는 자주 봐왔습니다. 대부분은 플래시 백 형태로 처리는 하거나, 이런 변화를 이용하여서 영화를 두 부분으로 나눠서 기존에 펼쳐지던 이야기와 전혀 다른 형태로 이야기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를 이용해서 반전의 효과도 만드는 것이죠. 

[안나]는 그런 장치가 너무 많이 등장합니다. 처음 1~2번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5년 후로 넘어가더니,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2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3년 후로 넘어갑니다. 이런 식으로 자꾸 시간을 넘나 드는 상황이 생기니 나중에는 그냥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됩니다. 

결국 이러한 전개가 후반부에 가서는 뻔히 예상되는 전개가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되니, 이런 장치가 보여줘야 하는 극적인 효과가 사라지게 되는 샘이죠. 

 

 

샤샤 루스

 

하지만 이 영화는 샤샤 루스라는 치트키를 가지고 있습니다. 샤샤 루스는 이 영화를 통해서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5 원소]의 리루, [레옹]의 마틸다, 니키타의 모습까지 그동안 뤽 배송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서 보여준 여성 캐릭터의 모습을 모두 샤샤 루스에게 투영시켰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여러 모습을 정말 자연스럽게 소화한 샤샤 루스가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영화의 스틸 사진만 봐도 정말 다양한 모습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178cm의 장신에서 나오는 시원시원한 움직임은 그녀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합니다. 이 영화는 샤샤 루스가 거의 모든 것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녀의 존재감이 확실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 두 남자 배우입니다. 루크 에반스와 킬리언 머피의 영화 속 모습 또한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전혀 상반된 매력을 보여주는 두 배우 또한 이 영화를 매력적으로 보이는 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이들의 노출 또한 어느 정도 등장하고, 총격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이 있어서 청불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15세 관람가였습니다. 정말 관람 등급은 알다 가도 모르겠네요. 

 

 

 

 

스토리나 구성에 있어서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주연 배우들의 매력과 시원한 액션 장면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돋보이게 합니다. 한 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뤽 베송 감독의 영화들이지만, 이 영화는 나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액션을 보기 위해 이 영화를 선택한다면 그리 실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이상을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이 영화가 좋은 선택은 안 될 것 같습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8. 30. 15:41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진실일 것입니다. 사실을 탐구하는 뉴스나 교양 프로그램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도 진실은 누구나 알고 싶어 합니다.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이나 자신이 호감이 있는 상대 혹은 나에게 퇴근하라고 하는 상사의 속마음을 알고 싶어 합니다.

 

사람들이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은 그만큼 많은 거짓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생활 속에서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분명하게 밝혀내는 것도 능력이라고 볼 수 있는 세상이죠. 여러분도 진실에 대해서 알고 싶으신가요? 

 

 

 

 

맹인 목격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목격이라는 말 자체가 눈으로 본다는 행위를 정의하는 단어이기 때문이죠. 영화는 그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이전에도 시각 장애인이 사건 현장에 있게 되는 영화들이 있었습니다. 한국 영화 중에서도 김하늘과 유승호가 출연한 [블라인드]라는 영화가 있었죠. 이 영화도 시각 장애인이라는 캐릭터를 잘 살린 스릴러로 나름 볼만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시각장애인 행세를 하고 다니는 아카쉬가 살인 사건의 현장을 목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이런 설정을 가져왔을 때, 영화에게는 몇 가지 관문이 주어집니다. 

 

1. 왜 주인공 아카쉬는 시각 장애인 행세를 하고 다니는 가

2. 정보의 불일치에서 오는 스릴을 얼마나 잘 살릴 수 있는 가

 

스스로 이런 질문을 가지고 영화를 관람했고, 영화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첫 번째 질문을 해결하는 방식은 상당히 영리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방식은 [어벤저스]에서 많이 보여준 방식입니다. 

관객들은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지만, 영화는 그런 관객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 문제를 별 것 아닌 것처럼 간단하게 넘겨버립니다. 영화가 이런 방법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 사건이 영화의 주요 사건이 아닌 것 입이죠. 결국 영화는 아카쉬가 시각 장애인 행세를 하는 이유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행위가 중요한 것이죠. 

 

아카쉬가 하는 작은 거짓말을 시작으로 영화는 인물들에게 오디션 프로그램 마냥 거짓말 배틀을 시키고 있습니다. 누가 더 크고, 재미있는 거짓말을 하는지 시합을 하는 것처럼 거짓말이 난무하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런 거짓말이 재미의 포인트가 됩니다. 영화의 초반부터 진실에 집중하여서 영화를 보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부터 그 진실을 찾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영화는 끝까지 관객들의 예상에 동조해줄 생각이 없습니다. 이런 영화가 한국에도 한 편 있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죠. (그렇다고, 이 영화가 [기생충]과 동급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인도의 스릴러

 

인도 영화하면 발리우드라는 단어를 떠 올릴 것입니다. 인도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동안 봐왔던 인도 영화와 스릴러라는 단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도 중독성 강한 ‘알 이즈 웰’을 만들어 낸 [세 얼간이] 또한 진지함과 유쾌함을 오가는 영화로 발리우드의 기조는 유쾌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인도 사람들의 긍정적인 마인드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그런 유쾌함이 있는 인도 영화에 스릴러라는 장르는 새로운 느낌이 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막상 보면 음악을 음악대로, 스릴을 스릴대로 괜찮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유쾌함이 영화의 스릴을 방해하는 느낌은 전혀 안 듭니다. 특히나 인상적인 것은 감독이 스릴을 형성하는 방법입니다. 긴장감 있는 음악으로 인한 긴장감의 조성보다는 음악은 자제하되, 날카로운 소리나 큰 소리로 귀에 거슬리는 사운드를 지속적으로 흘려서 관객들의 긴장감을 유지시키고 있습니다.

 

사실, 영화 속에서 전혀 상반된 스타일의 음악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면, 영화의 분위기를 헤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분위기는 스위치처럼 순식간에 전환되는 것이 아니기에 은연중에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형성해줘야 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형성한 것이 영화의 첫 장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소 생뚱맞은 장면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영화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이 장면을 통해서 영화의 긴장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장면이 왜 나왔는지 영화의 후반에 등장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별 일 아닌 이유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냐는 것이죠.

 

 

 

음악과 영화

 

영화와 음악은 바늘과 실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이 전혀 없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면서 괴상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음악이 나와야 할 것 같은데, 안 나오니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이죠. 

이 영화 역시 인도 영화답게 아주 많은 음악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의 직업이 피아니스트인지라 피아노 연주곡도 많이 등장하는데, 영화의 어느 장면은 [라라 랜드]의 라이언 고슬링 같은 느낌이 들고, 영화의 후반부에 마치 [라라 랜드]에 등장한 것 같은 장면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물론, 전혀 상관없는 연출입니다. (감독이 공식적으로 한 이야기는 아니고, 저의 추측입니다)

 

그리고 감독이 영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연주를 하는 사이에 앞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다고 상상을 해봅시다. 영화는 어떤 식으로 연출을 하게 될까요? 다른 인물들은 소리가 날 수 있는 상황은 최대한 줄이고, 인물들은 다급하게 행동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스릴이 발생하기 때문에 음악 리듬에 맞춘 편집을 통해서 여러 장면을 짧은 컷으로 보여줬을 것 같습니다. 저라면 그렇게 하겠지만, 감독은 그런 뻔한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감독은 카메라를 고정시켜서, 전경에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아카쉬를 후경에는 살인 사건의 현장을 정리하는 두 사람을 배치했습니다. 이런 배치를 통해서, 평화롭게 피아노 연주를 하는 아카쉬와 살인 현장을 정리하는 두 사람의 대비를 한 장면으로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죠. 그리고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카메라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이 마치 과거 무성영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무성 영화가 만들어지던 당시의 영화는 녹음이 불가능해서, 화면만 찍은 영화를 상영하는 현장에서 오케스트라가 화면에 맞춰서 연주를 하는 방식으로 상영을 했습니다. 그래서 대사 없이 행동 위주의 이야기가 진행되며, 모든 장면에 클래식 악기를 바탕으로 한 음악이 연주되었습니다.

주인공이 시각적인 정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행동을 지켜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청각적인 정보가 차단된 영상을 통해서, 정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에 맞는 음악까지 들리니 더더욱 무성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버릴 것이 없는 영화입니다. 모든 부분이 의미가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어느 하나 허투루 지나가는 것이 없습니다. 영화의 초반부에 등장한 뜬금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영화 중간중간에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는 별 생각이 안 들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되돌아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분명한 것은 이 영화의 결말 또한 영화의 어느 부분에 그 암시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진실과 거짓을 분명하게 분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당시에는 알 수 없으나 지나고 생각해보면, 그것을 알 수 있는 장치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습니다. 다시 관람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재관람한다면 ‘아~’라는 감탄사가 제법 나올 것 같은 영화입니다. 

 

 

다음 리뷰는 영화 [안나]입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8. 29. 11:19

영화는 이렇게 자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주 보편적이고 가장 찬란한 기억의 이야기. 

 

이미 25개의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면서, 여러 감독들의 찬사를 받은 [벌새]는 그 칭찬만큼이나 좋은 작품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관람한 많은 분들의 반응이 좋을 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1994년 하면 여러분은 어떤 기억을 가지고 계신가요? 영화는 그 기억 속으로 관객들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ZttEsnNv5KE

 

리코더를 불던 은희

영화를 연출한 김보라 감독의 전작인 [리코더 시험]이라는 단편 영화는 단편 영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많이 알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9살 은희는 가족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입니다. 이런 은희가 리코더 시험을 잘 봐서, 가족들에게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상당히 흥미로운 점은 어린아이의 이야기지만, 희망적이거나 꿈이 가득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벌새]도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영화는 가식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당시에 있었던 일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가부장적인 가정과 아버지와 오빠의 폭력 그리고 학교의 이상한 선생님 등 그 시대에 존재하고 있던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악인으로 과장하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고 있고, 그것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최대한 뻔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느껴집니다. 

 

영화 속 은희는 그런 가정에서 살아가는 여자 중학생입니다. 당시에는 사회적인 지위로 보면 가장 낮은 지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오빠에게 맞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반항을 하지는 못하고 그 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아이입니다. 영화는 이 아이의 일상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다른 것에 집중하지 않고, 오로지 이 아이가 가는 길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을 뿐입니다. 

 

 

 

은희라는 순환선을 타고

 

영화는 은희라는 기차를 타면서 거치는 역들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로 구성되던 영화가, 어느 순간에는 한 점으로 모아 지거나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는 식의 전개는 우리에게 상당히 익숙한 전개 방식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그런 전개 방식이 아닌  은희를 중심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은희의 주변 인물은 은희의 가족, 친구 지숙과 선생님 영지, 남자 친구 지완과 유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그룹들은 서로를 만나지 않습니다. 은희라는 인물이 없다면 전혀 상관없는 인물들의 구성입니다. 생각해보면 이런 구성이 현실에서는 더욱 맞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가족과 회사 동료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고, 그들과 친구들도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이런 부분에서도 영화가 현실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길지만 지루하지 않다?

 

이 부분은 의견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흥미롭게 봤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우선, 전개 자체가 그리 빠르지 않기 때문에 느린 호흡과 컷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런 이유로 영화 자체가 재미를 유도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움직임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가시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상황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 점이 영화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같은 상황에 대한 여러 번의 반복보다는 각 장면들이 영화에 차지하는 비중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도 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이 변화하기 때문에 늘어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긴 편이라서 길다는 생각은 들 수도 있습니다. 조금 독특한 점은 대부분의 독립 영화는 짧은 러닝 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편 영화를 하던 감독들이 장편 시나리오를 쓰면서 발생하는 어려움 혹은 긴 시간을 끌고 갈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꽤 긴 시간을 상영하는 하지만, 짧게 느껴졌다고 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영화가 길다는 것은 체감이 되지만, 그 길다는 느낌이 지루하기 때문에 길게 느껴진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이는 영화가 긴장감 유지를 잘하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믿었던 것의 배신, 믿지 않았던 것의 신뢰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 이 부분입니다. 영화는 믿었던 것은 배신을 하고, 믿지 않았던 것은 의외의 신뢰를 주는 장면들이 등장한다는 것이죠. 가령 영화 내내 가부장적인 모습만 보여주던 아빠가 은희가 입원을 하자 우는 모습이 등장한다던가, 은희의 남자 친구인 지완이 다른 여자아이와 있는 모습이 등장한다는 것이죠.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되는 성수대교도 그렇습니다. 아무도 다리가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인물에게 벌어지는 사건들 또한 전혀 새로운 형태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영화의 제목이 벌새인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중학교 2학년인 은희는 작고 어린아이입니다. 그럼에도 이 아이는 아주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사랑을 받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모습이죠. 이런 모습은 앞서 언급한 김보라 감독의 단편 영화 [리코더 시험]의 은희와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됩니다.

은희가 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 가족들의 관심이 은희에게 쏠리게 되고 그런 이유로 은희는 병원생활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같은 병실에 있는 아주머니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자신을 좋아하는 유리와 자신이 좋아하는 영지 선생님도 자신을 찾아왔기 때문이죠. 어쩌면 은희, 더 나아가서는 세상의 모든 물체에는 꾸준한 관심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성수대교의 균열에 관심을 가졌다면, 어떤 방식으로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어딘가는 무너지고 있다.

 

그런 관심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큰 사고나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어딘가에는 남아있다는 것이죠. 그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깨진 유리 조각을 발견하는 장면입니다. 부모님의 한 차례 싸움을 통해서 유리병이 깨집니다. 당시에는 깨진 유리 조각을 모두 치웠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치운다고 해서 모두 치워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꽤 시간이 지나고, 은희는 이 깨진 유리 조각을 발견하게 되죠. 

현실의 이야기로 대입해보면, 하나의 큰 사건을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언급되는 성수대교의 붕괴나 삼풍 백화점, 세월호 사건 등은 국가적으로 큰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사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겉으로는 그 흔적들이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조각들은 우 리의 마음속 어딘가에 박혀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영화를 보거나, 일상생활에서 앞에 사건들과 비슷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면, 잊었다고 생각하던 기억에 떠올라서 몸이 먼저 반응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는 단순히, 국가적인 사건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개개인의 성장 환경에서 받았던 충격이나 사건들이 트라우마처럼 남아있어서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은희도 아빠나 오빠의 폭력들이 몸 어딘가에 파편이 되어서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그 기억이 다시 떠올라서 자신도 모르게 반응이 나타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런 폭력에 반항하는 두 가지 상황이 존재합니다.

은희의 부모님이 부부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엄마가 아빠에게 상처를 입힙니다. 그 장면에서 아빠는 엄마에게 더 큰 폭력을 가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되려 그런 엄마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엄마 또한 그런 아빠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다음 날,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웃으면서 TV를 보고 있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은희가 가족들에게 화를 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 장면에서 은희는 이 상황에 대해서 화가 난 것이라고 보기에는 그 정도가 약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동안 쌓여있던 것이 있는 것이죠. 이는 앞서 언급한 관심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봅니다. 그전까지 오빠의 폭력에도 참기만 하면서 살았지만, 그 쌓였던 것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습니다. 한 순간에 화를 내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동안 쌓아왔던 것이 어느 순간에 폭발하게 되는 것이죠. 

 

 

 

겉으로는 똑같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

 

모든 감정이나 행동에는 과거의 일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영화의 첫 장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은희는 집으로 돌아와서 초인종을 누르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갑자기 불안해진 은희는 초인종을 여러 번 누르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습니다. 그리고 문을 거세게 두드리면서 집에 있던 엄마를 찾습니다. 그리고 몇 분 뒤에 은희는 조용해집니다. 자신의 집이 아닌 아래층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일이 종종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겉보기에는 모두 똑같이 생긴 아파트가 이런 상황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아파트는 외관은 거의 비슷하여, 동과 호수를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 구분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여러분에게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어떨까요? 초인종을 눌렀지만, 집에 아무도 없는 상황이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영화의 배경은 94년도여서 전화를 사용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과거 저의 어린 시절 집의 열쇠가 없는 경우에는 무작정 앉아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혹은 옆집에서 기다리며,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등장하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은희는 그렇지 않습니다. 은희는 안정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죠. 자신이 버려질 수도 있다는 불안에 살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에 대한 설명일 것입니다. 영화가 전개되면서도, 은희는 그 누구의 사랑도 받기가 어렵습니다. 위태로워 보이는 관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분명한 것은 은희는 단짝 친구도 있고, 남자 친구도 있고, 자신을 좋아해 주는 후배와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까지 있습니다. 그럼에도 은희는 불안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은희가 불안해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래의 은희가 과거의 영지에게

 

영화를 보면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을 이야기하라면 은희와 영지의 관계입니다. 우선 각자의 사회에서 두 사람의 위치는 비슷하게 그려집니다. 사람들에게 약간 소외가 된 인물이고, 비슷한 성장과정을 거친 인물로 추정됩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 인물 모두 왼손잡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의도를 가지고 캐스팅한 것은 아니지만, 캐스팅을 하고 보니 두 사람 모두 왼손잡이라는 기막힌 우연이 생겼습니다. 그 우연 덕분에 영화가 이야기하려는 메시지가 더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더욱 확고해진 샘입니다. 

은희가 영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동안 자신이 만났던 어른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지는 아이들을 건조한 태도로 대합니다. 하지만, 그 태도가 불쾌한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낮은 사람이 아닌 동등한 인격체로 대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과도한 배려는 오히려 불쾌함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자신보다 어리다고 무조건 살갑게 대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은희는 영지에게 많이 의지를 합니다. 반대로 영지도 은희에게 의지를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어떤 인간관계도 한 사람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죠. 영지가 은희에게 소포와 편지를 보낸 것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은희에게 받았던 것들에 대한 보답인 샘이죠. 그런 영지의 속마음과 내막이 영화에서는 자세히 등장하지는 않지만 영지 또한 은희를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많은 영화제와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았던 만큼 영화는 좋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좋은 완성도가 아주 큰 재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보시는 분에 따라서 이 영화는 아주 지루하고, 따분한 영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영화 자체도 친절한 편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 감상들의 대부분은 영화가 표현하려는 것과 일치한다고 보여집니다. 이는 영화의 해석이 굳이 필요 없을 것이라는 저의 생각입니다. 영화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이게 이런 의미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대부분 그 생각이 맞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영화가 보여주는 메시지나 이야기에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우리들]을 통해서 한국 독립 영화의 희망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벌새] 또한 새로운 감독의 발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한국 영화계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다음 리뷰는 영화 [블라인드 멜로디]입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8. 28. 16:03

상당히 반가운 영화입니다. 최근 멜로 영화들은 코미디가 결합된 방식의 가볍거나, 장르로 혼입이 되어서 사용되곤 합니다. 이 영화는 90년대 한국 멜로 영화의 전성기라고 부를 수 있는 시기에 볼 수 있었던 느낌의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 시대의 사랑하는 방법과 현대의 사랑은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 본질에 가까이 다가간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영화

 

멜로 영화는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볼거리를 제공하거나, 새로운 경험을 주는 영화가 아닌 공감을 주는 영화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를 특별하게 보여주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멜로 영화는 관객들의 감정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들을 무장해제시킬 장치들도 필요합니다. [유열의 음악 앨범] 레트로 감성을 보여주는 영화이기에 실제 90년대를 살았던 분들에게는 이 영화가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90년대를 대표하는 음악들과 그 시대를 보여주는 소품의 디테일들은 당시의 시대로 시간 여행을 하는 것은 기분이 듭니다. 이런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큰 요소는 영화에 삽입된 음악입니다. 이것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당시에 발표된 음악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모습입니다.

 

정지우 감독의 이야기처럼 영화에 가사가 있는 음악을 쓰는 경우는 가사로 인해 영화의 내용이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사용하는 편입니다. 이런 사항에 대해서 영화는 정면 돌파를 선택합니다. 영화의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전면으로 내세워서 그 장면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죠.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자유시대, 영원한 사랑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사용된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이들의 심경에 대한 설명을 노래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와 닿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정을 따라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멜로는 감정이 중요한 영화입니다. 한국의 멜로 거장이라고 불리는 허진호 감독의 영화인 [8월의 크리스마스]는 두 인물 표현이 상당히 잘 되어 있는 영화입니다. 인물의 감정 표현은 인물이 슬픈 표정을 지어서 슬퍼 보이는 것과 같은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인물이 울고 있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소한 일상을 보내며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던 주인공 정원에게 그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없는 이유가 생기고, 자신이 없어지고 남게 될 사람들을 위해서 하나씩 준비를 하는 과정들이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장면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리모컨 사용방법을 알려주는 장면이죠. 그에게 아무런 일이 없었다면, 그냥 웃으면서 넘어갔을 일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이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죠

이런 모습은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유명한 장면을 통해서도 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왜 아버지가 싸준 쌈 하나에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요? 이런 장면은 대사로 표현하지 않아도, 인물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인물의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입니다

멜로의 모습은 아니지만, 영화 속에서 감정을 다룰 때는 이런 식으로 배경을 알고 있어야 이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될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두 상황은 인물의 배경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면, 상당히 예민한 캐릭터도 느껴지거나, 혹은 밥 먹다가 혀를 깨물어서 펑펑 우는 나약한 사람으로 보일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서사를 통해서 감정의 변화 혹은 공감을 위해서는 이 인물들에게 당위성 혹은 상황에 대한 개연성이 필요한 것이죠. 이 영화의 취약한 점이 바로 이런 점입니다. 우연한 계기로 3번의 만남이 이뤄졌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3번 모두 서로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우연하게도 3번 모두 각자 애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3번 모두 비슷한 이유로 헤어집니다

연애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헤어진 사람과 다시 만나는 것은 버린 쓰레기를 다시 집으로 들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꺼려하는 일입니다. 만약에 영화가 이런 내용을 다루고 싶었다면, 인물들이 서로를 다시 만나야 하는 이유가 필요합니다

1년 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너의 결혼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주인공 우연은 승희에게 첫눈에 반했습니다. 우연은 끈질긴 구애를 통해, 승희와 사귀게 되었고 둘은 즐거운 나날을 보냅니다. 그리고 승희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승희는 이미 남자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우연은 그녀를 포기하지 못하고, 그녀와 다시 만나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이 영화는 첫사랑이라는 판타지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중반부 이후에는 현실적인 이야기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우연의 순애보 행보가 이해가 되는 것은 우연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전개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축학 개론] 또한 그렇습니다첫사랑이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두 사람의 추억 위주의 이야기로만 전개되어 마음은 크지만, 서툴렀던 그때의 모습을 적절한 추억팔이와 적절한 유머로 잘 보여주고 있죠. 결론적으로 두 영화 모두 영화 속에서 이들이 감정이 생성되는 모습이나 시간이 지나고 재회하게 되는 장면에서 과거의 추억과 현실의 경계를 분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두 사람이 감정이 형성되는 과정은 과감하게 생략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과의 분리도 어정쩡합니다. 제가 영화 [애프터] 리뷰에서 했던 말이 있습니다. ‘폭발할 것 같지만, 천천히’ 이 말은 감정은 끓어오르지만 서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전에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오는 간질간질함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유열의 음악 앨범] 불로 달군 프라이팬을 요리하기 직전에 물에 담그는 것 같습니다. 이들의 사랑이 올라오려고 하면 그 분위기를 가라앉힙니다. 물론, 이들에게 걸림돌이 있어야 영화가 극적일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걸림돌이 매번 그의 친구들이 되는 것일까요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영화의 마지막 메시지인 믿음이라는 것과 연관이 되어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미수가 갑자기 현우의 친구들을 찾아간 것과 그런 미수의 행동에 갑자기 발끈하는 것도 매끄러운 연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사건의 결과보다는 인물의 감정이 중요한 영화라는 점에서 사건의 전개보다는 인물의 감정을 쌓는 것이 더 중요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저는 이 영화를 재밌게 봤습니다. 감정에 대한 부분이 마음에 안 들기는 했지만, 멜로 영화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이런 영화가 반가울뿐더러 영화 초반에 등장했던 추억 여행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 곡까지. 생각해보면, 노래가 좋았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의 힘보다는 음악의 힘이 큰 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영화를 보는 동안은 영화의 분위기와 감정에 취해서 재미있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 감정의 힘이 떨어지고, 영화가 끝난 뒤에 곱씹어 보는데 별로 남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동안은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아쉬움은 남지만, 재밌게 본 영화가 될 것 같네요

 

다음 리뷰는 영화 [벌새]입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8. 27. 16:50

폭발할 것 같지만 천천히. 멜로 영화의 공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트와일라잇]과 같이 욕망을 간지럽히는 것 같은 이런 영화에서의 밀당은 필수적입니다. 그 간지러운 듯한 감정이 없다면 이 영화를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영화 [애프터]는 제목처럼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 후의 변화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의 변화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보입니다. 어머니의 억압 때문에 비교적 보수적인 삶을 살아온 테사, 그리고 그녀와는 반대로 자유로운 삶을 사는 듯한 하딘의 만남 이후 두 사람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변화를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만나게 되는 친구나 직장 동료 혹은 우연히 알게 된 사람들까지 나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은 나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는 것이고, 그 자극으로 인해서 나도 변화될 수 있습니다.

 

나와 크게 관련이 없는 사람에 의해서도 변화할 수 있는데, 교류가 많은 인물과의 만남은 더더욱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상대방의 행동을 자신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된다는 의미의 거울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크게 보면, 상대방의 행동에 공감하게 된다고 볼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좋아하는 행동을 따라 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동이 마음에 든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행동을 따라 하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종종 친구들에게 연애상담을 해줄 때가 있습니다. (저는 연애 상담을 할 일이 별로 없기에…) 보통의 연애 상담은 이들의 관계가 위험할 때 상담 신청이 들어옵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 사람과 있을 때,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이 좋다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일 것이야’ 모든 경우에 해당되는 이야기를 아니겠지만, 자신의 모습과 감정, 기분을 통해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이 주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의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 기숙사 룸메이트인 카렌은 겉으로 보기에는 불량해 보입니다그리고 테사의 엄마 또한 카렌에 의해서 테사가 나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을 합니다. 하지만, 테사는 그녀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녀가 진짜 영향을 받은 것은 하딘입니다. 하딘을 만나고, 그녀에게 찾아온 가시적인 변화는 의상의 변화입니다카렌만큼은 아니지만, 그녀의 옷은 점점 노출이 들어가 있는 옷으로 변화합니다. 그리고 머리 스타일이나 행동에서 조금씩 변화가 느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는 것은 테사만은 아닙니다. 어느 순간에는 하딘에게도 변화가 생깁니다. 영화의 초반에는 하딘의 분위기에 태사가 동화되는 느낌이었다면, 중반부를 넘어서면 테사의 분위기에 하딘이 동화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것이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비슷한 취향과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이런 작용을 통해서, 사랑하면 닮는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랑에 대한 좋은 이야기와는 별개로 영화 자체는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목적이 확실한 영화입니다. 두 사람의 감정적인 교류와 섬세한 터치와 스킨십을 통한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영화에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는 비주얼 좋은 배우들의 출연만으로 만족할 분들이라면 이 영화는 그런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더욱 증폭시킬 OST까지. 사실 이런 것들은 이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어서 조금 실망스럽긴 합니다. 그리고 15세 관람가라는 점도 이 영화가 그만큼의 수위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죠. 수위에서는 실망스러울 수 있으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노출을 보기 위해서 보는 영화가 아닙니다. 그들이 서로의 욕망을 채워주는 장면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같이 꺼내어보고, 영화 속 인물과 함께 동화되어서 그 욕망을 간접적으로 해소를 하는 것이 목적이 될 것입니다. 애초에 이 영화가 10대 소녀들을 타깃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확실한 영화라는 점도 그 이유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이 영화는 상당히 뻔하고 진부합니다. 영화 초반부터 어머니와 딸의 갈등을 암시하는 설정이 등장하고, 불량하다고 보이는 인물에게는 의외의 면이 있고, 원래 만나던 남자 친구와는 헤어지게 되는 이야기 패턴입니다. 이런 이야기 패턴은 미국의 중소 영화들을 많이 보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이야기들입니다. 심지어 결말 또한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던 결말이 등장해서 놀랐습니다. 오히려 아니라고 생각했던 결말이 나오니, 역으로 상상치도 못한 결말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매력적인 영화라고 하기에는 다른 영화에서 이미 쓰였던 요소들이 너무 많이 등장합니다. 물론, 이미 쓰였다고 무조건 안 좋은 영화는 아니지만, 그것을 자신만의 개성으로 풀어내거나 제대로 보여줘야 그나마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데, 그것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사랑의 간지럼 움에 대한 잠깐의 표현은 좋았지만, 105분의 러닝타임 동안 그 잠깐의 순간 때문에 버티고 있을 관객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영화 [애프터] 타깃층이 정확하게 있는 영화입니다. 때문에 본인이 그 타깃층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관람을 안 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뻔한 줄거리와 조금은 유치한 대사들 그리고 다른 영화를 따라는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들기 때문에 영화의 흐름과 전개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이 둘의 사랑이 제대로 시작하기 만을 바라며 보는 미니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어처피 개봉하고 2주 정도 뒤에 온라인으로 나올 것 같으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집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음 리뷰는 영화 [유열의 음악 앨범]입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8. 23. 12:45

독신가구의 증가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반려동물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고, 이런 관심 덕분에 영화계에도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영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마이펫의 이중생활]을 비롯하여, [베일리 어게인], [고양이 여행 리포트] 등의 실사 영화도 꽤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려동물 영화제가 생길 정도로 영화에도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나만 없어 고양이]는 영화 속 인물이 고양이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여주는 4편의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는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4개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다양한 연령으로 구성하여서, 각 자의 상황에서 고양이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고양이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와 같이 고양이가 주된 소재가 되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고양이 여행 리포트]와 비교를 해보자면, 이 영화는 다른 영화에 비해 고양이 자체가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에서는 인물에게 고양이라는 존재가 인물에게 어떤 존재이며, 영화의 제목처럼 고양이가 사라지게 된다면 주인공에게는 무엇이 남게 되는지에 대해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였습니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 또한 고양이를 맡아줄 인물을 찾으려는 주인공과 함께 여행을 하며, 주인공과 친구들 사이의 고양이에 대한 추억과 자신의 과거를 회상해보는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위의 두 영화 모두 주인공에게 고양이는 상당히 중요한 추억의 요소로 짜여있습니다. 물론, 고양이가 아니더라도 다른 물건 등으로 대체할 수 있겠지만, 고양이 특유의 개성이나 모습들을 통해서 고양이가 이들에게 주는 정서적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고양이가 영화의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 영화들과는 다르게 [나만 없어 고양이]는 말 그대로 고양이가 없는 인물에게 고양이가 생겼을 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고양이가 생겨서 벌어진 이야기라고 볼 수 있지만,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고양이와는 크게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영화는 고양이가 아닌 강아지를 비롯한 다른 반려동물로 대체하여도 이야기 전개에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에서는 내레이션을 통해서 고양이의 특징적인 성격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성격들이 영화 속에서 어떤 작용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강아지처럼 활달하고, 활동적인 것이 아니라 가만히 앉아서 인물을 지켜보고, 마치 심리를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으로 인물의 심리를 읽어내는 듯한 모습 등 고양이의 성격과 맞는 이야기 전개 그리고 중간에 개와 말다툼을 하는 장면에서도 고양이의 존재 가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고양이를 보여줘서 고양이 영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반려 동물이 꼭 고양이여야 하는 이유가 필요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립적이고, 도도한 듯한 고양이의 성격을 반영하기 위해서 주인이 없는 집 안에서 주인의 물건을 천천히 살펴보는 모습이나 자신이 마음에 안 드는 것에는 확실하게 반항하는 모습 등 고양이만의 특징이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마이펫의 이중생활]에서는 이런 특징적인 모습이 아주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실제 반려동물을 키우는 관객이 영화를 봤을 때는 반려동물이 보이는 특징적인 행동까지 디테일하게 구연했다고 칭찬을 할 정도로 그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반려동물을 외로움 채워주는 정도로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베일리 어게인]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베일리가 여러 번의 환생을 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맹인 안내견이나 군견과 같이 반려동물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강아지의 모습을 통해서 강아지의 다양한 모습 그리고 우리가 잘 모르는 그들의 역할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장면들이 존재합니다.

사회적으로 고양이가 이용되는 시설이나 업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마다 고양이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 존재할 것입니다. 고양이를 싫어하거나알레르기 혹은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서 키우지 못한다는 등의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영화 속 상황은 단조롭게 느껴집니다

 

 

아이유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진 옴니버스 영화 [페르소나]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아이유라는 인물을 두고 4명의 감독이 연출한 4편의 단편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영화의 주제인 아이유라는 인물이 있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만 없어 고양이]는 고양이를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하기에는 그 역할이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말 그래도 고양이가 아닌 강아지로 대체되어도 이야기는 진행될 수 있고, 고양이는 영화 속 눈요기로만 사용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고양이의 특징적인 모습도 볼 수 없었고, 인물들에게 고양이가 크게 의미가 있다고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목을 [나만 없어 반려동물]이라 지어서 여러 동물의 모습과 함께,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유대감이나 심리적인 안정감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나갔다면 영화는 더욱 좋은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영화 리뷰는 [우리집] 입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8. 1. 12:36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시사회 직후부터 호평을 받던 영화가 있습니다. 재난 영화이면서 코미디 영화인이 이 영화는 CJ의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CJ는 부진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랬던 CJ가 달라졌습니다. [극한직업]을 시작으로 [사바하], [기생충]까지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나름의 변화를 보여줬고, 그 정점이 될 영화가 [엑시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누가 보아도 이 영화는 재미있게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자극적인 장면도 없고, 한국 영화에서는 흔하다고 볼 수 있는 욕설도 거의 없으며, 과도한 신파 또한 없습니다. 재난 영화에 꼭 등장하는 자신만 살겠다며 인물들을 배신하는 빌런도 없고, 탈출 과정에서 답답한 행동을 일삼는 고구마 캐릭터도 없습니다.

이 영화는 오로지 재난 상황에 대한 탈출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재난 영화에서 등장하는 클리셰 또한 상당히 절제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어떤 식으로 전개할지가 쉽게 예측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인물들이 재난을 극복하는 상황 또한 패턴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영화의 러닝타임을 2시간으로 맞추려는 대형 한국영화들과는 달리 103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또한 상당히 큰 장점으로,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재난의 상황이 시작되기 때문에 재난 상황이 꽤 길게 등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를 20분을 더 본다고 했다면, 피로하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경쟁작인 [사자]와 [봉오동 전투] 두 영화에서도 비슷한 단점이 보였습니다. 아무리 새로운 상황과 패턴을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어떤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지루함이 아니라 피로감으로 다가옵니다.

 

재난이 발생하게 되는 순간부터 긴장감을 잘 조성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인물들에게 평범하지 않은 상황이 주어지면서, 재난이 들이닥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장면부터 긴장감이 조성됩니다. 그리고 상황이 파악된 후에 인물이 혼란에 빠지면서도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탈출이 시작됩니다.

 

재난 영화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탈출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위험에서 멀어지기 위한 과정에서 재미가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엑시트]가 다른 재난 영화와 차별점을 가지는 점은 무언가가 떨어지거나, 갑자기 급습하는 등의 놀라게 되는 상황이 안 생깁니다. 유독가스라는 기체의 특성상 영역 및 위치가 보이기 때문에 조금씩 조여 오는 긴장감이 형성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이 모두 고지대에서 발생합니다. 차를 타고 도망치거나, 잘 숨는다고 해결되는 상황이 아닙니다. 이미 사방이 가스로 둘러 쌓인 건물의 고층부에 갇혀있던 인물들이 점점 올라오는 가스를 피해서 더 높은 건물로 올라가기 위해 다른 건물로 이동하고, 그 이동하는 과정에서 시간적인 압박과 높이에 대한 압박 그리고 체력에 대한 압박으로 전해지는 아찔함이 이 영화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이 영화의 주인공이 마동석, 드웨인 존슨과 같이 천하무적의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도 영화의 재미 포인트가 됩니다. 만약에 그들이 높은 난간에 매달려 있거나 힘을 쓰는 상황이 생긴다면, 무조건 해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러한 점을 이용해서 일반 사람들에게는 다소 무리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인물들이 보여주는 활약에 필요한 최소한의 배경, 평범한 설정인 산악 동아리 출신이라는 인물들의 특징을 잘 이용해서, 클라이밍이나 산행을 통해 배워 온 그들의 노하우들이 영화에서 잘 나타납니다.

 

 

트렌드를 잘 담아낸 영화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나름 젊은 청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문화가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선에서 말씀드리자면, 요즘에 유행하는 취미생활이나 미디어 트렌드들이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현실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재난을 돌파하기 위한 시도에서 비슷한 이유로 번번이 그 시도가 수포로 돌아갑니다. 그 비슷한 이유라는 것은 우리 생활에서 쉽게 여기는 행동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도 좋았습니다. 당장 제가 있는 곳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상황과 같은 상황입니다.

 

 

두 배우의 케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영화의 가장 큰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정석 배우의 연기는 이미 많은 작품을 통해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줬기에 그의 활약은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연기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지 못한 임윤아 배우에게는 이 영화가 좋은 발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배우라는 호칭이 어색하게 들리는 그녀의 연기가 영화의 흐름을 깨지는 않았습니다.

의주는 적당한 정의로움과 적당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평범한 캐릭터입니다. 용남이라는 캐릭터 또한 그렇습니다. 뭐하나 특출 난 것이 없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더욱 공감되는 것입니다. 뛰어난 힘이나 명석한 두뇌가 아닌 산악 동아리를 통해 배웠던, 매듭법과 기술처럼 평소에는 쓰이지 않지만 영화와 같은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일 숨겨진 그들의 기술이 드러나게 됩니다.

이 점이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누구나 평소에는 별 볼일 없고, 특출 난 능력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그 사람이 특출 나고 빛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용남이라는 인물이 영화 속에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임감과 더불어서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산악 동아리 출신이 아니었다면 그는 더 빠른 시일에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이 방법조차 찾지 못하고, 용남을 무모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는 자신이 아는 방법들과 생활 속 도구를 통해서 필요한 대체품을 만들고, 자신의 기술을 이용해서 재난에서 탈출하려고 노력합니다. 누군가는 생각도 못하고, 시도조차 못하는 일은 그는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의 기술이 빛나는 순간이 영화 속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의주는 그런 용남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그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고, 자신이 알고 있는 요소들을 이용해서 용남을 전폭적으로 지원합니다. 그리고 용남에게 뒤지지 않은 체력과 힘을 보여줍니다. 의주 또한 산악 동아리였던 점을 잘 이용했습니다.

 

 

[엑시트]의 용남과 의주처럼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특별한 기술 및 능력이 있습니다. 그 능력을 평소에는 쓸모가 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능력이 쓰일 곳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단순히 용남과 의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용남과 의주를 제외한 사람들 역시 물건, 자산 혹은 영향력 등 자신이 가지고 있으며,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하여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그 노력들이 모여서 영화의 결말에 다다랐을 때는 모두가 영웅이라는 영화의 메시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메시지를 자랑이라도 하는 듯한 엔딩 크레디트의 곡 선정은 영화의 끝을 깔끔하게 만들어 줍니다.

 

 

개인적으로는 몇 번을 봐도 재밌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천만을 돌파한 4편의 영화 모두 영화를 본 뒤에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2번 이상 관람을 했습니다. 짧은 러닝타임이라는 점도 이 영화가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여름 성수기에 천만 영화가 탄생한다면 이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벼운 분위기와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동안 CJ 영화가 보여준 모습과 다르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6. 28. 17:56

스릴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스릴을 강조하기 위한 영화적 허용으로로 봐야 할지 혹은 영화의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봐야 할지.

 

 

 

[마담 사이코]를 기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이자벨 위페르’와 ‘클로이 모레츠’라는 배우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를 본 대부분의 관객 분들은 ‘이자벨 위페르’의 연기에 대한 칭찬이 끊이질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자벨 위페르’보다는 ‘클로이 모레츠’라는 배우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97년생이라는 어린 나이임에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마담 사이코]는 ‘그레타’보다는 ‘프랜시스’의 역할이 더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레타가 보여주는 행동이 공포감을 심어줄 수 있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는 인물에게 이런 상황에 얼마나 공포스러운 상황으로 받아들여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이코 패스인 인물이 다른 인물을 뒤쫓는 상황이 나타난다고 하면 사이코 패스의 감정에 공감하시는 분도 있을까요? 아마 대부분의 관객들은 쫓기는 인물의 감정을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쫓기는 인물의 감정에 공감하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해당 인물이 어떤 행동 및 감정을 표현하는지가 중요합니다. 그 역할을 [마담 사이코]에서는 프랜시스를 연기한 클로이 모레츠가 보여줬어야 합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충실히 잘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노력의 흔적인 보이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주요 장면들을 생각해보면, 기존 영화들과 비슷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특정 상황에서 공식처럼 쓰이는 장면들을 조금씩 변형해서 보여주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어린 여성을 스토킹 하는 인물이 중년의 여성이라는 점도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이 또한 새로운 느낌을 주기 위한 변화 혹은 시도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런 변화에 대한 노력을 알겠으나 영화 자체가 그리 촘촘하지는 못합니다. 영화는 무엇보다 공감이 중요합니다. 스릴러의 경우 관객이 스릴을 느끼기 위해서는 영화 속 주인공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감정적인 공감에서는 그것이 이뤄질 수 있으나, 상황에 대한 공감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레타라는 인물이 사이코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조금 더 보여주고 영화의 사건들이 진행되었다면 더 긴장감이 느껴졌을 것이고, 영화 속 몇몇 장면들은 조금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상황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사전에 미리 설명이 되었다면 충분히 괜찮게 느껴졌을 장면들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영화의 긴장감은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아주 강한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주기보다는 살짝 깔려있는 듯한 긴장감을 주고 있습니다. 영화 속 의외의 상황이 등장했을 때, 긴장감이 드는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자극적이거나 아주 무섭지는 않기 때문에 공포영화를 못 보시는 분도 가볍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스릴러로 이 영화를 추천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뻔하게 느껴지는 전개와 중반 이후로 맥이 풀리는 전개들은 영화의 단점으로 작용됩니다. 전체적으로 별별 것 아닌 것에 호들갑을 떤다는 느낌이 종종 들면서, 인물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영화가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 강제적으로 프랜시스를 몰고 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프랜시스의 심리묘사에 더 시간을 할애에서 극심한 불안을 느끼는 상태를 보여주거나, 그것을 점점 고조시키는 것이 아니라 계단식으로 갑자기 올라가서 유지가 되었다가 다시 급상승하는 단계를 보여줍니다. 전체적으로 놓고 본다면, 스릴이라는 결과물에는 올라갔지만 그 과정들은 그리 흥미롭지 않은 영화가 되었습니다.

 

결핍과 그로 인해 생겨난 욕구 그리고 어긋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표현하기에 영화는 조금 작았습니다. 인물 내면의 표현이 부족하여, 프랜시스가 느끼는 공포감도 그레타가 보여주는 섬뜩함 혹은 간절함도 충분히 표현되지 못했습니다. 이는 스릴러로써도, 사이코 패스 물로써도 부족한 영화가 되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