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daDdaSsij 2019. 8. 29. 11:19

영화는 이렇게 자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주 보편적이고 가장 찬란한 기억의 이야기. 

 

이미 25개의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면서, 여러 감독들의 찬사를 받은 [벌새]는 그 칭찬만큼이나 좋은 작품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관람한 많은 분들의 반응이 좋을 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1994년 하면 여러분은 어떤 기억을 가지고 계신가요? 영화는 그 기억 속으로 관객들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ZttEsnNv5KE

 

리코더를 불던 은희

영화를 연출한 김보라 감독의 전작인 [리코더 시험]이라는 단편 영화는 단편 영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많이 알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9살 은희는 가족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입니다. 이런 은희가 리코더 시험을 잘 봐서, 가족들에게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상당히 흥미로운 점은 어린아이의 이야기지만, 희망적이거나 꿈이 가득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벌새]도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영화는 가식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당시에 있었던 일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가부장적인 가정과 아버지와 오빠의 폭력 그리고 학교의 이상한 선생님 등 그 시대에 존재하고 있던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악인으로 과장하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고 있고, 그것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최대한 뻔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느껴집니다. 

 

영화 속 은희는 그런 가정에서 살아가는 여자 중학생입니다. 당시에는 사회적인 지위로 보면 가장 낮은 지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오빠에게 맞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반항을 하지는 못하고 그 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아이입니다. 영화는 이 아이의 일상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다른 것에 집중하지 않고, 오로지 이 아이가 가는 길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을 뿐입니다. 

 

 

 

은희라는 순환선을 타고

 

영화는 은희라는 기차를 타면서 거치는 역들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로 구성되던 영화가, 어느 순간에는 한 점으로 모아 지거나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는 식의 전개는 우리에게 상당히 익숙한 전개 방식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그런 전개 방식이 아닌  은희를 중심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은희의 주변 인물은 은희의 가족, 친구 지숙과 선생님 영지, 남자 친구 지완과 유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그룹들은 서로를 만나지 않습니다. 은희라는 인물이 없다면 전혀 상관없는 인물들의 구성입니다. 생각해보면 이런 구성이 현실에서는 더욱 맞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가족과 회사 동료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고, 그들과 친구들도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이런 부분에서도 영화가 현실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길지만 지루하지 않다?

 

이 부분은 의견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흥미롭게 봤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우선, 전개 자체가 그리 빠르지 않기 때문에 느린 호흡과 컷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런 이유로 영화 자체가 재미를 유도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움직임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가시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상황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 점이 영화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같은 상황에 대한 여러 번의 반복보다는 각 장면들이 영화에 차지하는 비중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도 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이 변화하기 때문에 늘어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긴 편이라서 길다는 생각은 들 수도 있습니다. 조금 독특한 점은 대부분의 독립 영화는 짧은 러닝 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편 영화를 하던 감독들이 장편 시나리오를 쓰면서 발생하는 어려움 혹은 긴 시간을 끌고 갈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꽤 긴 시간을 상영하는 하지만, 짧게 느껴졌다고 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영화가 길다는 것은 체감이 되지만, 그 길다는 느낌이 지루하기 때문에 길게 느껴진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이는 영화가 긴장감 유지를 잘하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믿었던 것의 배신, 믿지 않았던 것의 신뢰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 이 부분입니다. 영화는 믿었던 것은 배신을 하고, 믿지 않았던 것은 의외의 신뢰를 주는 장면들이 등장한다는 것이죠. 가령 영화 내내 가부장적인 모습만 보여주던 아빠가 은희가 입원을 하자 우는 모습이 등장한다던가, 은희의 남자 친구인 지완이 다른 여자아이와 있는 모습이 등장한다는 것이죠.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되는 성수대교도 그렇습니다. 아무도 다리가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인물에게 벌어지는 사건들 또한 전혀 새로운 형태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영화의 제목이 벌새인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중학교 2학년인 은희는 작고 어린아이입니다. 그럼에도 이 아이는 아주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사랑을 받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모습이죠. 이런 모습은 앞서 언급한 김보라 감독의 단편 영화 [리코더 시험]의 은희와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됩니다.

은희가 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 가족들의 관심이 은희에게 쏠리게 되고 그런 이유로 은희는 병원생활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같은 병실에 있는 아주머니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자신을 좋아하는 유리와 자신이 좋아하는 영지 선생님도 자신을 찾아왔기 때문이죠. 어쩌면 은희, 더 나아가서는 세상의 모든 물체에는 꾸준한 관심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성수대교의 균열에 관심을 가졌다면, 어떤 방식으로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어딘가는 무너지고 있다.

 

그런 관심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큰 사고나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어딘가에는 남아있다는 것이죠. 그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깨진 유리 조각을 발견하는 장면입니다. 부모님의 한 차례 싸움을 통해서 유리병이 깨집니다. 당시에는 깨진 유리 조각을 모두 치웠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치운다고 해서 모두 치워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꽤 시간이 지나고, 은희는 이 깨진 유리 조각을 발견하게 되죠. 

현실의 이야기로 대입해보면, 하나의 큰 사건을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언급되는 성수대교의 붕괴나 삼풍 백화점, 세월호 사건 등은 국가적으로 큰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사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겉으로는 그 흔적들이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조각들은 우 리의 마음속 어딘가에 박혀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영화를 보거나, 일상생활에서 앞에 사건들과 비슷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면, 잊었다고 생각하던 기억에 떠올라서 몸이 먼저 반응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는 단순히, 국가적인 사건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개개인의 성장 환경에서 받았던 충격이나 사건들이 트라우마처럼 남아있어서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은희도 아빠나 오빠의 폭력들이 몸 어딘가에 파편이 되어서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그 기억이 다시 떠올라서 자신도 모르게 반응이 나타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런 폭력에 반항하는 두 가지 상황이 존재합니다.

은희의 부모님이 부부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엄마가 아빠에게 상처를 입힙니다. 그 장면에서 아빠는 엄마에게 더 큰 폭력을 가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되려 그런 엄마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엄마 또한 그런 아빠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다음 날,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웃으면서 TV를 보고 있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은희가 가족들에게 화를 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 장면에서 은희는 이 상황에 대해서 화가 난 것이라고 보기에는 그 정도가 약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동안 쌓여있던 것이 있는 것이죠. 이는 앞서 언급한 관심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봅니다. 그전까지 오빠의 폭력에도 참기만 하면서 살았지만, 그 쌓였던 것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습니다. 한 순간에 화를 내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동안 쌓아왔던 것이 어느 순간에 폭발하게 되는 것이죠. 

 

 

 

겉으로는 똑같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

 

모든 감정이나 행동에는 과거의 일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영화의 첫 장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은희는 집으로 돌아와서 초인종을 누르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갑자기 불안해진 은희는 초인종을 여러 번 누르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습니다. 그리고 문을 거세게 두드리면서 집에 있던 엄마를 찾습니다. 그리고 몇 분 뒤에 은희는 조용해집니다. 자신의 집이 아닌 아래층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일이 종종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겉보기에는 모두 똑같이 생긴 아파트가 이런 상황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아파트는 외관은 거의 비슷하여, 동과 호수를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 구분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여러분에게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어떨까요? 초인종을 눌렀지만, 집에 아무도 없는 상황이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영화의 배경은 94년도여서 전화를 사용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과거 저의 어린 시절 집의 열쇠가 없는 경우에는 무작정 앉아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혹은 옆집에서 기다리며,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등장하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은희는 그렇지 않습니다. 은희는 안정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죠. 자신이 버려질 수도 있다는 불안에 살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에 대한 설명일 것입니다. 영화가 전개되면서도, 은희는 그 누구의 사랑도 받기가 어렵습니다. 위태로워 보이는 관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분명한 것은 은희는 단짝 친구도 있고, 남자 친구도 있고, 자신을 좋아해 주는 후배와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까지 있습니다. 그럼에도 은희는 불안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은희가 불안해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래의 은희가 과거의 영지에게

 

영화를 보면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을 이야기하라면 은희와 영지의 관계입니다. 우선 각자의 사회에서 두 사람의 위치는 비슷하게 그려집니다. 사람들에게 약간 소외가 된 인물이고, 비슷한 성장과정을 거친 인물로 추정됩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 인물 모두 왼손잡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의도를 가지고 캐스팅한 것은 아니지만, 캐스팅을 하고 보니 두 사람 모두 왼손잡이라는 기막힌 우연이 생겼습니다. 그 우연 덕분에 영화가 이야기하려는 메시지가 더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더욱 확고해진 샘입니다. 

은희가 영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동안 자신이 만났던 어른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지는 아이들을 건조한 태도로 대합니다. 하지만, 그 태도가 불쾌한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낮은 사람이 아닌 동등한 인격체로 대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과도한 배려는 오히려 불쾌함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자신보다 어리다고 무조건 살갑게 대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은희는 영지에게 많이 의지를 합니다. 반대로 영지도 은희에게 의지를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어떤 인간관계도 한 사람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죠. 영지가 은희에게 소포와 편지를 보낸 것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은희에게 받았던 것들에 대한 보답인 샘이죠. 그런 영지의 속마음과 내막이 영화에서는 자세히 등장하지는 않지만 영지 또한 은희를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많은 영화제와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았던 만큼 영화는 좋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좋은 완성도가 아주 큰 재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보시는 분에 따라서 이 영화는 아주 지루하고, 따분한 영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영화 자체도 친절한 편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 감상들의 대부분은 영화가 표현하려는 것과 일치한다고 보여집니다. 이는 영화의 해석이 굳이 필요 없을 것이라는 저의 생각입니다. 영화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이게 이런 의미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대부분 그 생각이 맞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영화가 보여주는 메시지나 이야기에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우리들]을 통해서 한국 독립 영화의 희망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벌새] 또한 새로운 감독의 발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한국 영화계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다음 리뷰는 영화 [블라인드 멜로디]입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5. 10. 12:38

시작하면서

 

처음, 보통사람, 법.

이 세 가지 키워드가 설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원들입니다. 2008년에 처음 시작된 국민참여 재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배심원들]의 인상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홍보자료를 봤을 때, 법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비교적 가볍게 풀어내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저의 예상과 맞았습니다. 하나 다른 점은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무거움과 가벼움이 공존하는 영화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영화의 초반, 배심원들이 선정되는 과정에 대해 짧게 보여주고 영화는 바로 사건에 대한 설명을 합니다.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이 상당히 진중하게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법원이 심리를 준비하는 과정들이 존재합니다. 이 과정에서 법관들이 국민 배심원들이 잘못된 판결을 내릴까 봐 걱정하는 부분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면 알게 되지만, 이런 걱정을 왜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결국, 배심원의 의견은 판사가 판결을 내리는데 참고만 될 뿐입니다. 굳이 잘못된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애초에 잘못된 판결이라고 단정 지어버리는 자세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떠나서 그들이 하는 걱정이 엄중한 걱정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설명들과 함께 영화는 기록된 파일을 다시 들춰보듯이 시간의 경과를 보여주면서, 영화 속 사건을 하나씩 살펴주고 있습니다. 

 

 

처음치고, 잘 만들어진 기성품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 자체는 재미있습니다. 감독의 첫 작품임에도 짜임새도 있고, 깔끔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신선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많이 봐왔던 다른 법정 콘텐츠가 크게 다르지는 않고,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한 억지가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이 영화만의 개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가 생각한 것보다 개그코드가 많습니다. 영화를 가볍게 하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한 것이 보입니다. 어쩌면, 법원이라는 곳과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나타나는 괴리들이 코미디로 표현됩니다. 하지만, 친숙하지 않은 사람이기에 기존 법관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아쉬운 점은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 내내 법관들이 혹은 배심원을 무시하는 태도가 저는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이 영화에서 극적인 효과를 얻어내기 위한 장치라는 것을 알지만, 오히려 그들을 존중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사건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는 이야기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영화에 몇몇 떡밥들은 회수되지 않은 점도 아쉽게 생각합니다.

 

 

영화의 목적 = 배심원의 목적?

영화의 목적이 배심원들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그들의 새로운 역할을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법관은 고리타분하고, 사건을 편파적으로 본다는 것이 영화의 목적이 아니라면 말이죠. 영화 내내 언론만 신경 쓰고, 배심원들의 의견 및 선택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주던 영화가 후반부에 ‘사실 이들도 이런 고뇌가 있고, 엄중한 책임이 있어’라는 식의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전개는 그리 좋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재판장인 김준겸 판사는 기존 법관과는 조금 다르다는 모습을 보여준 것을 괜찮았습니다. 배심원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인물이었던 그녀도 어느 사건에 의해서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면서, 다른 법관들과 비슷한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괜찮은 법관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도 결국 다른 법관들과 같은 법관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재밌는 점은 이런 모습이 배심원들 사이에서도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 아쉬운 점입니다. 배심원들 사이에도 계층 같은 것이 생기고, 그로 인해 재밌는 상황들이 많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배심원들의 캐릭터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습니다. 제가 5월 개봉 예정을 살펴보면서, 배심원들의 캐릭터 포스터를 본적 있습니다. 이 포스터를 통해, 배심원들의 배경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영화 속에서 해당 내용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재미가 반감되기도 하고, 인물의 행동이 이해가 부족하게 되는 지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다양성 영화가 아닌데…

이 영화는 CGV 아트하우스에서 배급하는 영화입니다. 제가 굳이 배급사를 콕 집어서 이야기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이게 왜 아트하우스 배급이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몇몇 영화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또한 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생각에는 두 가지 의미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영화의 느낌이 독립영화 같지 않습니다. 보통 한국의 독립영화는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애쓰거나, 약간 B급으로 만들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배심원들]들은 의미만을 내세우지고 않고, B급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기존 한국 독립영화와는 전혀 다른 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이 영화가 독립영화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다양성 영화에 대한 분류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독립영화는 제작, 배급의 규모로 분류를 하고, 예술영화는 영화의 예술성 및 독창성을 두고 분류를 합니다. 영화 [비긴 어게인]은 259억의 제작비로 제작이 되었지만, 예술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아서 예술영화로 분류되었습니다. 영화 [배심원들]은 독립영화, 예술영화가 아님에도 CGV 아트하우스에 배급을 하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영화제 수상작의 개봉지원을 한다는 점과 자본의 수급이 안정적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결국 독립영화 시장까지 대기업의 자본이 들어가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습니다. 최근 CGV 아트하우스의 영화들은 아트하우스라는 이름에 맞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배심원들]은?

영화 [배심원들]은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가벼운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건과 사연들에는 진중한 태도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어설픈 배심원들을 통한 적당한 개그와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여러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법을 가볍게 다루지 않으면서, 법을 집행하는 것에 대한 엄중함 그리고 그 뒤에 따르는 책임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심리를 하는 배심원들의 모습을 통해서, 진정한 심판, 법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배심원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뻔한 전개와 예상되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거부감이 들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그런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4 / 5  평범한 사람들의 법 이야기

posted by DdaDdaSsij 2019. 4. 24. 01:49

 프롤로그  스포일러는 최대한 하지 않기 위해 영화에 대한 내용 언급이 적습니다. 청소년과 심리에 대해서 관심이 있어서 할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영화의 내용과 다른 내용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신 분들에게는 매치가 되는 장면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거친 시기를 말하자면, 대부분은 청소년기를 이야기할 것입니다. 청소년기는 인간이 가장 야생적인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부분은 동물은 아기 때는 온순함과 많은 겁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 정도 성장을 하면 겁이 사라지면서 모든 것에 경계를 하고, 상당히 거칠어집니다. 그 시기가 인간에게는 청소년, 다른 말로는 사춘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기가 지나면, 인간들이 살아가는 약속과 교육을 받으면서 점차 다른 인간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것이겠죠.

 

제가 청소년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합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무식하게 용감한 모습입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에 사랑을 곁들여서, 틴에이지 로맨스 물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저는 후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들도 좋아합니다. 전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나의 소녀시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에게]가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지랄발광 17]나 한국 독립 영화 [용순], [바람] 같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저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좋아합니다. 청소년기는 가장 용기 있고,, 순수하면서,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시기입니다. 때문에 청소년이 주인공인 영화에서는 다양한 전개가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조금 자극적으로 느껴집니다. 영화 초반부터 느껴지는 이미지와 전개상에서 드러나는 그들의 행동들이 다소 과격하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우리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과 가까운 편입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후반으로 진행되면서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이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단지 서툴기 때문입니다. 욕망과 사랑을 구분하지 못하고, 호감과 미움의 경계가 얇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들이 거침없는 농담을 하는 이유는 그런 욕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끓어오르는 욕구를 그런 식으로 분출하는 것입니다. 그 욕구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영화 속에서 표현된 성적인 욕구일 수도 있고, 무언가를 쟁취하기 위한 욕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욕구가 대부분 성적인 것에 몰리는 이유는 성적인 욕구가 가장 1차원적인 욕구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욕구입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해소하고 싶어 하는 욕구이기도 합니다. 인물들은 서로에게 야한 농담이나 장난을 치면서, 그런 욕구를 해소하고 있습니다. 장난인 척하면서 자신의 진심을 툭툭 내뱉기도 하면서, 쌓여있는 응어리를 푸는 것입니다. 그런 행동들이 어른들이 보기에는 과격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어른들은 그런 그들의 행동에 옳고 그름을 알려줘야 합니다. 그것이 교육이 되는 것이죠.

 

영화는 그 욕구들을 하나씩 해소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청소년을 다룬 영화에서 많이 등장하는 첫 경험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첫 경험이라는 것이 꼭 성적인 것만 의미하는 것을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첫 경험에는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첫 경험은 청소년기에 이뤄질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그들은 다양한 경험을 합니다.

사실, 영화 속 경험들은 어른들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들이 존재합니다. 그런 경험을 받게 된 아이들의 모습은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거칠기만 하던 그들이 길을 잃은 양처럼 보이는 순간입니다.

 

 

주인공인 토르 크리스티안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습니다. 틈만 나면 야한 농담을 많이 하고, 같이 노는 여자친구인 베스 한나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합니다. 이들의 욕구를 푸는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베스 한나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어떤 행동을 취하지는 않지만, 같이 놀면서 쌓여있는 욕구들을 조금씩 푸는 것입니다. ‘토르 또한 좋아하는 감정을 단순 욕구로만 생각해왔습니다. 그렇게 성적인 욕구가 가득하던 그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변해갑니다. 욕구와 사랑은 다르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 중일 겁니다.

 

청소년에게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아직 스스로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 자체가 상당히 힘든 일입니다. 스스로의 한계를 알아가면서,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일이 많습니다.

주인공인 두 인물 모두 비슷한 상황들을 겪습니다. 둘은 스스로를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며, 나름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 다른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데, 자신만 유독 특출나게 못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하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겉으로 이야기를 안 해서 그런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회 속에서 한 사람은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남들이 생각하는 나 남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스스로 예상하는 나입니다. , 타인에 의해 나라는 사람의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내 스스로 온전히 나를 생각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타인의 시선에 의해 존재하는 사람입니다. 그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특히나 청소년기에는 타인의 시선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때문에 자신보다는 타인의 눈에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지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자신을 만들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모습은 거짓말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그 거짓말은 생각보다 빨리 들통납니다. 사람에게는 직관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예측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점은 과학적으로도 재미있는 주제입니다. 로봇은 사람의 얼굴만으로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어느 정도 구분을 해냅니다. 그것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직관이라는 것입니다. 이 직관을 통해 사람들은 타인이 거짓말을 하는지, 진심인지를 분별할 수 있습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의 판단이 이뤄지는 것이죠.

 

그렇게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이것이 사춘기 청소년이 거칠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의 내면에서 수많은 고민을 하고, 그 고민을 하는 자신을 나약하게 생각하고, 그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서 겉으로 더 거칠게 행동하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라도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타인에게 돌을 던지며 자신을 방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무심코 던진 돌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가 던진 돌에 자신이 맞으면서 자신이라는 돌은 점점 뭉툭해집니다. 각이 많던 돌이 풍파를 겪으면서 둥그런 돌이 되는 것과 같은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돌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여러 돌들과 부딪히면서 점점 뭉툭해지고, 둥그런 모양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마음의 돌들이 점점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모양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청소년기일 것입니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청소년기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당장, ‘토르의 누나들만 봐도 상당히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거침없는 성격을 가진 누나와 소녀감성을 장착하여 감성적인 시를 읊는 누나도 있습니다. 이처럼 청소년기를 겪는 그들의 모습들도 다양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사회라는 하나의 집단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지만, 남들만큼 하지 못한다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들에게 잊히게 되고, 죽을 것 같았던 그 시기가 지나면 다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이들의 행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초반, 이유보다는 행동과 결과를 위주로 보여주던 영화가 점점 행동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관객들에게 인물이 변한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합니다. 이점은 영화가 굳이 나서지 않더라도, 서사만으로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때문에 영화는 담담한 톤을 유지해도 설득력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 영화는 특별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청소년기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4 / 5 자주 던져서 뭉툭해진 돌멩이 같은 그들의 마음

 

posted by DdaDdaSsij 2019. 4. 19. 01:44

개인적으로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보기 전에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은 영화가 장애인을 어떤 태도로 보여주고 있느냐입니다. 2월에 개봉했던 영화 [증인]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증인]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로 인물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증인]이 진중하게 다루고 있다면, [나의 특별한 형제]는 다소 가벼운 톤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벼운 톤을 조금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때에 따라 다르겠지만,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주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조금 다르게 말하면, 흔하게 있는 일처럼 보여주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이런 생각은 익숙함과 관련이 있습니다. 한때, 서비스업 일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제가 있던 곳이 휠체어를 타시는 분들이 이용하기 편리한 곳이라서 휠체어 손님을 많이 응대했습니다. 처음에는 상당히 낯설고 어려웠습니다. 무언가 도와드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얼마 뒤에 금방 적응하였고 익숙한 일이 되었습니다. 물론, 휠체어를 탄다고 모든 분들이 장애인은 아닙니다. 다리를 다치는 등 다른 요인으로 인해 휠체어를 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휠체어를 타고 있는 분들을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십니다. 적어도 극장에 있는 이동식 좌석을 휠체어석이 아닌 장애인석이라고 부르는 것부터 그런 의식이 내재되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에서도 장애인을 다루는 태도를 조금 가볍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똑같은 사람인데, 더 특별하게 대하는 것이 역차별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영화에서 장애인의 특징을 웃음 코드로 사용하는 것은 정말 싫습니다. 과거 한국 영화에서는 장애를 가진 인물을 웃음 코드로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런 전적 때문에 [증인]이라는 영화가 관객들의 마음속에 더 와닿던 것 같습니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유쾌한 톤으로 다루면서도, 장애인들이 가지는 현실적인 문제와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영화 속 두 주인공의 설정입니다. 서로 다른 장애를 가지고 있는 두 인물의 각자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서로를 도와가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그것이 비장애인만큼 완벽함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나름 상호보완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야기 전개가 상당히 빠릅니다. 시간을 끌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함에도 영화는 과감하게 생략합니다. 영화는 어떠한 에피소드의 과정보다는 발단과 결말만 보여주면서, 상당히 빠르게 이야기를 전개시킵니다. 덕분에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조금만 지나면,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니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조금 뻔하게 느껴지는 것은 단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자체가 이런 구조가 아니면, 나오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대한 뻔하지 않게 보이기 위한 시도들이 보여서 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영화 [극한직업] 역시 구조적으로는 뻔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뻔하지 않게 보이려는 노력이 보였고, 그 노력들을 관객들 또한 인정해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영화들을 생각해보면, [극한직업]은 상당히 신선한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상당히 좋습니다.

 

이광수 배우의 연기가 상당히 돋보입니다. 사실, 지적장애를 가진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손가락 움직임이나, 얼굴 근육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 정도로 상당히 놀라운 연기였습니다.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신하균 배우는 이미 훌륭한 배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광수 배우보다 더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역할이기 때문에 얼굴로만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연기를 하거나, 말을 할 때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체를 사용한 감정연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신하균 배우는 몸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목조차 가누기 힘든 세하라는 인물을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이솜 배우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이솜 배우의 매력이 쏟아지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두 배우 모두 연기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저, 두 배우의 연기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셔도 아깝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상당히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영화가 궁극적으로 말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세히 말씀드리지는 않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치관과 부합하는 이야기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해줄 수 있는 도움이라는 것이 무언인지에 대한 질문에 이 영화의 결말이 답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가 있는 집에서 아이에게 교육용으로 보여주기에도 적합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도 좋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면서,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왜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그 원인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멀지 않은 곳에 있기 때문에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들이 생활하던 시설의 이름은 책임의 집입니다. 태어났으면, 살아가야 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말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전신 마비 장애인인 세하가 발버둥을 치는 것이 보이는 영화입니다. 그의 몸짓은 보이지 않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모두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4.5 / 5  두 배우의 완벽한 연기가 만들어낸 영화의 진정성

 

posted by DdaDdaSsij 2019. 3. 20. 01:08


도덕적인 이미지로 지지를 받은 도지사 후보인 구명회는 아들이 교통사고를 내고 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그는 아들을 자수시킵니다그리고 그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은 남자의 아버지인 유중식은 절망에 빠집니다사건의 뒤를 쫓으면서당시에 같이 있었던 며느리 최련화의 행방을 찾습니다인간의 여러 군상을 담은 영화입니다영화 [우상]입니다.



 

이 영화는 정말 어려운 영화입니다여러 이유가 있지만첫 번째로 대사가 안 들립니다영화를 보기 전에 간단한 후기를 찾아보면이 의견이 상당히 많았습니다일부 대사가 안 들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이 영화는 정말 역대급으로 대사가 안 들립니다이게 특정 몇 명의 문제라면 그 배우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지만그런 영역이 없습니다영화의 주연인 천우희 배우와 설경구 배우는 다른 작품에서 발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특히나설경구 배우의 경우 [우상]을 보기 전날에 [생일시사회를 다녀왔습니다이틀 연속으로 그의 영화를 봤는데, [생일]에서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그의 연기 톤이 흘리듯 이야기함에도 대사가 잘 들리는 편이었는데 [우상]은 상당히 많은 부분의 대사가 뭉개집니다가수 서태지의 노래처럼 들리지 않은 대사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실제로 대사가 잘 안 들려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차라리이 영화가 외국 영화였다면 이해가 더 잘 되었을 것 같습니다외국에서는 영화제 초청도 받은 것 같은데 그들은 외국인 관객이었기 때문에 자막을 통한 대사 전달이기 때문에 한국 사람보다 이해가 더 쉬웠을 것 같습니다.

 

그림만 보면서 대충 파악해본 영화의 내용은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이수진 감독이 했던 말처럼 영화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간단한 내용은 왜 이리 어렵게 이야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영화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많이 있고저도 많이 읽어 봤습니다인간의 우상 그리고 그 우상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물론영화를 보면서는 그런 생각이 안 들었던 것이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스릴이라는 가장 큰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편집점을 조금 빠르게 가져가면서 놀라게 하는 편집으로 긴장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개인적으로는 이런 편집을 좋아하지 않습니다영화를 제작할 때깜짝 놀라게 하는 것은 상당히 쉬운 편입니다때문에 공포영화가 스릴러물이 대부분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우상]에는 그런 장면들이 꽤나 많이 등장합니다이런 장면들이 없이도 이 영화는 스릴이 있는 영화입니다굳이 억지로 긴장감을 올릴 필요가 있었나 싶습니다잔인한 몇몇 장면들과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들은 제가 기대했던 [우상]이라는 영화에 대해 실망을 하게 되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영화 사조 중에 누벨바그가 있습니다프랑스어로 새로운 물결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누벨바그는 기존 영화의 틀에서 벗어난 연출을 보여주는 영화가 많았습니다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인 안달 루시아의 개는 여러 이상한 이미지를 나열하고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혹시영화가 궁금하시더라도 안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조금 고어한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우상]을 보면서단순한 이미지의 나열들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려고 하는 시도가 보였습니다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어떤 장면이 영화의 마지막에 비슷하게 표현이 되는 장면들이 보였습니다어떤 의미를 가지고 나열되었는지 예상은 됩니다.

 

그런데더 생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조금 난해하거나 어려운 영화들을 보면두 가지 반응이 생깁니다더 찾아보고 싶거나그냥 포기하게 되거나 입니다어떤 문제가 주어질 때흥미가 생기려면 그 문제가 이해가 될 것 같아야 합니다초등학생에게 대학교 문제를 내면관심이 없을 것입니다하지만초등학생 고학년에게 조금만 배우면 풀 수 있는 중학교 1학년 수준의 문제를 낸다면 그들은 조금 더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관심을 가지려면적어도 우리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최근에 봤던 영화들 중에서 [아사코]가 그런 영화였습니다영화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들의 나열들이었습니다하지만이 사건들이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고 그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리뷰를 쓰고 나서도이런 저런 글을 찾아봤습니다여러 해석도 찾아봤습니다영화 [우상]은 그런 생각이 드는 영화는 아닙니다영화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조차도 궁금하지 않았습니다그저 영화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저는 이 영화의 러닝타임이 144분이라는 것을 모르고 들어갔습니다.

 

저는 단점과 장점 중에 장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무엇이든 장점을 만들기 위해 단점이 되는 부분들이 존재합니다그 두 가지를 이익과 손실로 빠져봤을 때이익이 많을 땐 단점은 감안하는 것이고손실이 많으면 단점을 비판합니다제가 생각해도 이 영화는 상당히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솔직히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흔하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이수진 감독은 상당히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감독입니다하지만대사가 들리지 않는다는 상당히 큰 단점이 있습니다내용 전개의 문제보다는 흥미가 떨어지는 것이 문제입니다처음에는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가 어느 순간은 포기하게 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대사 듣기에 집중하니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아서 영화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도 없었습니다다시 보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다시 봐도 안 들릴테니까요혹시자막 달아서 상영하면 한 번 가볼 것 같습니다.

 

3 / 5  치명적인 단점이 장점까지 상쇄하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2. 25. 16:04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많은 이변이 있었습니다생각해보면매년 이변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오스카가 원하는 작품과 우리가 원하는 작품은 다르니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이 글에서는 이번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1.     가장 많은 수상작은?

 먼저가장 많은 부분에서 수상을 한 작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음향 믹싱음향 편집편집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4개 부문의 수상으로 가장 많은 수상을 했습니다그 위를 이어서 로마(감독외국어 영화, 촬영)와 블랙 팬서(음악의상미술), 그린 북(작품각본남우조연)이 각 3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그리고 더 페이버릿(여우주연), 블랙클린스맨(각색), 스타 이즈 본(주제가), 바이스(분장), 퍼스트맨(시각효과),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여우조연),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장편 애니)가 각 1개 부문씩 수상을 했습니다.

가장 많은 후보에 로마와 함께 가장 많은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던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1개 부문만 수상했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5개 부문의 후보였던 [보헤미안 랩소디]가 4개 부문을 수상하면서높은 수상률을 보여줬고같이 5개 부문의 후보였던 [그린 북]이 3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2.     인상적인 수상자는?

 개인적으로는 영화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를 통해 여우 주연상 첫 노미네이트와 함께 첫 수상을 한 올리비아 콜맨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시상식 중계를 했던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청룡영화제에서 진선규 배우의 수상소감이 떠올랐습니다감격스러운 감정과 위트 있는 수상소감으로 그녀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주제가 상을 받은 레이디 가가의 수상소감도 인상적이었습니다특히, ‘Shallow’를 같이 부른 브래들리 쿠퍼에게 나와 함께 이 노래를 가장 잘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온 지구를 통틀어당신밖에 없다 라고 이야기하며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그녀의 수상소감을 보면서그녀가 가수로 지내온 세월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게 된 순간까지의 과정이 느껴지면서, [스타 이즈 본]을 다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3.     축하무대는?

 많은 축하무대가 있지만저는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의 ‘Shallow’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그동안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보여준 무대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무대라고 생각합니다적어도 제가 봤던 무대 중에서는 가장 영화의 그 장면을 그대로 옮긴 듯한 무대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특히그들의 무대 마지막에 두 사람이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서 하나의 마이크로 노래를 부를 때가 가장 인상적입니다두 인물이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영화가 끝난 뒤의 잭슨과 앨리의 무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4.     의외의 수상 결과는??

오스카에는 여러 공식들이 있습니다그중에서 이번 시상식에서 적용될 수 있는 점은 분장상과 연기상 후보에 같이 오르면분장상을 받으면 연기상도 받는다는 것입니다. 2014년에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통해 분장상과 남우주연상(매튜 맥커너히)을 받았고작년 2018년에 [다기스트 아워]로 분장상과 남우주연상(개리 올드만)을 받았습니다올해도, [바이스]를 통해 분장을 하고 나온 크리스찬 베일의 수상을 예상했습니다분장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이견이 없을 정도로 좋은 연기를 보여준 그의 수상이 유력했죠.

하지만오스카는 역시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남우주연상은 라미 말렉이 받았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도 후보에는 안 올랐지만어느 정도의 분장이 들어갔기 때문일까요영화 속에서 프레디 머큐리를 완벽하게 재연한 라미 말렉이 수상을 했습니다연기라는 것이 얼굴의 표정이나 대사를 하는 톤이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의 몸 움직임입니다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하기 위해 그가 공연할 때 쓰던 제스처나 몸짓을 연구하고익혔다고 합니다그런 노력을 통해영화 속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남우 주연상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을 합니다한편으로는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던 오스카가 점점 변화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5.     인상적인 장면

 시상식에서 여러 에피소드가 등장하지만가장 인상적인 것은 감독상 수상이 될 것 같습니다감독상 시상을 위해서 작년에 감독상을 받은 기예르모 델 토르 감독이 나왔습니다그리고 그는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발음하기 쉬운 이름입니다

 

그리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이름이 불렸습니다두 감독은 멕시코 출신의 외국인입니다그런 두 사람이 무대 위에 올라와서 진한 포옹을 하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로마]라는 작품의 의미도 있겠지만그동안 미국과 멕시코의 정치적인 상황이나 미국 사람들이 멕시코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생각해보면 두 사람의 포옹은 상당히 진한 감동을 줍니다그리고 알폰소 쿠아론 감독 역시 무대 위에서 스페인어로 이야기를 하면서 자긍심을 보여줬습니다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에게 상을 주는 모습을 상상해본다면그들의 만남의 크기가 어느 정도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추가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촬영까지 본인이 직접 하면서, 촬영상을 받았습니다. 외국어 영화상, 촬영상, 작품상까지 그는 오늘 아카데미 시상식이 하는 동안 3번 무대를 올랐습니다. 3번의 수상소감을 하는 것도 기록이 아닐까 싶습니다. 


 

 

6.     아쉬운 점

 아쉬운 점이긴 한데이것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진행하는 현지 팀이 아니라 한국에서 단독 중계를 한 방송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를 진행한 두 진행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이동진 평론가는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하고 있습니다방송사가 바뀌면서다른 사람으로 바뀌지 않을까 했지만 그대로 중계를 하게 되었습니다문제는 오상진 아나운서와 안현모 통역사입니다두 사람의 진행 미숙이 상당히 서툴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특히안현모 통역사는 다른 사람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시작합니다방송의 가장 기초적인 것인 오디오가 겹치지 않아야 하는데자꾸 흐름을 끊습니다이동진 평론가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인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고흐름과 상관없이 자꾸 정리하려고 합니다뿐만 아니라진행 중에 나오는 영어 단어를 읽을 때 원어의 발음으로 이야기를 합니다이 부분은 원어로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하지만영어를 잘 모르는 분들이나 자막을 확인하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영어 표기법에 맞는 영어를 읽어줘야 그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이 점은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 강사들도 한국어를 해야 할 때는 영어 단어라도 한글로 읽습니다혹시다음 해에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를 하게 된다면 꼭 고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두 인물이 영화에 대한 지식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물론이동진 평론가가 영화적인 부분에서 해설을 해주기 때문에 많은 것을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하지만이동진 평론가가 어느 정도 이야기를 했을 때그것에 대한 추가적인 질문이 오가는 상황이 아니라 그저 대본에 있는 질문만 하는 것으로 느껴집니다예전에 김태훈 칼럼니스트와 이동진 평론가가 진행을 했을 때는 상당히 심도 있는 대화가 이뤄져서 상당히 좋았습니다그 뒤로 진행하게 된정지영 아나운서나 신아영 아나운서 역시 어느 정도 공부를 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 점은 진행자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방송을 준비한 제작진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특히시상식을 실시간 번역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나왔습니다번역가가 영화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으로 보였습니다수상소감 도중에 20세기 폭스사 소속의 다른 배급사가 있습니다폭스 서치라이트라는 배급사인데다양성 영화를 제작 배급하는 회사입니다몇몇 수상자들이 이 회사에 대한 감사 표시를 했는데 번역에는 정확한 단어로 표기가 안되어 있습니다이 부분은 모를 수도 있습니다조금 깊은 지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 [라쇼몽], [대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이 부분을 영화 이름으로 번역이 아닌 영어 발음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라쇼몽]은 그럴 수 있어도 [대부]를 갓파더’ 라고 보내는 것은 번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실시간 번역이라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영화 마니아들과 관련 업계 사람들이 많이 보게 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런 실수는 아쉽게 느껴집니다.

 

한편으로는 한 명의 진행자와 한 명의 평론가그리고 영화 번역가와 함께 이야기를 진행했다면 조금 더 좋은 프로그램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진행자가 영어를 할 수 있어도영화 용어는 약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 상황을 전해주거나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적절하게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7.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고 난 뒤에

아카데미 시상식과 한국의 시상식과 다른 점을 생각해보면신인상이 없다는 점입니다영화를 볼 때이 배우 혹은 감독이 신인이라는 것을 관객을 고려하고 보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아카데미에서는 이 부분을 제외했습니다그리고 인기와 관련된 상 또한 없습니다한국에서 영화 관련 시상식을 생각하면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청룡 영화 상입니다청룡 영화 상만 해도 각 부분의 신인상과 인기 스타상을 시상합니다음향 관련 부분도 없고의상이나 분장도 미술로 다 포함했습니다아무래도방송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 이 부분을 줄이는 것일 겁니다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역시 방송사의 압박으로 3시간 미만으로 줄이기 위해서일부 시상을 중간 광고 시간에 진행하기로 했었습니다그리고 많은 반대 여론에 부딪히면서결국 기존 방식으로 진행을 했습니다한국의 청룡영화상은 2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진행합니다이 시간에 시상을 끝내기 위해서는 시상수를 줄여야 할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이런 시상식을 대하는 영화인들의 태도도 중요합니다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수상을 하게 되는 스태프들 역시 정장이나 드레스를 차려입고 옵니다심지어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단편 영화상을 받은 수상자들 역시 그렇습니다하지만한국의 영화상들을 보면 배우들이 아니면 차려 입고 오는 사람이 없습니다패딩이나 일상복을 입거나 심지어는 모자를 쓰고 오기도 합니다이런 행동은 스스로는 낮은 사람이라고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한국에서 방송을 통해 진행되는 영화 관련 시상식은 청룡영화상이 유일합니다스스로를 멋있고 당당한 사람이라고 말해도 모자를 시간에 그냥 추레하게 나오는 것은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수상소감고마운 사람 이야기는 짧게 하시고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수상소감 3분 동안 자신의 주변 사람만 이야기하고 내려가는 분은 상 반납했으면 좋겠습니다정말 성의 없게 느껴집니다할 말 없으면그냥 고맙다는 한 마디만 하고 내려갔으면 좋겠습니다.

 

작품상

그린 북

남우 주연상

라미 말렉 (보헤미안 랩소디)

여우 주연상

올리비아 콜맨(더 페이버릿)

남우 조연상

마허샬라 알리(그린 북)

여주 조연상

레지나 킹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

감독상

알폰소 쿠아론

(로마)

각본상

그린 북

각색상

블랙클린스맨

촬영상

로마

미술상

블랙 팬서

의상상

블랙 팬서

편집상

보헤미안 랩소디

시각효과상

퍼스트맨

분장상

바이스

주제가상

스타 이즈 본

음악상

블랙 팬서

외국어상

로마

장편 애니메이션상

스파이더 맨 : 뉴 유니버스

음향믹싱상

보헤미안 랩소디

음향편집상

보헤미안 랩소디

 

 수상작들의 리뷰를 만나보세요. 

1. 그린 북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 4.5 / 5)

 https://perkmha.blog.me/221439040899

2. 보헤미안 랩소디 (서사, 감정, 음악, 볼거리의 균형이 잘 잡힌 그들의 합주 4.5 / 5) 

https://perkmha.blog.me/221389219339

3. 로마 (하나의 이야기 속 다양한 이야기 4.5 / 5) 

https://perkmha.blog.me/221422228906

4. 블랙팬서 (최빈국 와칸다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4.5 / 5) 

https://perkmha.blog.me/221209060737

5.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 (무게와 함께 날아간 개성 3.5 / 5)

https://perkmha.blog.me/221458881970

6. 스타 이즈 본 (서로를 위해 변해간다는 것에 대하여 3 / 5)

https://perkmha.blog.me/221375121391

7. 퍼스트 맨 (노력은 꿈을 배신하지 않는다 5 / 5)

https://perkmha.blog.me/221380523298

7. 스파이더 맨 : 뉴 유니버스 (신선함이 최고를 뜻하지는 않는다 4 / 5)

https://perkmha.blog.me/221417366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