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daDdaSsij 2019. 9. 6. 20:20

현실과 이상 속에서 어느 곳을 쫓아가야 할까요? 과거 동물원은 사람들을 위한 전시의 공간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지역마다 무차별적으로 동물원이 만들어졌습니다. 심지어 저희 동네 있는 큰 공원에도 동물원이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죠. 

최근 동물원은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동물원의 존폐 여부에 대한 이야기와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아직까지 동물원을 찾는 사람이 있고, 동물을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 또한 있습니다. 이렇게 동물원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는 상황에서 이 영화가 보여주는 동물원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습니다. 

 

 

 

다큐의 이상

 

제가 생각하는 다큐멘터리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기록을 하는 영화입니다. 사건의 발단과 전개 그리고 결말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지금은 어느 상태이고, 인물들은 무엇을 하고 있다는 식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밝혀지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 탐구하는 것보다는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다큐멘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동물, 원]은 꽤 중립적인 태도를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동물원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감독과 수의사 및 사육사들도 잘 알고 있으며, 그렇기에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물들의 다양한 인터뷰를 넣어서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는 다른 다큐멘터리와 다르게 [동물, 원]은 인터뷰는 최대한 줄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상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상황에서 혹은 인물의 심경에 대해서 간단하게 보여주고, 영화는 동물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외의 개그들이 등장하는데, 이 개그들은 오로지 인물들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주고받은 농담들입니다. 웃기기 위해서 작정을 하고 덤벼도, 웃기지 않은 영화가 태반인데 사람들의 일상의 대화는 상당히 재미가 있습니다. 

 

 

영화의 시각

 

인상적인 내용은 동물원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입니다. 동물들에게는 동물원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그 이야기와 함께 동물원에 있는 사육사들과 수의사들이 동물과 함께 하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동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동물원에 있는 사람들이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말하는 동물원은 동물을 전시만 하는 곳은 아닙니다. 멸종 위기종을 지키기 위해서 인공 수정을 하기도 하고, 돌연변이 때문에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을 보호하기도 하며, 아픈 동물들을 보살피며 살아갑니다.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는 동물에게는 동물원이 보호할 수 있는 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상황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제목인 [동물, 원]에 있는 쉼표 하나는 동물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영어 제목으로 해석을 해보자면, 동물들의 정원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원의 한자 뜻인 동산을 강조하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병원의 기능을 하고 있기에 원이라는 한 글자에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아이러니

 

동물원을 다루는 만큼 영화 속 동물들을 모습을 보면서 힐링을 하는 듯한 기분마저 듭니다. 그와 동시에 동물의 야생성이 드러나는 장면도 보여서 말 그대로 동물의 본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통해서 한 가지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같이 영화를 본 관객들과 저도 동물들의 모습을 보여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은 동물원이 없었다면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반려 동물이 아니라면, 다른 동물을 보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동물원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지만, 동물들은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동물원이 더 나은 생활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사람의 생각일 것입니다. 물론, 동물의 생각을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의 생각을 알고 싶네요. 그렇다면 사람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테니 말이죠. 

 

영화 [살인의 추억]의 엔딩 장면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범인을 찾던 주인공이 수십 년이 지난 뒤에 사건의 현장을 찾아, 카메라를 바라보며 영화가 끝납니다. [동물, 원]의 엔딩도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동물들이 카메라를 바라보는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가 됩니다.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서 인물이 카메라를 정면을 바라보는 경우는 시점 샷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영화는 철저하게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인물이 카메라를 본다는 것은 관찰자를 의식한다는 행위입니다. 이때 관객들은 몰래 훔쳐보다가 들킨 것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동물들이 카메라를 보는 장면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넘기는 행위일 것입니다. 마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라고 묻거나 혹은 이 이야기들이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이야기,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그리고 마주 해야 할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적인 시선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동물들의 동물원이 되는 것이죠. 즉, 동물원이 아닌 사람'원'이 되는 것입니다. 철창을 통해 그들이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그리고 다른 동물들에게 구경당하는 관객들의 느낌은 어땠을까요? 결국 사람도 동물이니 우리의 생각과 그들의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대로

 

이러한 모습들은 다큐멘터리가 할 수 있는 기능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다큐멘터리는 기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기록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무언가는 깨닫도록 강요하면 안 됩니다. 사람마다 판단의 기준은 다르기 때문에 다큐멘터리가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는 그 결정은 관객 스스로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어떤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그 영화의 이야기는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현 상황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게 된 것은 더 오랜 시간 기억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큐멘터리야 말로 사실이 보여주는 힘을 보여주는 장르이기 때문이죠. 

 

posted by DdaDdaSsij 2019. 9. 5. 20:28

 

모든 것이 경쟁하는 시대에게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한 때 유행처럼 만들어진 오디션 프로그램이 바로 그런 심리를 자극하는 콘텐츠입니다. 지금까지도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고,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경쟁이라는 소재는 어느 콘텐츠에서도 관심을 받을 만한 소재입니다.

 

영화 [틴 스피릿]은 주인공 바이올렛(엘르 패닝)이 틴 스피릿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이렇게 소개하기는 하지만, 실상 영화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6월에 몇몇 시사회를 열면서, 6월 개봉을 예정하고 있었지만, [알라딘]과 [기생충]의 기세가 생각보다 강하여서 그런 것인지, 개봉을 미뤘습니다. 당시 시사회 직후에 좋지 않은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https://youtu.be/PI8yh9QkE3c

 

 

오디션과 경쟁

 

영화 속에서도 경쟁은 흥미를 유발하는 좋은 소재입니다. 이런 경쟁구도를 앞세워서 [배대슈]라는 영화가 등장하기도 했고, (제목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도 많은 영화들이 경쟁이라는 코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경쟁은 누구에게나 공감이 가능한 설정이며, 그 경쟁을 통해서 긴장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경쟁을 전면으로 내세운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경쟁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경쟁자들의 우정과 의리를 강조하면서,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상당히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이라는 것을 전면으로 내세운 오디션 프로그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인물을 보여줄 것이라는 나름의 기대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경쟁에 대한 모습이 그리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경쟁은 분명 사람에게 스트레스의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 스트레스 때문에 괜히 예민해지기도 하고, 경쟁 때문에 소홀해지는 것들을 경쟁의 마지막에 떠올리면 감동까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은 그리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지 않습니다.

 

영화는 가수를 꿈꾸는 섬 마을 소녀인 바이올렛(엘르 패닝)이 오디션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오페라 가수 출신 블라드(즐라트코 버릭)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주인공인 바이올렛의 꿈을 응원하기보다는 블라드를 응원하게 됩니다. 그녀의 모습은 가수에 대한 꿈이 간절한 소녀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꿈을 응원해야 할 관객들은 그녀보다는 블라드에게 더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매력적이지 않아서 크게 공감하지 못하게 되고, 주인공이 보여주는 모습 또한 가수가 되는 것이 간절하게 그려지기보다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게 된 한 사람의 이야기로 느껴집니다. 그만큼 주인공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음악의 스토리

 

음악이 등장하는 영화는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긴 어게인]과 [라라 랜드]로 대변되는 음악 영화의 장점은 평소에는 들을 수 없는 볼륨과 성능 좋은 스피커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점과 음악 자체가 주는 감정의 동요가 영화와 어우러져 영화의 감동이 배가 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긴 어게인]의 마지막 장면에는 에덤 리바인의 ‘Lost Star’가 등장합니다. 이 노래는 아직까지도 많은 분들에게 회자가 될 뿐만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아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라라 랜드]에도 라이언 고슬링이 부른 ‘City of star’가 있습니다. 이 노래 또한 많은 분들이 알고 있으며, 많은 패러디를 낳기도 했습니다.

이 두 음악이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는 것은 영화 속 이야기가 이 음악 하나로 모든 것을 대변하기 때문입니다. 이 음악들은 왜 영화의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있었을까요?

 

단순 음악이 좋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틴 스피릿]에 나온 음악은 좋지 않아서 기억되지 않은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음악 또한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노래가 그리 좋지 않더라도 음악을 큰 사운드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매력적인 요소가 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도 기억에 남는 음악이 없으며, 극장을 나오면서 영화의 OST를 찾게 되지도 않았습니다.

 

그 이유에는 이 노래에는 사연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영화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부실하거나, 인물의 처지를 대변하는 만큼의 음악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겠죠.

 

 

 

공감이 없는 음악

 

오디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물들의 성장입니다. 가장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들은 비공개 녹화인 예선을 통해서 많은 인원이 선발되고, 그중 TOP 10이 생방송 무대에서 경연을 하게 됩니다. 많은 경쟁 속에서 조금씩 부족한 모습을 보이던 그들은 생방송 무대에서 다이어트와 메이크업 및 많은 교육을 통해서 프로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프로듀스 101]과 같은 프로그램 또한 인물들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성장에 내가 직접적으로 관여를 했다고 느끼게 하여서, 그들의 성장에 더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자신의 자식처럼 그 인물의 성장이 나의 기쁨으로 다가오는 것이죠.

 

경쟁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성장입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해 한 번에 알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장점과 단점을 볼 수 있게 되며, 그로 인해 자신이 부족한 점에 대해서 채워가는 과정이 성장의 과정일 것입니다.

 

영화에서도 관객들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요소는 성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영화에서 전반부와 후반부에 인물의 변화를 주어서 인물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서, 관객들로 하여금 뿌듯함 혹은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서 흥미를 유발합니다.

 

앞서 언급한 두 영화인 [비긴 어게인]과 [라라 랜드]의 대표 곡에는 인물의 성장이 담겨있습니다. 이를 리프레이즈(Reprise)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긴 어게인]의 ‘Lost star’는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가 만들었던 초기에는 어쿠스틱 버전의 느린 템포였습니다. 하지만, 영화에 마지막에 등장하는 데이브(애덤 리바인)의 노래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그런 모습에 그레타는 마음의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라라 랜드]의 ‘City of star’ 또한 처음에는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이 혼자 부르던 노래였습니다. 그 뒤에 미아(엠마 스톤)와 연인이 되면서 두 사람이 같이 부르게 되었고, 두 사람이 함께 꿈꾸던 이상을 보여주는 음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많은 리프레이즈가 되었던 음악이 이들의 테마 음악입니다. [라라 랜드]는 리프레이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만들어진 음악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틴 스피릿]은 리프레이즈가 없어서 음악이 기억에 남지 않았던 것일까요?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리프레이즈가 전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에 남는 음악을 만들어 낸 영화도 있습니다. 바로 [알라딘]입니다. ‘A whole new world’는 이미 유명한 곡이기에 많은 분들이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사 영화에서 처음 등장함에도 ‘Speechless’는 많은 분들이 찾고 있으며, 노래방 팝송 순위에도 상위권을 유지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가 기억에 남은 이유 또한 인물의 성장을 대변하는 노래이기 때문이죠.

 

영화 속 쟈스민(나오미 스콧)이 자신이 직접 나서서 자신의 왕국을 구하게 되는 변환점을 보여주는 노래로 그전부터 쟈스민이 받아왔던 차별에 대해서 정면으로 맞서게 되는 장면이죠. 이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며, 이 장면을 ‘Speechless’라는 노래로 표현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더욱 감정적인 공감을 불러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는 그런 장면과 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나름대로는 그런 부분을 만들려고 했겠지만, 그전에 관객들이 바이올렛(엘르 패닝)이라는 인물에게 감정적인 공감이나 이입이 안되었기 때문에 아무리 감정을 표현하는 노래를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그 감정에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노래의 가사나 멜로디에 공감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만큼은 주인공이 내가 되는 감정적 공유가 있어야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을 구축하는 것에 실패했습니다. 그 실패한 이유를 이야기하자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간절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음악적 성장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 외에도 있지만, 다 이야기하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이쯤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음악과 성장이라는 좋은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100% 활용하지 못한 것이 가장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음악영화라는 것을 이용하여서, 둥둥거리는 베이스와 신나는 비트를 이용해서 관객들을 현혹시키려고만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운드는 극장의 스펙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관객들이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어느 극장에서나 똑같이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영화가 음악으로 승부를 하려고 했다면, 음향 특화관에만 상영을 했어야 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죠.

 

posted by DdaDdaSsij 2019. 9. 2. 15:22

영화에서 반전은 관객들에게 희열을 주는 장치가 될 수도 있지만, 제대로 갖추지 않은 반전은 도리어 큰 화를 부를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반전을 크게 기대하는 편은 아닙니다. 반전보다는 스토리의 구성과 표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완벽한 팝콘 무비입니다. 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 좋은 영화입니다. 이 말은 어떤 생각이라도 하게 된다면, 바로 재미가 없어지는 영화라는 의미입니다.

 

 

여성 스파이 액션

 

영화의 장르로 스파이 액션은 매력이 많은 영화입니다. 스파이라는 코드가 관객들에게 두뇌 유희를 가져오는 요소입니다.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액션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요소입니다. 이 두 요소가 합쳐진 스파이 액션은 관객들의 많은 감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장르이며, 많은 영화가 제작됩니다. 그리고 영화가 큰 포부를 담고 있지 않아도 가볍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에게는 이 영화의 액션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실험적인 것보다는 완성도가 있는 액션을 좋아합니다. 완성도라는 것은 단순히 액션의 합이 아닌 그것을 보여주는 카메라의 프레이밍과 움직임, 편집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보수적인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크게 모나지 않고, 그럭저럭 적당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성별을 구별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구별하게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액션일 것입니다. 액션에서 성별을 나누는 이유는 성별에 따른 신체적, 물리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남성의 액션은 몸의 크기나 물리적인 힘과 같이 신체적인 조건에서 차이가 때문에 이를 상대하는 여성은 속도와 기술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여성 액션은 속도와 현란한 기술이 주가 되는 액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저는 여성 액션을 조금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영화 [안나] 또한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영화의 대부분이 안나의 액션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꽤 많은 액션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저는 대부분의 액션 장면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적어도 액션 장면만큼은 전체적으로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아주 뛰어나다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사실은 말이야... 

 

하지만, 이 영화는 아주 큰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구조가 상당히 난잡하다고 하고 싶습니다. 큰 스토리만 보면,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팝콘 무비가 품질 좋은 스토리를 보여주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서 큰 기대를 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액션의 연결이라고 될 정도의 이야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영화는 그냥 이야기를 하면 되는 것을 자꾸 다시 이야기합니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관객들의 예상에서 벗어나는 일이 생깁니다. 그러면, 영화는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설명을 합니다. 이런 구조를 가진 영화는 자주 봐왔습니다. 대부분은 플래시 백 형태로 처리는 하거나, 이런 변화를 이용하여서 영화를 두 부분으로 나눠서 기존에 펼쳐지던 이야기와 전혀 다른 형태로 이야기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를 이용해서 반전의 효과도 만드는 것이죠. 

[안나]는 그런 장치가 너무 많이 등장합니다. 처음 1~2번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5년 후로 넘어가더니,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2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3년 후로 넘어갑니다. 이런 식으로 자꾸 시간을 넘나 드는 상황이 생기니 나중에는 그냥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됩니다. 

결국 이러한 전개가 후반부에 가서는 뻔히 예상되는 전개가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되니, 이런 장치가 보여줘야 하는 극적인 효과가 사라지게 되는 샘이죠. 

 

 

샤샤 루스

 

하지만 이 영화는 샤샤 루스라는 치트키를 가지고 있습니다. 샤샤 루스는 이 영화를 통해서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5 원소]의 리루, [레옹]의 마틸다, 니키타의 모습까지 그동안 뤽 배송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서 보여준 여성 캐릭터의 모습을 모두 샤샤 루스에게 투영시켰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여러 모습을 정말 자연스럽게 소화한 샤샤 루스가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영화의 스틸 사진만 봐도 정말 다양한 모습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178cm의 장신에서 나오는 시원시원한 움직임은 그녀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합니다. 이 영화는 샤샤 루스가 거의 모든 것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녀의 존재감이 확실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 두 남자 배우입니다. 루크 에반스와 킬리언 머피의 영화 속 모습 또한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전혀 상반된 매력을 보여주는 두 배우 또한 이 영화를 매력적으로 보이는 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이들의 노출 또한 어느 정도 등장하고, 총격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이 있어서 청불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15세 관람가였습니다. 정말 관람 등급은 알다 가도 모르겠네요. 

 

 

 

 

스토리나 구성에 있어서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주연 배우들의 매력과 시원한 액션 장면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돋보이게 합니다. 한 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뤽 베송 감독의 영화들이지만, 이 영화는 나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액션을 보기 위해 이 영화를 선택한다면 그리 실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이상을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이 영화가 좋은 선택은 안 될 것 같습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8. 30. 15:41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진실일 것입니다. 사실을 탐구하는 뉴스나 교양 프로그램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도 진실은 누구나 알고 싶어 합니다.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이나 자신이 호감이 있는 상대 혹은 나에게 퇴근하라고 하는 상사의 속마음을 알고 싶어 합니다.

 

사람들이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은 그만큼 많은 거짓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생활 속에서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분명하게 밝혀내는 것도 능력이라고 볼 수 있는 세상이죠. 여러분도 진실에 대해서 알고 싶으신가요? 

 

 

 

 

맹인 목격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목격이라는 말 자체가 눈으로 본다는 행위를 정의하는 단어이기 때문이죠. 영화는 그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이전에도 시각 장애인이 사건 현장에 있게 되는 영화들이 있었습니다. 한국 영화 중에서도 김하늘과 유승호가 출연한 [블라인드]라는 영화가 있었죠. 이 영화도 시각 장애인이라는 캐릭터를 잘 살린 스릴러로 나름 볼만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시각장애인 행세를 하고 다니는 아카쉬가 살인 사건의 현장을 목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이런 설정을 가져왔을 때, 영화에게는 몇 가지 관문이 주어집니다. 

 

1. 왜 주인공 아카쉬는 시각 장애인 행세를 하고 다니는 가

2. 정보의 불일치에서 오는 스릴을 얼마나 잘 살릴 수 있는 가

 

스스로 이런 질문을 가지고 영화를 관람했고, 영화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첫 번째 질문을 해결하는 방식은 상당히 영리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방식은 [어벤저스]에서 많이 보여준 방식입니다. 

관객들은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지만, 영화는 그런 관객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 문제를 별 것 아닌 것처럼 간단하게 넘겨버립니다. 영화가 이런 방법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 사건이 영화의 주요 사건이 아닌 것 입이죠. 결국 영화는 아카쉬가 시각 장애인 행세를 하는 이유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행위가 중요한 것이죠. 

 

아카쉬가 하는 작은 거짓말을 시작으로 영화는 인물들에게 오디션 프로그램 마냥 거짓말 배틀을 시키고 있습니다. 누가 더 크고, 재미있는 거짓말을 하는지 시합을 하는 것처럼 거짓말이 난무하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런 거짓말이 재미의 포인트가 됩니다. 영화의 초반부터 진실에 집중하여서 영화를 보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부터 그 진실을 찾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영화는 끝까지 관객들의 예상에 동조해줄 생각이 없습니다. 이런 영화가 한국에도 한 편 있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죠. (그렇다고, 이 영화가 [기생충]과 동급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인도의 스릴러

 

인도 영화하면 발리우드라는 단어를 떠 올릴 것입니다. 인도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동안 봐왔던 인도 영화와 스릴러라는 단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도 중독성 강한 ‘알 이즈 웰’을 만들어 낸 [세 얼간이] 또한 진지함과 유쾌함을 오가는 영화로 발리우드의 기조는 유쾌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인도 사람들의 긍정적인 마인드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그런 유쾌함이 있는 인도 영화에 스릴러라는 장르는 새로운 느낌이 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막상 보면 음악을 음악대로, 스릴을 스릴대로 괜찮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유쾌함이 영화의 스릴을 방해하는 느낌은 전혀 안 듭니다. 특히나 인상적인 것은 감독이 스릴을 형성하는 방법입니다. 긴장감 있는 음악으로 인한 긴장감의 조성보다는 음악은 자제하되, 날카로운 소리나 큰 소리로 귀에 거슬리는 사운드를 지속적으로 흘려서 관객들의 긴장감을 유지시키고 있습니다.

 

사실, 영화 속에서 전혀 상반된 스타일의 음악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면, 영화의 분위기를 헤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분위기는 스위치처럼 순식간에 전환되는 것이 아니기에 은연중에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형성해줘야 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형성한 것이 영화의 첫 장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소 생뚱맞은 장면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영화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이 장면을 통해서 영화의 긴장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장면이 왜 나왔는지 영화의 후반에 등장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별 일 아닌 이유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냐는 것이죠.

 

 

 

음악과 영화

 

영화와 음악은 바늘과 실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이 전혀 없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면서 괴상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음악이 나와야 할 것 같은데, 안 나오니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이죠. 

이 영화 역시 인도 영화답게 아주 많은 음악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의 직업이 피아니스트인지라 피아노 연주곡도 많이 등장하는데, 영화의 어느 장면은 [라라 랜드]의 라이언 고슬링 같은 느낌이 들고, 영화의 후반부에 마치 [라라 랜드]에 등장한 것 같은 장면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물론, 전혀 상관없는 연출입니다. (감독이 공식적으로 한 이야기는 아니고, 저의 추측입니다)

 

그리고 감독이 영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연주를 하는 사이에 앞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다고 상상을 해봅시다. 영화는 어떤 식으로 연출을 하게 될까요? 다른 인물들은 소리가 날 수 있는 상황은 최대한 줄이고, 인물들은 다급하게 행동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스릴이 발생하기 때문에 음악 리듬에 맞춘 편집을 통해서 여러 장면을 짧은 컷으로 보여줬을 것 같습니다. 저라면 그렇게 하겠지만, 감독은 그런 뻔한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감독은 카메라를 고정시켜서, 전경에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아카쉬를 후경에는 살인 사건의 현장을 정리하는 두 사람을 배치했습니다. 이런 배치를 통해서, 평화롭게 피아노 연주를 하는 아카쉬와 살인 현장을 정리하는 두 사람의 대비를 한 장면으로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죠. 그리고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카메라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이 마치 과거 무성영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무성 영화가 만들어지던 당시의 영화는 녹음이 불가능해서, 화면만 찍은 영화를 상영하는 현장에서 오케스트라가 화면에 맞춰서 연주를 하는 방식으로 상영을 했습니다. 그래서 대사 없이 행동 위주의 이야기가 진행되며, 모든 장면에 클래식 악기를 바탕으로 한 음악이 연주되었습니다.

주인공이 시각적인 정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행동을 지켜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청각적인 정보가 차단된 영상을 통해서, 정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에 맞는 음악까지 들리니 더더욱 무성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버릴 것이 없는 영화입니다. 모든 부분이 의미가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어느 하나 허투루 지나가는 것이 없습니다. 영화의 초반부에 등장한 뜬금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영화 중간중간에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는 별 생각이 안 들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되돌아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분명한 것은 이 영화의 결말 또한 영화의 어느 부분에 그 암시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진실과 거짓을 분명하게 분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당시에는 알 수 없으나 지나고 생각해보면, 그것을 알 수 있는 장치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습니다. 다시 관람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재관람한다면 ‘아~’라는 감탄사가 제법 나올 것 같은 영화입니다. 

 

 

다음 리뷰는 영화 [안나]입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8. 28. 16:03

상당히 반가운 영화입니다. 최근 멜로 영화들은 코미디가 결합된 방식의 가볍거나, 장르로 혼입이 되어서 사용되곤 합니다. 이 영화는 90년대 한국 멜로 영화의 전성기라고 부를 수 있는 시기에 볼 수 있었던 느낌의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 시대의 사랑하는 방법과 현대의 사랑은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 본질에 가까이 다가간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영화

 

멜로 영화는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볼거리를 제공하거나, 새로운 경험을 주는 영화가 아닌 공감을 주는 영화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를 특별하게 보여주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멜로 영화는 관객들의 감정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들을 무장해제시킬 장치들도 필요합니다. [유열의 음악 앨범] 레트로 감성을 보여주는 영화이기에 실제 90년대를 살았던 분들에게는 이 영화가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90년대를 대표하는 음악들과 그 시대를 보여주는 소품의 디테일들은 당시의 시대로 시간 여행을 하는 것은 기분이 듭니다. 이런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큰 요소는 영화에 삽입된 음악입니다. 이것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당시에 발표된 음악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모습입니다.

 

정지우 감독의 이야기처럼 영화에 가사가 있는 음악을 쓰는 경우는 가사로 인해 영화의 내용이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사용하는 편입니다. 이런 사항에 대해서 영화는 정면 돌파를 선택합니다. 영화의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전면으로 내세워서 그 장면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죠.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자유시대, 영원한 사랑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사용된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이들의 심경에 대한 설명을 노래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와 닿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정을 따라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멜로는 감정이 중요한 영화입니다. 한국의 멜로 거장이라고 불리는 허진호 감독의 영화인 [8월의 크리스마스]는 두 인물 표현이 상당히 잘 되어 있는 영화입니다. 인물의 감정 표현은 인물이 슬픈 표정을 지어서 슬퍼 보이는 것과 같은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인물이 울고 있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소한 일상을 보내며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던 주인공 정원에게 그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없는 이유가 생기고, 자신이 없어지고 남게 될 사람들을 위해서 하나씩 준비를 하는 과정들이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장면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리모컨 사용방법을 알려주는 장면이죠. 그에게 아무런 일이 없었다면, 그냥 웃으면서 넘어갔을 일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이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죠

이런 모습은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유명한 장면을 통해서도 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왜 아버지가 싸준 쌈 하나에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요? 이런 장면은 대사로 표현하지 않아도, 인물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인물의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입니다

멜로의 모습은 아니지만, 영화 속에서 감정을 다룰 때는 이런 식으로 배경을 알고 있어야 이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될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두 상황은 인물의 배경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면, 상당히 예민한 캐릭터도 느껴지거나, 혹은 밥 먹다가 혀를 깨물어서 펑펑 우는 나약한 사람으로 보일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서사를 통해서 감정의 변화 혹은 공감을 위해서는 이 인물들에게 당위성 혹은 상황에 대한 개연성이 필요한 것이죠. 이 영화의 취약한 점이 바로 이런 점입니다. 우연한 계기로 3번의 만남이 이뤄졌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3번 모두 서로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우연하게도 3번 모두 각자 애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3번 모두 비슷한 이유로 헤어집니다

연애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헤어진 사람과 다시 만나는 것은 버린 쓰레기를 다시 집으로 들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꺼려하는 일입니다. 만약에 영화가 이런 내용을 다루고 싶었다면, 인물들이 서로를 다시 만나야 하는 이유가 필요합니다

1년 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너의 결혼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주인공 우연은 승희에게 첫눈에 반했습니다. 우연은 끈질긴 구애를 통해, 승희와 사귀게 되었고 둘은 즐거운 나날을 보냅니다. 그리고 승희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승희는 이미 남자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우연은 그녀를 포기하지 못하고, 그녀와 다시 만나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이 영화는 첫사랑이라는 판타지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중반부 이후에는 현실적인 이야기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우연의 순애보 행보가 이해가 되는 것은 우연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전개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축학 개론] 또한 그렇습니다첫사랑이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두 사람의 추억 위주의 이야기로만 전개되어 마음은 크지만, 서툴렀던 그때의 모습을 적절한 추억팔이와 적절한 유머로 잘 보여주고 있죠. 결론적으로 두 영화 모두 영화 속에서 이들이 감정이 생성되는 모습이나 시간이 지나고 재회하게 되는 장면에서 과거의 추억과 현실의 경계를 분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두 사람이 감정이 형성되는 과정은 과감하게 생략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과의 분리도 어정쩡합니다. 제가 영화 [애프터] 리뷰에서 했던 말이 있습니다. ‘폭발할 것 같지만, 천천히’ 이 말은 감정은 끓어오르지만 서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전에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오는 간질간질함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유열의 음악 앨범] 불로 달군 프라이팬을 요리하기 직전에 물에 담그는 것 같습니다. 이들의 사랑이 올라오려고 하면 그 분위기를 가라앉힙니다. 물론, 이들에게 걸림돌이 있어야 영화가 극적일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걸림돌이 매번 그의 친구들이 되는 것일까요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영화의 마지막 메시지인 믿음이라는 것과 연관이 되어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미수가 갑자기 현우의 친구들을 찾아간 것과 그런 미수의 행동에 갑자기 발끈하는 것도 매끄러운 연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사건의 결과보다는 인물의 감정이 중요한 영화라는 점에서 사건의 전개보다는 인물의 감정을 쌓는 것이 더 중요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저는 이 영화를 재밌게 봤습니다. 감정에 대한 부분이 마음에 안 들기는 했지만, 멜로 영화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이런 영화가 반가울뿐더러 영화 초반에 등장했던 추억 여행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 곡까지. 생각해보면, 노래가 좋았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의 힘보다는 음악의 힘이 큰 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영화를 보는 동안은 영화의 분위기와 감정에 취해서 재미있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 감정의 힘이 떨어지고, 영화가 끝난 뒤에 곱씹어 보는데 별로 남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동안은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아쉬움은 남지만, 재밌게 본 영화가 될 것 같네요

 

다음 리뷰는 영화 [벌새]입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8. 27. 16:50

폭발할 것 같지만 천천히. 멜로 영화의 공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트와일라잇]과 같이 욕망을 간지럽히는 것 같은 이런 영화에서의 밀당은 필수적입니다. 그 간지러운 듯한 감정이 없다면 이 영화를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영화 [애프터]는 제목처럼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 후의 변화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의 변화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보입니다. 어머니의 억압 때문에 비교적 보수적인 삶을 살아온 테사, 그리고 그녀와는 반대로 자유로운 삶을 사는 듯한 하딘의 만남 이후 두 사람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변화를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만나게 되는 친구나 직장 동료 혹은 우연히 알게 된 사람들까지 나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은 나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는 것이고, 그 자극으로 인해서 나도 변화될 수 있습니다.

 

나와 크게 관련이 없는 사람에 의해서도 변화할 수 있는데, 교류가 많은 인물과의 만남은 더더욱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상대방의 행동을 자신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된다는 의미의 거울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크게 보면, 상대방의 행동에 공감하게 된다고 볼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좋아하는 행동을 따라 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동이 마음에 든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행동을 따라 하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종종 친구들에게 연애상담을 해줄 때가 있습니다. (저는 연애 상담을 할 일이 별로 없기에…) 보통의 연애 상담은 이들의 관계가 위험할 때 상담 신청이 들어옵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 사람과 있을 때,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이 좋다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일 것이야’ 모든 경우에 해당되는 이야기를 아니겠지만, 자신의 모습과 감정, 기분을 통해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이 주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의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 기숙사 룸메이트인 카렌은 겉으로 보기에는 불량해 보입니다그리고 테사의 엄마 또한 카렌에 의해서 테사가 나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을 합니다. 하지만, 테사는 그녀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녀가 진짜 영향을 받은 것은 하딘입니다. 하딘을 만나고, 그녀에게 찾아온 가시적인 변화는 의상의 변화입니다카렌만큼은 아니지만, 그녀의 옷은 점점 노출이 들어가 있는 옷으로 변화합니다. 그리고 머리 스타일이나 행동에서 조금씩 변화가 느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는 것은 테사만은 아닙니다. 어느 순간에는 하딘에게도 변화가 생깁니다. 영화의 초반에는 하딘의 분위기에 태사가 동화되는 느낌이었다면, 중반부를 넘어서면 테사의 분위기에 하딘이 동화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것이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비슷한 취향과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이런 작용을 통해서, 사랑하면 닮는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랑에 대한 좋은 이야기와는 별개로 영화 자체는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목적이 확실한 영화입니다. 두 사람의 감정적인 교류와 섬세한 터치와 스킨십을 통한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영화에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는 비주얼 좋은 배우들의 출연만으로 만족할 분들이라면 이 영화는 그런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더욱 증폭시킬 OST까지. 사실 이런 것들은 이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어서 조금 실망스럽긴 합니다. 그리고 15세 관람가라는 점도 이 영화가 그만큼의 수위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죠. 수위에서는 실망스러울 수 있으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노출을 보기 위해서 보는 영화가 아닙니다. 그들이 서로의 욕망을 채워주는 장면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같이 꺼내어보고, 영화 속 인물과 함께 동화되어서 그 욕망을 간접적으로 해소를 하는 것이 목적이 될 것입니다. 애초에 이 영화가 10대 소녀들을 타깃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확실한 영화라는 점도 그 이유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이 영화는 상당히 뻔하고 진부합니다. 영화 초반부터 어머니와 딸의 갈등을 암시하는 설정이 등장하고, 불량하다고 보이는 인물에게는 의외의 면이 있고, 원래 만나던 남자 친구와는 헤어지게 되는 이야기 패턴입니다. 이런 이야기 패턴은 미국의 중소 영화들을 많이 보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이야기들입니다. 심지어 결말 또한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던 결말이 등장해서 놀랐습니다. 오히려 아니라고 생각했던 결말이 나오니, 역으로 상상치도 못한 결말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매력적인 영화라고 하기에는 다른 영화에서 이미 쓰였던 요소들이 너무 많이 등장합니다. 물론, 이미 쓰였다고 무조건 안 좋은 영화는 아니지만, 그것을 자신만의 개성으로 풀어내거나 제대로 보여줘야 그나마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데, 그것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사랑의 간지럼 움에 대한 잠깐의 표현은 좋았지만, 105분의 러닝타임 동안 그 잠깐의 순간 때문에 버티고 있을 관객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영화 [애프터] 타깃층이 정확하게 있는 영화입니다. 때문에 본인이 그 타깃층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관람을 안 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뻔한 줄거리와 조금은 유치한 대사들 그리고 다른 영화를 따라는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들기 때문에 영화의 흐름과 전개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이 둘의 사랑이 제대로 시작하기 만을 바라며 보는 미니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어처피 개봉하고 2주 정도 뒤에 온라인으로 나올 것 같으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집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음 리뷰는 영화 [유열의 음악 앨범]입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8. 23. 12:45

독신가구의 증가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반려동물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고, 이런 관심 덕분에 영화계에도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영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마이펫의 이중생활]을 비롯하여, [베일리 어게인], [고양이 여행 리포트] 등의 실사 영화도 꽤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려동물 영화제가 생길 정도로 영화에도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나만 없어 고양이]는 영화 속 인물이 고양이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여주는 4편의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는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4개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다양한 연령으로 구성하여서, 각 자의 상황에서 고양이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고양이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와 같이 고양이가 주된 소재가 되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고양이 여행 리포트]와 비교를 해보자면, 이 영화는 다른 영화에 비해 고양이 자체가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에서는 인물에게 고양이라는 존재가 인물에게 어떤 존재이며, 영화의 제목처럼 고양이가 사라지게 된다면 주인공에게는 무엇이 남게 되는지에 대해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였습니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 또한 고양이를 맡아줄 인물을 찾으려는 주인공과 함께 여행을 하며, 주인공과 친구들 사이의 고양이에 대한 추억과 자신의 과거를 회상해보는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위의 두 영화 모두 주인공에게 고양이는 상당히 중요한 추억의 요소로 짜여있습니다. 물론, 고양이가 아니더라도 다른 물건 등으로 대체할 수 있겠지만, 고양이 특유의 개성이나 모습들을 통해서 고양이가 이들에게 주는 정서적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고양이가 영화의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 영화들과는 다르게 [나만 없어 고양이]는 말 그대로 고양이가 없는 인물에게 고양이가 생겼을 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고양이가 생겨서 벌어진 이야기라고 볼 수 있지만,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고양이와는 크게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영화는 고양이가 아닌 강아지를 비롯한 다른 반려동물로 대체하여도 이야기 전개에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에서는 내레이션을 통해서 고양이의 특징적인 성격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성격들이 영화 속에서 어떤 작용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강아지처럼 활달하고, 활동적인 것이 아니라 가만히 앉아서 인물을 지켜보고, 마치 심리를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으로 인물의 심리를 읽어내는 듯한 모습 등 고양이의 성격과 맞는 이야기 전개 그리고 중간에 개와 말다툼을 하는 장면에서도 고양이의 존재 가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고양이를 보여줘서 고양이 영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반려 동물이 꼭 고양이여야 하는 이유가 필요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립적이고, 도도한 듯한 고양이의 성격을 반영하기 위해서 주인이 없는 집 안에서 주인의 물건을 천천히 살펴보는 모습이나 자신이 마음에 안 드는 것에는 확실하게 반항하는 모습 등 고양이만의 특징이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마이펫의 이중생활]에서는 이런 특징적인 모습이 아주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실제 반려동물을 키우는 관객이 영화를 봤을 때는 반려동물이 보이는 특징적인 행동까지 디테일하게 구연했다고 칭찬을 할 정도로 그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반려동물을 외로움 채워주는 정도로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베일리 어게인]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베일리가 여러 번의 환생을 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맹인 안내견이나 군견과 같이 반려동물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강아지의 모습을 통해서 강아지의 다양한 모습 그리고 우리가 잘 모르는 그들의 역할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장면들이 존재합니다.

사회적으로 고양이가 이용되는 시설이나 업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마다 고양이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 존재할 것입니다. 고양이를 싫어하거나알레르기 혹은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서 키우지 못한다는 등의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영화 속 상황은 단조롭게 느껴집니다

 

 

아이유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진 옴니버스 영화 [페르소나]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아이유라는 인물을 두고 4명의 감독이 연출한 4편의 단편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영화의 주제인 아이유라는 인물이 있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만 없어 고양이]는 고양이를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하기에는 그 역할이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말 그래도 고양이가 아닌 강아지로 대체되어도 이야기는 진행될 수 있고, 고양이는 영화 속 눈요기로만 사용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고양이의 특징적인 모습도 볼 수 없었고, 인물들에게 고양이가 크게 의미가 있다고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목을 [나만 없어 반려동물]이라 지어서 여러 동물의 모습과 함께,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유대감이나 심리적인 안정감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나갔다면 영화는 더욱 좋은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영화 리뷰는 [우리집] 입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5. 6. 18:10

아직까지 [엔드게임]이 많은 인기를 끌면서, 뒤이어 개봉한 [나의 특별한 형제]의 배급 상황이 그리 넉넉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연휴 주말에 [명탐정 피카츄]가 유료 시사로 편성되어 있어서 [나의 특별한 형제]는 더더욱 묻히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일이 안타까운 이유는 [나의 특별한 형제]가 그냥 묻히기에는 조금 아까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괜찮은 한국 영화를 봤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영화가 장애를 다루는 방식 

 

영화에서 장애를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면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7번 방의 선물]이나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보여준 장애를 다루는 태도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최근에 개봉했던 [증인]과 비슷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증인]이 인상적인 이유는 장애를 가진 인물을 대하는 영화 속 태도가 상당히 좋았기 때문입니다. [나의 특별한 형제] 또한 장애를 가진 인물이 신파의 대상으로 이용되거나,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비추지 않는다는 점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장애인들도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혹은 비장애인에게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존에 장애를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장애인은 상당히 선한 인물이고, 비장애인은 나쁜 인물로 다루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기존 영화들이 장애인라서 받은 핍박이나 차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면,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는 비장애인이 생각하지 못한 그들의 불편함을 보여주는 편입니다. 은행에서 벌어진 이야기가 그런 것입니다. 세하가 대신 써달라고 하지만 은행원은 대리인이 써도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동구 또한 신청서를 작성하지 못합니다.

 

 

영화에 결말에도 등장하지만,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지체장애인 세하는 휠체어를 밀어줄 사람이 없으면 그 어디에도 못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있었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 있었습니다. 물론, 기기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그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넓어집니다.

 

발전하는 기술이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말로 모든 지 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아직 그것을 완벽하지 않습니다. 영화 속 세하의 시리가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그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점도 이러한 이야기를 반영한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지체장애인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그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 도움이라는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그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런 사람은 비장애인에게도 필요합니다. 영화 속 세하의 대사처럼 불이 나면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도 위험합니다. 결국,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영화 초반, 책임의 집 신부님이 했던 말처럼 부족한 것이 많은 두 사람이 함께 하면서 그 부족한 것을 채워가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영화 속 세하와 동구의 모습과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보이는 이유입니다. 서로 다른 장애를 가지고 있고,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서로의 힘을 빌려서 헤쳐갑니다. 비장애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모자란 점이 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의 모자람 채워주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100%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우리는 세하와 동구처럼 모자람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행동에서 나타나는 그들의 생각

 

영화 속에서 설명이 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하나 존재합니다. 바로, 바퀴 달린 신발 휠리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학창 시절 동구가 세하의 휠체어를 끌면서 신은 장면이 잠깐 나옵니다. 그리고 극장 로비에서 미현이 신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신발이 한 번 더 등장합니다. 걷기는커녕,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세하에게 신겨진 바퀴 달린 새 신발은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생각해보면, 휠체어라는 바퀴 달린 의자와 휠리스라는 바퀴 달린 신발은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기존 움직일 수 없던 물체에 바퀴를 달아서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니 말이죠. 

 

동구는 수영을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세하의 말처럼 동구는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영을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동구는 자신의 엄마를 보기 위해 수영을 했습니다. 동구의 과거를 살펴보면, 동구의 어머니와의 마지막 추억이 있던 장소가 수영장입니다. 영화의 초반부터 동구가 엄마에 대한 언급을 하며, 그리움을 표한 것은 동구가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됩니다.

그리고 영화의 중반부에 등장하는 것처럼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면 그의 엄마가 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어릴 적, 동구의 엄마는 동구가 수영을 하고 있을 때 사라졌습니다. 그 기억이 동구가 가지고 있는 엄마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어린 동구가 멈춘 자리에서 성인이 된 동구 역시 멈춰있습니다. 그 날 이후 동구는 엄마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세하와 함께 지낸 것입니다. 

 

세하는 엄마를 찾는 동구에게 자신과 잘 지내다 보면, 엄마가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심어줍니다. 그 희망 때문에 그는 세하를 도와 함께 살아갔던 것입니다. 동구가 세하와 잘 지낼 수 있던 것은 엄마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었고, 성인이 된 동구에게 세하는 이미 가족이 되었습니다.

 

그런 엄마는 세하와 동구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는 인물이 되어버립니다. 세하는 자신을 돌봐주던 신부님도 떠나보내고, ‘책임의 집’과 같이 살던 동생들도 다 떠나보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자신의 가족인 동구까지 떠나보내야 할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세하가 동구를 엄마에게 보내 싫었던 이유는 잘 키우지 못할 것 같아서 혹은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마지막 남은 자신의 가족인 동구마저 없다면, 세하는 다시 혼자가 되는 것입니다. 세하가 지체장애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었어도 마지막 남은 가족인 동구는 보내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하와 동구의 강제적 이별은 세하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되기도 합니다. 동구 덕분에 자신도 편하게 살 수 있었다는 것을 느꼈을 것입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음에도 동구가 해줬기 때문에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동구의 도움이 없어지고, 세하는 새로운 시설에 있던 육 선생에게 이런 말을 듣습니다.

 

밀고 다니는 사람 생각은 안 해요?

 

세하는 지체장애인이지만,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면 스스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것을 대신해준 동구 때문에 그런 시도 혹은 생각을 안 했던 것입니다. 동구와 다시 살게 된 뒤에도 세하는 전동 휠체어를 통해 스스로 움직이고, 책 또한 혼자 스스로 읽습니다. 세하도 동구를 배려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것을 기술로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앞서 했던 말처럼, 기술은 변수에서 작동을 안 할 수도 있습니다. 정말 급한 상황에 시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점이 그렇습니다.

 

세하가 법정에서 했던 말처럼 세하가 동구를 이용했다면, 동구도 세하를 이용한 것입니다. 동구가 세하의 말을 잘 듣는 이유는 세하만큼은 동구를 생각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초반에 등장했던 것처럼, 지적장애를 가진 동구에게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동구가 스스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도 알았을 것입니다. 

자신이 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고 살아가는 가족인 세하와 동구는 서로 다른 피를 가지고 있지만, 가족이 되었습니다. 가족은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세하의 말처럼 그들은 서로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같이 도와가며 살았기 때문에 가족이 된 것입니다.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제가 영화를 보면서,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캐릭터는 미현입니다. 미현은 동구의 수영 코치로 등장합니다. 그녀는 수영 코치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미현의 봉사활동 증명서를 보면, 세하는 그녀와 함께 있을 때 장애인이라는 것을 종종 잊었다고 합니다. 세하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미현은 세하를 사람으로 대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큰 메시지처럼 약하기 때문에 타인을 도울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적용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동구와 세하를 장애인이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같은 사람으로서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통해서 그려지는 그녀의 모습에서도 거리낌 없이 아주 잘 지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 모습은 이솜 배우의 순수한 이미지와 잘 맞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극 중 미현은 동구와 세하가 자립해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세하는 동구가 수영 대회에서 입상을 해서, 수영 코치라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그런 계획을 도와주는 인물이 미현입니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고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할 수 있게끔 그 시작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영화 속 미현이 동구에게 수영을 제대로 가르쳐 준 것처럼 스스로 할 수 있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코치가 필요한 것입니다.

 

세하의 모습 또한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거친 모습으로 표현되기는 하지만, 그것은 동생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으로 생각됩니다. 그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립하기 위해서는 동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과거 자신이 포기하려고 했던 삶을 구해준 것이 동구였습니다. 아무도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 동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세하의 경험상 동구가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왜 사람들은 장애가 있는 사람끼리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할까요? 그러면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시설에 맡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화 속 신부님의 모습은 세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신부님도 자신의 신념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책임의 집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자신의 신념을 버린 사람이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하 또한 장애인 학대라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불법적인 봉사시간 거래를 한 것은 자신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태어났으면, 살아가야 할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열심히 사는 세하와 그런 세하를 응원하는 미현 그리고 세하의 몸이 되어주는 동구. 그들의 모습은 장애인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본 관객들은 그들을 응원하고 싶어 질 것입니다.

저는 그들을 응원하는 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즉, 그들을 응원하게 되는 것은 나의 삶은 응원하는 나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4. 18. 17:23

영화 [왓칭]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악역으로 등장하는 이학주 배우의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은 그의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도 거기에 한 마디 보태고 싶습니다. 적절한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그가 풍기는 분위기가 역할과 잘 맞는다고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해서는 칭찬하고 싶은 점이 많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공포영화인데, 전혀 공포영화 같지 않습니다. 공포감이 전혀 안 느껴집니다. 크게 놀라는 장면 없이 연출하려고 한 것이라면 칭찬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은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에는 좋지만, 그것이 과하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놀라기만 하다가 끝나는 영화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부분적으로 이 효과를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이 의도한 것이라면 그런 것인데 정확하게 연출 의도 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코드를 가진 영화 [도어락]이 있습니다. 두 영화 모두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과 현대 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도어락]은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부족할지라도 스릴이라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심지어 [도어락]은 공포라는 장르를 내세우지 않았음에도 공포스러운 영화가 되었습니다.

 

[왓칭]은 공포 장르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공포가 느껴지지 않은 것은 문제입니다. [도어락]처럼 여성들이 겪는 공포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기에 남성인 저는 느낄 수 없던 것일까요? 만약 그런 것이라면 영화는 더더욱 실패한 것입니다. 그들이 겪는 공포를 남성들도 공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또 한 가지의 문제점은 소모적으로 쓰이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공포 영화를 싫어하는 요소 중 하나인데, 사건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고, 등장하는 이유도 없이 그냥 주인공을 방해하는 인물로만 등장하는 것입니다. 해당 인물이 어떤 의미라도 가지고 있다면, 수긍할 수 있는데 정말 짜증이 났습니다.

 

영화의 홍보자료를 통해서만 보면, [왓칭] CCTV로 모든 것을 감시하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그런 이야기로 예상이 됩니다. 영화에 일부 내용이 등장하지만, 상당히 억지로 넣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CCTV로 본다는 설정 없이도 충분히 전개 가능한 영화인데, 굳이 넣은 것은 무언가 사회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일까요? 또 그런 것도 아닌 것이 영화의 결말부에 다다르면, 여태까지 영화가 보여준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내놓습니다.

물론, CCTV를 통해 훔쳐보는 관음적인 시선에 대해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들었습니다. 오히려, 한 사람에 광기 어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이 보였습니다. 정말 감독이 관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영화는 철저하게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한테 드레스는 왜 입힌 거죠? 영화 [언니]에서 나온 드레스를 똑같이 입힌 것 같은 느낌입니다. 드레스 입히는 것은 좋은데, 너무 디자인이 비슷한 것 같아서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이 영화에도 허점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충분히 탈출할 수 있는 방법들이 존재했다고 봅니다. 소방벨을 눌렀다면 소방차가 출동하지는 않더라도 다른 층에 있던 경비들이 살펴보러 왔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물리적으로 주차장에 있는 모든 비상계단을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 외에도 많지만, 더 자세하게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결국, 영화를 통해 남은 것은 이학주라는 배우의 발견입니다. 이점은 연출자의 노력보다는 배우 스스로가 준비를 많이 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영화 [왓칭]은 쉽사리 추천하기 어려운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보고 싶다고 한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하고 싶네요. 저는 이 영화의 매력을 찾기 못했습니다. 굳이 봐야 하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적은 예산을 가지고 찍은 영화라는 점을 알고 있어서, 별 기대를 안 했었습니다. 그런데, 돈이 들어가면 달라지는 기술적인 부분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없고, 시나리오에서 상당히 큰 허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2 / 5 기승전결은 무시하고 그저 하고 싶은 말만

posted by DdaDdaSsij 2019. 4. 17. 02:41

최근 동물이 주인공인 실사영화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인상적으로 봤었던 [베일리 어게인]은 4번의 견생동안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에 따라 강아지의 생각이나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줬습니다. 이번에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나라인 일본에서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가 나왔습니다.

고양이가 주인공인 영화가 나온다고 했을 때, ‘고양이가 훈련이 될까?’라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은 단순히, 사람의 말을 따르는 것을 넘어서 그 이상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강아지의 경우 비교적 훈련이 쉬운 편이고, 사람을 잘 따르는 편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고양이는 살짝 걱정이 되었습니다.

 

 

 

우려와 달리 영화 속에서는 영화가 연출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고양이가 잘 움직여준 것 같습니다. 의외로 아주 자연스러워서 놀라웠습니다. 심지어, 고양이를 풀어놓았음에도 잘 있는 것을 보면 상당히 잘 훈련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영화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주인공인 ‘사토루’가 고양이를 기를 수 없는 환경이 되면서, 자신의 고양이를 맡길 사람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여러 지방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기 때문에 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고, 모든 곳을 ‘사토루’의 고양이인 ‘나나’와 함께 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토루가 과거에 고양이와 어떤 인연이 있고,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의 고양이 ‘나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을 합니다. 물론, 영화 속에서는 고양이의 말을 사람은 들을 수가 없습니다. 관객들이 들을 수 있도록 내레이션을 통해, 고양이 ‘나나’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다른 동물들과의 대화도 나오는데, 이 부분이 생각보다 웃음을 줍니다.

 

 

‘나나’를 내레이션 하는 목소리가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안 어울린다고 생각을 했는데, 적응이 된 것인지, 혹은 나나의 캐릭터를 파악을 해서 그런 것인지 영화가 진행될수록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 영화의 특징 중 하나가 담담하거나, 아주 과장된 톤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다행히도(?) 담담한 톤을 유지합니다. 영화가 먼저 나서서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를 제공하려고 하지도 않고, 무엇을 강조하지도 않습니다. 인물들이 대사를 주고받으면서, 은연중에 알게 되는 정보들을 통해 결말을 대충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일부러 숨기려고 하지도 않고, 대놓고 ‘이거 떡밥이야’라는 톤으로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정말, 일상적인 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관객들은 천천히 이들의 이야기를 알아가게 됩니다.

담담한 연출을 보여주는 영화에도 결말에 대한 예상이 가능한 대화나 흔히 떡밥이라고 부르는 복선들을 굳이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영화들이 많습니다. 보통은 ‘혹시?’라는 생각이 들게끔 긴가민가하게 조금씩 결말로 이끄는 것에 반해, 이 영화는 그냥 대놓고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 사실을 정확하게 모르니 조금씩 결말에 다가가게 됩니다.

다른 영화들이 관객들을 이야기의 구조나 연출을 통하여, 결말로 인도를 하는 느낌이라면, 이 영화는 관객들이 서서히 결말에 다가가는 느낌이 듭니다. 천천히 관객들에게 결말 부분에 펼쳐질 이야기들에 대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에 대해 찾아보니, 이 영화가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원작인 동명 소설을 쓴 작가는 ‘아리카와 히로’라는 작가인데, 일본의 J.K. 롤링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녀의 소설 대부분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의 다른 소설들도 이미 영화화가 되었고, 영화 각본 작업에 직접 참여하는 등 영화화에 직접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인 ‘후쿠시 소우타’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와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등의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하면서, 한국 관객들에게 나름 익숙한 일본 배우입니다. 5월에 개봉 예정인 이 영화와 더불어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라플라스의 마녀]도 5월에 개봉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최근 한 해에 3~4편의 작품 활동이 있는 것을 보면, 상당히 다작을 하는 배우인 것 같습니다.

 

 

곧 개봉할 [고양이 리포트 여행]은 고양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을 통해서, 인물의 이야기와 고양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저 행복한 영화라고 생각한 이 영화는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인물과 동물입니다. 때문에, 후반부에 가면 생각하지도 못한 슬픔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고양이를 기르는 분이 아니더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인상적인 영화가 될 것입니다. 고양이를 통해, 고양이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는 사람의 이야기가 되고, 사람의 이야기를 하지만, 그 이야기는 고양이의 이야기가 됩니다. 주인공인 ‘사토루’가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아마 고양이가 자신과 비슷하게 느껴졌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4 / 5 다를 것이 없는 고양이와 사람, 그들의 이야기

 

 

 

사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스포일러 리뷰를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개봉일조차 확정되지 않은 이 영화의 스포일러를 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가이드 리뷰를 하고, 영화가 개봉하면 스포일러가 포함된 이야기를 다뤄볼까 합니다. 일정상 못 쓰게 될 수도 있으니, 이 점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