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영화는 한국 영화와 다른 점이 많습니다. 특히, 관점에서 많은 차이가 납니다. 영화 속 의미에 집중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보이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합니다. 때문에, 한국 관객의 시선에서는 일본 영화는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일본 영화의 느낌을 좋아하는 관객들도 존재합니다.
그에 비하면, 일본의 만화는 철학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공각 기동대], [진격의 거인] 그리고 곧 개봉할 영화 [알리타]의 원작인 [총몽]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이 있습니다. 2014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이 만화는 2018년에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고, 2019년에 실사영화가 개봉합니다. 영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리뷰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생각난 영화가 있습니다. 한국 영화 [용순]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도 용순이라는 학생이 학교 체육 선생님을 좋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육상부라는 같은 소재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용순]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상당히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조금은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영화의 처음 시작이 제가 생각했던 분위기와 달라서 조금 놀랐습니다. 잔잔하고 진지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 영화가 시작하자마 역동적인 인트로가 나와서 놀랐습니다. 마침, 영화를 같이 본 지인이 원작을 알고 있는 분이 어서 물어봤더니, 애니메이션의 분위기도 비슷하다고 합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애니메이션과 상당히 비슷하고 합니다. 영화를 본 후에 애니메이션을 조금 찾아봤더니, 상당히 많은 부분을 비슷한 느낌으로 제작을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이 원작 만화의 작화를 그대로 살렸다는 평과 좋은 연출력을 인정받은 것을 생각하면, 감독이 이 점을 많이 참고한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연출한 나가이 아키라’ 감독은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이라는 영화를 선보인 적 있습니다. 당시에 한국에서 CGV 단독 개봉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영화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저도 이 영화를 괜찮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따뜻한 톤으로 기억에 대한 소중함과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잘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혹시 따뜻하면서 슬픈 영화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도 추천드립니다. 사랑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기대하게 만든 90%의 이유인 ‘고마츠 나나’가 이 영화의 주연으로 나옵니다. 고마츠 나나는 전작인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와 [언덕길의 아폴론]을 통해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그녀가 매력적인 이유는 그녀의 얼굴입니다. 미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얼굴에는 다양한 느낌이 존재합니다. 우울한 느낌을 보여주면서도, 순수한 느낌이 있는 얼굴입니다. 그런 점이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에서 신비로우면서 사랑스러운 에미를 보여줬고, [언덕길의 아폴론]에서는 순수한 고등학생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대체 불가한 매력을 보여줍니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아키라의 모습을 보면, 고마츠 나나의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원작 만화가 비슷한 느낌을 보여줍니다. 작품 속 아키라가 가지고 있는 어두운 면과 순수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그런 모습이 너무 잘 보여줍니다. 단순히, 고마츠 나나의 매력을 보기 위해 이 영화를 관람한다고 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녀의 이미지를 가장 잘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품의 내용만 보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비를 피하기 위해 잠시 레스토랑에 들어온 아키라가 점장에게 반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작품 속에서 아키라는 고등학생이고, 점장은 45세에 아들이 하나 있는 돌싱남입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사랑 이야기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런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화를 보면, 그녀가 왜 점장을 좋아하게 되는지 이해가 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성숙한 사람을 보며, 매력을 느끼는 것처럼 그녀도 그랬을 것입니다.
우선, 저는 이 감독이 이 이야기를 다루는 태도가 아주 마음에 듭니다. 자칫하면, 이 이야기가 이상하게 보일 수 있음에도 감독은 이 영화의 중심을 아주 잘 잡고 있습니다. 아키라를 비추는 모습에서는 진지한 자세로 보여주고, 점장을 보여줄 때는 코미디를 통해 가볍게 보여줍니다. 만약, 이 영화가 점장의 모습도 진지하게 보여줬다면 조금 이상한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두 인물의 톤을 다르게 보여주어서, 영화가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나왔습니다. 이 점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다양한 시선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초반에는 아키라를 관찰하는 시점으로 보여주다가, 아키라의 마음을 알게 되면서 그녀의 감정에 충실해지고, 점장이 아키라의 마음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점장의 시점으로 영화가 진행됩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두 사람이 아닌 제 3자의 시선을 개입시킴으로써 두 사람의 관계가 이뤄질 수 있는 관계가 아님을 각인시킵니다.
육상 선수로 활동하던 아키라가 부상으로 인해 육상부를 그만두게 됩니다. 목발을 짚으면서 다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간 레스토랑에서 그를 우연히 만납니다. 그는 아키라에게 우산 같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무심히 내리는 비는 곧 그쳐요”
영화 속에서도 아키라는 비를 아주 만납니다. 다른 인물들은 빗속에서 뛰거나 우산을 쓰고 다닙니다. 하지만, 아키라만은 우산이 없더라도 비를 맞으면서 걸어갑니다. 그리고 비를 맞고 있는 그녀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이 점장입니다.
아키라는 무모하게 보일 정도로 점장에 대한 마음을 보입니다. 데이트를 하자고 하고, 지속적으로 고백을 합니다. 어쩌면, 그녀는 10대 청소년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이런 마음을 점장을 통해 보여줍니다. 점장은 그들을 동경하고 있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고, 사랑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자신이 가지고 있던 꿈을 이루지 못했던 것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입니다.
그래서 아키라에게 호되게 못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키라가 하고 싶어 하는 육상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점장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것이죠. 점장도 자신이 소설가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고, 그 미련 때문에 많은 책을 읽고, 소설을 출판한 친구에게 쉽게 연락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키라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쉽게 깨닫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키라도 시간이 지나고 깨닫습니다. 그 계기는 점장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옵니다. 자신이 마음이 있는데,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마음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지만, 점장에게 좋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점장과 아키라는 영화 속에서 같은 선상에 놓여있습니다. 무언가에 대한 미련 때문에 집착을 하고 있습니다. 점장은 소설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고, 아키라는 육상에 대한 미련이 있습니다. 영화는 아키라가 점장을 좋아한다는 감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에 대한 이야기와 그 열정이 가져오는 어떤 미련이나 집착들을 통해 결국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는 힘을 만들어줍니다. 미련과 집착이 무언가를 도전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두 인물의 나이 차이를 지속적으로 강조하여 보여주는 이유 역시 위와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두 인물은 서로를 동경하고 있습니다. 점장의 동경은 어린 그들의 푸릇함 혹은 열정을 부러워하는 것이고, 아키라는 점장의 비 오는 날 우산 같은 그런 성숙함을 동경하는 것입니다.
점장은 부상을 당한 후에 육상을 포기하려는 아키라에게 육상을 도전할 것을 말합니다. 그때., 하지 못해서 후회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녀에게 똑같이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키라는 자신을 늙은 아저씨라고 하는 점장에게 자신감을 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이 본 점장의 매력을 그가 스스로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당신은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비가 내리는 아키라의 마음에 우산이 되어준 넓은 마음을 사람이니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 영화입니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톤으로 딱 적당한 느낌을 보여줍니다. 주변 인물들의 개성 또한 확실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원작을 아는 분들이라면, 더욱 재밌을 것 같습니다. 원작과 거의 비슷하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원작을 모르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애니메이션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영화를 보고 애니메이션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비가 내리고 있다면, 이 영화를 추천드립니다. 이 영화가 그 비가 그치기까지 함께 해줄 것입니다.
“이 비가 그치면, 괜찮아질까요?”
4.5 / 5 비가 그칠 때까지 함께 해줄 사람이 있나요?
에필로그
영화를 보면, 다른 학교 육상부 후배가 아키라를 찾아옵니다. 그리고 자신이 동경하던, 아키라가 대회에 못 나온다며 그녀에게 육상을 다시 하라고 협박 아닌 부탁을 합니다. 둘의 모습이 과거 [달려나, 하니]의 하니와 나애리를 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