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 살고 있는 ‘제인’은 4년 간의 일본 유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를 맞이하는 것은 엉망진창인 집과 그녀의 천적인 그녀의 친오빠인 ‘첫’입니다. 그녀는 일본계 회사에 다니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일본인 ‘모치’를 만나게 됩니다. ‘첫’은 그녀의 오빠 노릇을 한다는 핑계로 그녀의 연애를 방해합니다. 태국에서 만들어진 로맨틱 코미디 영화 [브라더 오브 더 이어]입니다.
태국 영화는 한국 영화와 일본 영화를 섞어놓은 듯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일본 특유의 오버하는 연기의 톤을 가지고, 한국 영화가 가지고 있는 코미디 코드와 신파적 코드를 보여줍니다. 이런 이야기 전개 방식이 안 좋은 것은 아닙니다. 기존 한국 영화들이 이런 전개 방식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전개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만들어진 영화가 [극한직업]입니다. 때문에 [극한직업]이 사랑을 받을 수 있던 것입니다. 본래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에게는 심각한 고민거리지만, 타인이 보기에는 재밌는 구경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남매의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도 ‘호적 메이트’라는 표현을 쓰면서, 가족이긴 하지만 가족이 아닌 남 같은 존재라는 의미로 이야기를 합니다.
[브라더 오브 더 이어]도 이런 ‘호적 메이트’라 불리는 남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생각해보면, 남매가 주인공인 영화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기존에 영화들은 대부분 형제의 우애를 그리거나, 남매로 나올 경우에는 남자 주인공이 지켜야 할 대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남매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현실 남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옵니다. 누가 봐도 너무 미운 오빠와 그런 오빠를 챙기는 똑똑한 여동생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상당히 재미있게 그려집니다. 그리고 ‘제인’의 남자친구로 나오는 ‘모치’를 연기한 닉쿤이 등장합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활동한 연예인이라서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기존 코미디 영화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영화의 마지막은 감동적인 모습으로 끝납니다. 그런데, 이 감동적인 모습이 결코 허투루 표현되지 않습니다. 인물이 그런 감정을 가지도록 충분한 동기부여를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많은 공감과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을 것입니다.
기존 한국 영화들이 틀을 미리 짜놓고, 시나리오를 작성한 느낌이라면 이 영화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편이여서, 어느 순간에는 인물의 감정에 집중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말로는 할 수 없는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이 있습니다. 특히, 가족 사이에서 그런 감정이 많을 것입니다. 매일 마주치기 때문에 더욱 말 못하는 이야기가 있고, 말하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때문에 서로에게 말하지 않더라고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해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말이나 행동으로 보여주는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말없이 행동 하나만으로 그동안 있었던 미움의 감정이 싹 녹아내리는 상황이 분명 존재합니다.
영화의 후반부를 보면, 두 사람이 만났음에도 한 마디 대화도 나누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애증이라는 것입니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독립적인 감정으로 존재하던 이들이 마지막에는 두 가지 이상의 감정이 섞인 형태로 기억이 생성됩니다. 그런 기억들은 사람을 더 단단하게 만듭니다.
기존 한국 코미디 영화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나름의 개성이 존재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 과한 연기를 재미있게 보시는 분이라면, 이 영화 역시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름 터지는 코미디와 억지스럽지 않은 전개로 편안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물론, 중간중간 등장하는 너무 오그라드는 연출도 있긴 합니다.
3.5 / 5 이것은 오빠인가, 웬수인가.
원수가 맞는 표현인데, 원수라고 하면 맛이 안 사니까 웬수(사투리)로 하는 걸로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