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사업을 하며 ‘얼’은 상을 받을 정도로 자기 분야에서 잘 나갔다. 하지만, 그는 그의 가족에는 신경 쓰지 못했다. 12년이 흐르고, 그가 하던 원예사업이 망하고 가족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그를 받아주지 못한다. 그러다, 그는 뜻하지 않은 제안을 받게 되고 그것을 시작으로 마약 운반책을 맡게 된다. 87세에 마약 운반을 하던 한 노인의 실화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영화 [라스트 미션]입니다.
이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과 연기를 같이 한 작품입니다. 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더 많이 활동해서, 더 많은 작품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라스트 미션]은 그의 연출적 특징들이 모두 모여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이스트우드 감독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인 과하지 않은 연출이 이 영화에 담겨있습니다. 그의 연출은 항상 정직합니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어떠한 시선도 개입하지 않습니다. 판단은 관객들의 몫이 되는 것입니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영화로 따지면 이 영화의 주인공을 이분법적으로 판단해보면 나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이 인물은 나쁜 인물이야.’ 라고 연출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연출을 하면서도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특히나 그렇습니다. 최근 작품인 [아메리칸 스나이퍼]나 [설리]가 꽤나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영화는 상당히 밝은 영화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얼’이라는 캐릭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얼’이라는 인물이 상당히 대단한 인물입니다. 입에 필터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죠. 그냥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말을 합니다. 많은 나이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 사람은 그냥 원래 그런 사람이에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사람이 나이 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착각을 해요. 그런데, 이것이 이 영화의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 영화는 편견이라는 주제를 큰 틀로 삼고 있는 영화입니다. 아닌 것 같지만, 이 영화의 인물들은 온통 편견 덩어리입니다. 백인의 노인 남성이 흑인의 젊은 사람들과 영화 내내 같이 나옵니다. 이 백인 노인은 그들에게 핸드폰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력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가 오히려 젊은 친구들에게 문자 쓰는 법을 배웁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갈등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이 디지털과 아날로그라는 형태도 대조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디지털 시대로 들어서면서 시간이 중요해졌어요. 1분 1초의 시간이 중요하고, 조금만 늦어도 짜증을 냅니다. 하지만, 우리 어렸을 때 생각해보면 핸드폰도 없이 집 전화로 만 약속을 잡았어요. 어릴 때라 손목시계도 없고, 대충 나가서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는 오히려 약속에 늦는 일이 별로 없었어요. 지금은 약속 잡으면, 시간을 계산합니다. 10시에 만나기로 했으면, 역으로 시간 계산을 합니다. 이동시간, 준비 시간,, 이것저것 계산에서 몇 시까지 무엇을 하고, 이런 식으로 계획을 세우죠. 그런데 그 계획이 100% 안 이뤄집니다. 어디서 문제가 생겨요. 그래서 꼭 10분씩 늦게 됩니다.
영화에서도 이런 내용이 비슷하게 생겨요. 오히려 시간에 맞게 딱딱 정해지니까 경찰들이 대기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할아버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안 맞아요. 그러니까 의심도 덜 받고, 잠복하고 있는 경찰도 피하게 됩니다. 그리고 조직의 보스도 그런 그를 높게 평가하고 인정하는 겁니다. 그런데, 보스가 바뀌면서 이런 전개가 조금 달라집니다. 더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니,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영화가 복잡하지 않은 것도 이 영화의 장점입니다. 시간 순서가 아주 정직합니다. 과거 회상도 없고, 시간을 뒤집지도 않아요. 그냥 흘러가게 둡니다. 이런 연출은 영화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대사인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더라’와 딱 맞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얼’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된 이유가 가족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전에 그가 먼저 가족을 버립니다. 딸의 결혼식과 자신의 일 사이에서 자신의 일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후회합니다. 하지만, 그 선택을 번복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어떻게든 그 선택을 번복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고, 그런 선택을 했던 것입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고 싶어합니다. 참전용사인 그가 자동차 번호판에 자신이 참전용사임을 붙이고 다니는 것도 누군가가 그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도 자신의 일을 선택하면서 나름의 핑계를 대는 것입니다. ‘내가 잘 되는 것은 가족이 잘 되는 일이다’, ‘이 선택은 가족을 위한 것이야’ 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선택을 오로지 자신이 하고 싶었기 때문에 한 선택입니다. 가족들은 원한 적이 없습니다. 자신이 하는 원예사업이 망하고, 갈 곳이 없어서 가족에게 돌아가려고 했을 때는 그의 자리가 없어진 뒤였습니다. 만약, 사업이 아닌 딸의 결혼식을 선택했다면 사업이 망하더라도 돌아갈 곳은 있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자리를 찾기 못한 그가 자신이 구성원으로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책임감이 들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했어야 합니다. 물론, 그 일이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이 흠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얼’은 전형적인 현대의 아버지 상 같기도 합니다. 혹은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가족과는 대화 한 마디 어려울 정도로 어려운 사이입니다. 하지만, 그와 같이 일하는 이들에게는 친근하게 대화를 합니다. 우리의 모습에서도 이런 부분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에게는 가족같고, 가족에게는 남 같은 현대인의 모습을 꼬집는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이 영화의 ‘얼’이라는 인물의 모습이 그저 남의 이야기 같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 곳에서 인정받는다면 가족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꼭 그것이 100% 맞는 것은 아닙니다.
상당히 담백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간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담백하고 깔끔합니다. 거기에 유머도 상당합니다. 소리 내어 웃기보다는 괜히 미소가 지어지는 이야기들 그리고 담백하게 연기하는 배우들 그중에서도 연출과 함께 직접 연기를 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그처럼 감독으로 데뷔한 배우 ‘브래들리 쿠퍼’의 연기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만나는 장면은 마치 노장의 감독이 신인 감독에게 바통터치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영화임에도 이 영화는 무겁지 않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서사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정말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좋은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영화인데, 마음이 힐링되는 느낌도 받습니다. 이런저런 많은 생각이 들지만 절대 복잡하지 않은 영화입니다. 때문에 더욱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4.5 / 5 편견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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