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daDdaSsij 2019. 7. 29. 15:00

 

 

 

영화는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서 사실을 다루더라도 영화적 과장 및 각색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역사를 있는 그대로 완벽하게 반영한 영화는 있을 수 없습니다. 영화가 다큐멘터리처럼 기록 영화의 성격을 가진 것이 아니라면, 영화는 여가를 위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목적에 맞게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는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으니 어느 정도 실제 역사와 달라지는 부분에서는 감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역사적 사실을 알기 위해는 영화가 아니라 역사책을 봐야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말이죠.

 

하지만, 사람들이 영화의 역사 왜곡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의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극 드라마로 역사를 배웠다는 말처럼, 미디어 매체의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경우 리얼리티가 기반이 되는 콘텐츠기 때문에 가상의 이야기라도 실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나 사극의 경우에는 직접 겪은 사실이 아니기에 영화나 미디어 매체를 통한 이야기 전달에 의존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청소년이나 외국인들에게는 이런 이야기들이 사실처럼 받아들여 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잘못된 역사를 반영하는 영화에 많은 관객이 영화를 볼수록 그 파급력 또한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영화는 영화로 봐야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영화의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100% 인지하고 본다는 것과 해당 역사에 대한 지식이 어느정도 갖춰진 상태의 관객만 관람을 한다는 가정하에 성립되는 주장입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관객들은 지성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적 허용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가 사실과 다른 부분을 보여줬다고 무조건 비난을 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관객들은 이런 준비가 되어있지만, 모든 관객이 그러지는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부분에 대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서는 그 태도가 조심스러워야 하고 영화의 시작이나 끝부분에 이에 대한 확실한 경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진중하게 다루되,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는 그 무게감을 조금 덜어서 사실이 아니라는 뉘앙스를 보여주는 등의 노력이 이뤄져야 합니다.

 

영화적 상상력이 역사적 사실에 첨가된 영화의 경우 역사적 사실을 훼손하지 않은 선에서 사니리오 작업이 되어야 합니다. 역사적 상상력이 첨가된 대표적인 영화 [광해]를 살펴보면, 광해라는 인물이 공식적으로 보여주는 정책 및 큰 줄기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다만, 승정원일기에서 기록되지 않은 15일의 시간을 상상력으로 채운 영화입니다. 이런 식으로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서 만들어진 것이 팩션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되, 기록이 남아있는 실제 역사를 건드리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례로 역사 왜곡 논란 및 소송에 휘말린 영화가 바로 [명량]입니다. [명량]에 등장하는 배설이 이순신 장군을 배신하는 인물로 그려져 그의 후손에게 고소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새로운 시선을 전달한다는 것은 같은 사실을 두고 해석을 달리 해볼 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영화 [황산벌]은 기존 사극과는 전혀 다르게 각 나라의 장수들이 서로 다른 사투리를 씀으로 벌어지는 상황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입니다.

 

이처럼 이전에도 역사의 한 부분을 이용하여서 영화로 제작된 사례는 많습니다. 모든 사극에 사람들이 역사 왜곡을 거론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의 태도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런 해석은 어때?’ 혹은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 영화들에는 납득이 가능한 설정과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장면들의 목적이 재미에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너희가 알고 있는 역사는 틀렸어. 이런 역사가 맞어라는 태도를 보이거나, 확실하지 않은 기록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이는 영화에는 어김없이 역사 왜곡 논란이 생깁니다.

 

저는 이번에 개봉한 [나랏말싸미]의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서 감독과 제작사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처럼 이미 있는 역사에 대해서도 비틀어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단순 흥미를 위해서 만들어진 역사적 가정이라는 느낌이라면, [나랏말싸미]는 자신이 믿고 있는 이야기를 타인에게 알리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사실인 것처럼 홍보를 하는 배급사의 몫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관람하기 전부터 영화의 주된 배경인 신미스님의 개입설에 대해 좀 찾아보았습니다. 최근에 나온 가설이기도 하고, 그 내용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나름 재미있게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적 재미보다는 다른 곳에 그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역사를 다룬 영화에서는 기록과 기록 사이에 비어있는 틈을 상상력을 메꿔서 이야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미 있는 이야기를 침범해서 만든다면 분명하게 역사왜곡 논란이 생길 뿐만 아니라 이는 분명한 역사 왜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