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가진 인물이 나오는 영화는 꾀나 많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한국 영화 중에서는 인상적인 영화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표적인 영화로 [말아톤]이나 [오아시스]가 있습니다. 아주 예전에 만들어진 영화가 아직까지 대표작으로 생각되는 것은 최근에 만들어진 영화 중에 인상적인 영화가 없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그것만이 내 세상]이 있었지만, 이 영화는 장애가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태도도 별로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고 온 이 영화는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이 겪고 있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많은 공부를 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 태도 또한 조심스럽다고 느껴집니다. 영화 [청춘만화], [완득이]를 연출한 이한 감독의 신작 영화 [증인]입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24일에 이한 감독님이 참석하는 GV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엔딩 크레딧이 끝나기 전에 끊어버려서 조금 의외였습니다. 나름 영화에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인데, 조금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모든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다 보지는 않지만, 부분적으로 영화에 대해 궁금한 점을 엔딩 크레딧을 통해 해결합니다. 특히, [증인]의 경우 장애를 가진 인물이 나오기 때문에 혹시 관련 기관에 자문을 구하거나, 법과 관련된 부분에서 자문을 받았는지에 대해 궁금했습니다. 물론, 영화가 끝나기 무섭게 상영관을 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다급해지는 것은 이해를 하지만 조금 대체가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증인]은 여러 요소가 결합되어 있는 영화입니다. 법적인 공방이 있는 영화, 장애를 가진 인물을 다루는 영화, 소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동시에 영화는 약간의 힐링 코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포스터만 봐도 나무를 보여주면서 녹색 계열의 밝은 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코드가 한 영화에 담겨있습니다. 실제로 영화에서 이러한 요소들이 잘 섞여있는 느낌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제가 상상한 영화는 선과 악이 명확한 영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 속에 악역의 캐릭터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대결구도로 나타나거나 두 세력 간의 싸움이라고 생각이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태도가 아주 좋았습니다. 의도 또한 나쁜 의도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영화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내용이나 소재가 큰 영화사에서 다룰만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롯데 엔터의 영화라서 조금 놀랐습니다. GV를 통한 감독님의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롯데에서 진행하는 시나리오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영화 시나리오를 제작 한 것 같습니다. 알아보니, 2016년에 시나리오 공모전에 상을 받은 문지원 작가의 시나리오 였습니다. 이런 점을 홍보하면, 조금 더 이미지에 좋을 것 같은데 전혀 언급이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이 영화는 꼭 앞부분부터 보셔야 합니다. 저는 이 영화가 시작하고 5분정도 만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김향기 배우의 연기에 놀랐습니다. GV 도중 두 주연배우가 깜짝 방문을 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김향기 배우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그녀도 참 많은 준비를 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한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고민을 한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이전 작품인 [영주]에서도 아주 좋은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2018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는데, 올해에도 수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상이라고 그녀는 연기상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제 성인이 된 그녀가 벌써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것은 앞으로 차기작을 더 기대하게 만듭니다.
준비도 중요하지만, 그녀의 연기가 아주 훌륭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폐의 증상들을 자연스럽게 연기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절대 과도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영화 속에서 항상 경계해야 하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로 표현을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향기 배우는 그 선택을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잘 표현한 연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영화 자체는 조금 과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반부까지는 조금씩 우려되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혹시 나중에 이거 이렇게 되는 거 아니야?’ 하는 의심이 드는 장면들이 조금씩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예상이 항상 틀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위에 말한 것처럼 어느 정도로 보여줄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한국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점이 영화의 주제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가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 자폐를 가진 소녀인 지우를 보면서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기특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순호를 보면서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그것을 강조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공부하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잔소리할 때 드는 감정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죠.
관객 스스로도 납득이 되는 이야기를 굳이 영화가 한 번 더 해석할 필요가 있었나 싶습니다. 오히려, 관객들이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주거나, 새로운 시선을 전해주면 조금 더 여운이 남았을 것 같습니다. 눈물을 많이 흘린다고 슬픈 영화는 아닙니다. 사람의 감정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한 가지 감정만 느껴지면 당시에는 슬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 감정이 복잡하면,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도 그 감정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고 복잡한 매듭을 하나씩 풀어가는 재미가 있기도 합니다.
[증인]이라는 영화가 상업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영화라면 이런 선택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상업적인 콘텐츠로 접근하기에는 조금은 위험한 콘텐츠입니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다루면서 그것을 웃음의 코드로 이용하거나 소비되는 인물로 나온다면 그것이야말로 그들을 모욕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이 영화가 그들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해보면, 이런 전개나 결말은 상당히 많이 아쉽습니다.
영화의 중반부까지는 기존 한국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스케치를 그리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케치가 끝나고 색을 칠할 때까지도 그런 줄 알았는데, 다 칠하고 보니 이미 널리 쓰이는 색으로만 칠해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과한 감정과 어디서 본 듯한 결말로 풀어나간 점은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진심 그리고 약자를 대하는 태도를 생각해보면, 영화 자체는 충분히 따뜻함과 묵직한 진심을 담고 있는 영화임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3.5 / 5 좋은 태도와 진심이 느껴졌기에 아쉽다.
에필로그
아직 개봉을 하지 않은 영화라 스포일러 없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실, 영화에 대한 모든 부분을 이야기하면 충분히 할 이야기가 많은 영화라고 생각이 듭니다. 장애에 대한 편견, 자폐 스펙트럼, 직업윤리, 사람의 태도, 가치의 판단 등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GV의 질문도 상당히 다양하고 좋은 질문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소소함에서 오는 인간관계 그리고 신뢰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겨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끼리 같이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볼 수 있는 좋은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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