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사랑이라고 하면, 멜로 영화나 치정 극에서 쓰일 것 같은 느낌이다. 지독하다는 사전적 의미로 앙칼지고 모질다 또는 참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의지나 마음이 매우 크고 강하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참기 힘들 정도의 고통으로 느껴질 수 있디만, 누군가에게는 그만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 목적이 무엇이든 말이다.
영화 [새벽의 약속]은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의 자서전인 ‘새벽의 약속’을 바탕으로 로맹 가리가 소설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가 몰랐던 그의 모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성격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과거의 어떤 기억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스스로 트라우마를 만들기도 하고, 큰 장점을 만들기도 한다. 이 영화 속에서 나오는 어머니는 과도할 정도로 억척스러운 사람이다. 아들의 입장에서는 그 간섭이 과도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 정도다. 영화를 보면서는 아무래도 자식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영화 속 어머니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모든 것을 다 통제하려고 하고, 자식을 사육을 한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아들도 착한 것이 어머니가 심하게 간섭을 하지만, 크게 반항하거나 어긋나지 않고 어머니를 위한 삶을 산다. 그도 자신의 어머니가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억척스러운 삶은 살던 어머니를 위해 자신이 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가 원하는 것들 하기 시작한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글을 쓰게 되고 군인으로 전쟁도 참전한다. 자신이 어머니를 위하는 방법은 그것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던 것이다. 그도 너무 일찍 철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어머니와 한 모든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들은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소설가가 되어서 과거 어머니와 자신의 일대기를 책을 쓰게 된다. 그리고 그 내용이 ‘새벽의 약속’이다. 영화의 시작도 어른이 된 로맹이 글을 쓰다가 쓰러진 로맹이 병원에 가는 택시를 타고 가면서 아내가 그가 쓴 글을 읽으면서 영화가 진행된다.
그런 행동들은 사랑을 받기 위한 행동들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어릴 때부터 나온다. 여자아이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 흙을 먹고, 신발을 먹는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사랑에 상처를 받아서 아빠와 헤어지게 된 것이다. 때문에, 새로운 사랑에 대한 것도 거부하고, 자신의 사랑을 로맹에게 쏟아붓는 것이다.
이상한 일이다. 어머니는 로맹에게 사랑을 쏟아붓지만,, 로맹은 사랑에 대한 갈망이 존재한다. 부모들은 자식에게 어떤 보상심리가 작용한다. 자신이 키워주고 사랑해줬는데 그것에 대한 보상을 바라는 것이다. 그런 보상심리의 하나로 자신이 자식을 통제하려고 한다. 자식이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자식에게 시키고 싶은 것을 더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아주 나쁘다고 하기도 어렵다. 어릴 때는 모르지만, 성인이 돼서는 그것이 사랑에 대한 결과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좋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통제라는 것이 결국에는 집착까지 가게 되기도 한다. 집착은 집착의 대상이 없어지면, 자신도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결국,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자신이 있어야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하다 보면 어느 새 자신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녀의 사랑은 아름답기보다는 눈물겹다는 표현이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로맹 가리’라는 작가가 탄생하기까지 어머니의 역할이 없었다면 탄생했을지 모르겠다. 결과론적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가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훌륭한 화가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로맹 가리’가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 로맹은 어머니의 과도한 사랑을 집착이 아니라 사랑으로 받아들였다. 때문에, 그녀를 내치거나 거절할 수 없었다. 오로지, 그녀와의 약속을 위해서 스스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발 앞에 세상을 갔다 놓겠다는 그 다짐을 이루지 위해서 그랬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의 죽음이 슬픔보다는 허망이 더 큰 감정일 것이다. 자신이 이렇게 살아온 이유가 바로 어머니기 때문이다. 그런 어머니가 자신과 한 약속을 다 지켰음에도 그것을 보지 못한 어머니가 원망스럽기도 할 것이다.
이 영화는 프랑스 영화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영화는 어떤 분위기에서도 농담을 할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그것이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상황에 의해 재밌는 상황을 만들기도 하고, 프랑스식 유머를 잘 구사해서 영화 자체 퍽퍽하지 않도록 만들어 준다. 더불어, 현재의 이 사람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에 보여주는 과정이 마치 소설책을 읽듯이, 계속되는 내레이션으로 이야기를 차분하게 진행하고 있다.
영화의 내용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식도 하나의 인격체로써 존중해줘야 하고, 스스로의 인생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심, 한국의 극성 어머니들이 이 영화를 보고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정당하고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다. 자식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자식이 잘 되던 망하던 그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다.
3 / 5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삶, 어머니를 위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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