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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4.25 스크린 상한제는 독과점을 막고, 작은 영화를 살릴 수 있을까?
posted by DdaDdaSsij 2019. 4. 25. 23:49

해당 글은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저의 주관적인 예측과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어벤저스 : 엔드게임]의 인기 덕분에 많은 상영관이 [엔드게임]을 상영하고 있습니다. 개봉 첫날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상영 점유율은 80%로 상당히 높은 점유율을 보여줬습니다. 개봉 4주차가 된 영화 [생일]의 관객 수를 하루 만에 뛰어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한 영화가 잘 되면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논란입니다. 과거에도 잘 되는 영화에는 항상 독과점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논란은 법안 발의를 통해서도 해결하려는 의사를 보였습니다. 2016년에 처음으로 발의되어서 엔드게임이 개봉한 2019 4월에 다시 한 번 발의 되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동일한 영화를 주 영화 관람 시간대(13:00~23:00)에 5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과연 이런 조치가 효과가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 생각에는 별 효용성이 없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영화라는 재화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는 배급사를 통해, 극장에 걸리게 되고,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난 뒤에 2차 시장인 IPTV VOD로 넘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점이 바로 극장입니다. [엔드게임]의 독주가 진행되는 이상 극장에서는 다른 영화를 보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크린 상한제가 시행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엔드게임]의 상영관 수는 현재에 비해 40% 넘게 줄어들 것입니다. 한 영화는 50%를 초과하여 상영할 수 없기 때문에, 나머지 50%에는 다른 영화들이 들어올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50%를 채워줄 영화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배급사들이 [어벤져스]와 겹치지 않으려고 비슷한 시기에 영화 개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어벤저스]를 보기 위해서 예매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하며 영화를 관람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을 늘이는 것이 아니라 줄인다는 것은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행위입니다.

 

물론, 제도가 시행되면 다른 배급사들도 [어벤져스]가 개봉한다고 해서, 개봉일을 일부러 조정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2편의 영화가 같이 뜨는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2015년에 이런 상황이 있었습니다. 당시, 여름 성수기 시즌을 맞이하여 영화 [암살] [베테랑]이 한 주 차이로 개봉하였고, 두 영화는 모두 천만을 기록했습니다. 한 두달 사이에 두 개의 천만 영화가 등장한 것입니다. 만약에, 2편의 영화가 모든 스크린을 점령한다면 이 또한 독과점 아닌가요?

 

 

영화는 다른 재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급이 제한되어 있는 재화입니다. [어벤져스] 개봉 전 일주일 동안 극장을 찾은 관객보다 [어벤져스] 개봉날 영화를 본 관객이 더 많습니다. 극장의 입장에서 일주일 동안 벌었던 돈을 하루 만에 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극장은 평일 혹은 비수기 주말에는 적자를 겪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실제로 2017년에 CGV 12월 중순까지 적자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2월 말에 개봉한 [신과 함께]가 천만을 기록하면서 단 며칠 만에 흑자로 전환되었습니다. 당시에 이런 규제가 있었다면, 이들은 이 수익을 거두어들일 수 있을까요?

 

극장이 돈을 버는 문제는 관객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극장이 돈을 충분히 벌 수 있어야, 티켓값이 오르지 않습니다. 매년 많은 돈을 버는 극장이 티켓값을 올린다고 하면, 사람들은 해당 극장에 대한 비난과 함께 극장을 찾지 않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극장은 지점의 수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즉, 영화로 많은 매출이 나와야 극장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극장은 소규모 사업자가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닙니다. 극장의 스펙과 특별관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고, 땅값과 임대료의 상승은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극장은 초기 자본 투자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영화관련 기기인 영사기, 스피커, 스크린 및 영화 콘텐츠 관리를 위한 기술직 인원도 필요합니다. 

인원과 돈이 많이 투자되는 만큼 회수를 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어야 합니다. 돈을 많이 투자해도 배급의 한계가 있다면, 누가 더 큰돈을 쓰려고 할까요? 그냥 적당한 규모에 적당하게 개봉하는 제작사가 가장 이득을 볼 것입니다.

 

 

 

그렇다고, 한 영화가 상영관을 독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엔드개봉] 개봉 이후 다른 영화들은 거의 상영하지 못하고 있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화가 이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극장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서울은 이미 극장이 많습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저는, 그럼에도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보기 위해서 집 근처가 아닌 멀리까지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극장이 부족한 지방에 사는 분들은 어떨까요? 보고 싶은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저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애초에 극장 자체가 많다면, 선택권도 많이 집니다. 서울의 극장들도 보면 지점별로 상영 시간표를 배치하는 스타일이 다릅니다. 해당 지점이 타깃으로 하는 고객층에 따라서 영화의 종류도 달라지게 됩니다. , 경쟁자가 많아야 다양해진다는 것이죠.

 

그런 다음에 다양성 영화 전용관이 있어야 합니다. 극장 3사는 각자 다양성 전용관이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상영관에서는 상업영화의 상영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다양성 영화만 상영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다양하게 보는 분들은 영화의 40% 정도를 다양성 영화 전용관에서 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다양성 전용관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자본의 전쟁이 있습니다. 어떤 특정 영화가 인기가 많아서 다양성 전용관에도 특정 영화가 더 많이 배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문제로 다양성 전용관에도 스크린 쿼터가 적용됩니다. 같은 다양성 영화라도 한국 영화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편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국적의 영화가 개봉하기 때문에 인기 있는 한국 독립영화가 나오면, 스크린 쿼터를 채우기 위해서 억지로 많이 상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국 영화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규모에 맞는 상영 횟수를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봉하는 모든 영화에 상영횟수를 보장한다면, 우리는 이런 영화들도 극장에 걸리게 됩니다. 돈을 많이 쓸수록 더 많은 상영관을 가져가는 것은 다양합니다. 그런 식으로 경쟁을 해야, 시장 자체가 커집니다. 잘 나가는 영화를 막으려고 하면, 누가 영화 시장에 투자를 할까요.

 

극장가에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적은 상영관으로도 오랜 시간 상영을 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영화 관람 형태는 한순간 폭발적으로 관객이 몰렸다가 한순간 빠져나갑니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특정 영화를 보기 위해 찾는 것이죠. 이러한 형태는 한 영화가 대부분의 상영관을 차지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 개봉하는 영화는 인기가 없으면 1주일이면 사라지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봐야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사람들이 영화를 여가의 한 종류로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입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영화만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 밥을 먹는 등 다른 여가와 함께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극장이 쇼핑몰 안에 위치한 이유 또한 그렇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에서는 오락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영화가 여가의 역할을 하는 것은 다른 여가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여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가장 큰 여가로 각광 받고 있던 영화도 여가로만 소비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머지않은 날에 이러한 소비 형태는 변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상영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관객의 선택 폭도 넓어집니다.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겨도 서두를 필요가 없고, 각 영화마다 충분히 시간을 가지니 모든 영화에 반응이 생기고, 그로 인해 좋은 영화는 더 좋은 평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궁극적으로 하루 이틀 만에 흥행이 결정되는 지금의 극장 시스템에서 작은 영화는 반응조차 나오지 못하고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독과점 문제는 꾸준히 제기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모든 문제를 규제로 해결하려는 생각이 자체가 잘못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영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어보려고 노력해야하지 않을까요? 그들의 태도가 해결을 하기 위한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말이 많으니까 그냥 '우리도 무언가를 하고 있어'라는 식으로 보여주기만을 위한 행동으로 보여서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