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daDdaSsij 2019. 1. 18. 01:41

사람은 자신만의 시선을 가집니다. 대부분은 그것을 두려워합니다. 남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싶어 합니다. 나는 재미없게 봤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미있게 봤다면 자신을 의심하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현상들은 인간관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자신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기억들을어리석은 자의 기록이라고 표현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 [우행록 : 어리석은 자의 기록]입니다.



 

일본 영화인 만큼, 영화 속 한자 풀이에 대한 두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비와 어리석다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 한자 표현입니다. 영화 속에는 두 가지 표현이 모두 다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볼 때, 아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저의 컨디션이 별로였습니다. 전날 너무 늦게 자서, 피곤한 상태에서 상영관에 들어갔습니다. 커피라도 하나 사서 들어가려고 했는데, 또 영화관에 늦게 도착해서 영화가 시작하고 입장을 했고, 결국 연신 하품을 하면서 영화를 봤습니다.

 

멀쩡한 상태에서 봤다면, 이 영화가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상당히 좋은 영화 고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다만, 저의 컨디션이 좋지 못해서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영화의 진행이 아주 많습니다. 이미 1년이나 지난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를 따라다니면서, 피해자의 주변 인물을 탐문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런 진행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이야기의 조각들을 모아서 영화의 마지막에 모든 조각들이 맞춰지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의 장점은 영화의 처음부터 이 영화가 밝히고 싶어 하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주인공과 같이 알아가면서, 관객들도 조금씩 정보를 얻게 되고, 새로운 정보가 생기면서 따르는 새로움 궁금증을 지속적으로 생산해서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피곤한 상태에서 봤던 저도 역시도 영화의 초중반까지 졸지도 않고, 영화를 봤습니다. 그러다가, 영화가 잠시 긴장을 풀어주는 장면에서 잠깐 졸았습니다.

영화 [우행록]이 이런 진행 방식으로 영화를 보여주는 것은 영화의 장르와 아주 적합했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방식으로 전개를 해야만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겁니다. 만약에 [우행록]이 있던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그것을 추적하는 서스펜스로 갔다면 이 영화의 주제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위의 내용으로 대충 아시는 분들도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범인이 누구인가가 중요한 영화는 아닙니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진실이 무엇인지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관객들에게 진실이 별 의미 없이 다가오지 않았다면 이 영화가 재미있다고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어떻게 생각하면 결말에 큰 임팩트를 위한 탑 쌓기를 아주 잘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부제로도 표현되는 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주인공의 이야기 추적 과정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피해자와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사람들은 한 가지 사건을 두고, 각자의 이야기합니다. 이런 이야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지 않습니까? 바로, 1950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제가 이 영화 사조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이 영화를 접했을 때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한 가지 사건을 두고 여러 인물이 각자의 기억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패턴입니다. 물론, [라쇼몽]과 완벽하게 똑같은 이야기 구조는 아니지만 그 영화에서 보여준 기억에 대한 이야기가 이 영화에서 비슷하게 적용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행록] 역시 각 인물들이 기억하는 각자의 이야기를 말합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대부분 자신은 피해를 봤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영화 속에 죽은 인물인나츠하라타코우에 대해 좋게 말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죽은 두 인물은 다른 사람에게 질투의 대상이고 의도적으로 사람들 사이를 훼방을 놓는 인물로 나옵니다. 특히, ‘나츠하라의 경우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는나츠하라타코우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나츠하라가 정말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그녀에게 질문하기 전에는 말이죠.

 

누구도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아무도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위의 내용은 영화의 슬로건입니다. 그들은 거짓말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사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불확실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내용을 제외하더라도, 이 영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돈에 의해 결정되는 보이지 않은 계급이나 타인에 대한 험담 및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른 이야기들은 영화의 중대한 스포일러를 하지 않으면,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비슷한 생각을 하실 것 같습니다. 아주 잔잔하거나, 아주 밝은 영화로 극명하게 나뉘고 있는 일본 영화시장에서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것은 아주 반가워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4 / 5  내 기억조차 의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