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받던 기대작이다. 장동건, 현빈 캐스팅과 [공조]의 김성훈 감독 그리고 조선에 좀비가 출연하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만 들으면, 이 영화는 한국 영화의 새로운 시도이자 재미있는 영화로 느껴진다.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다. 개봉하기 전까지는. 영화 [창궐]은 그런 관심을 받고 있던 영화였다.
한국 영화도 점점 다양한 소재의 영화가 나오고 있다. 비슷한 내용의 비슷한 영화를 벗어났다는 점은 좋은 일이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창궐]은 조선에 좀비가 나타났다는 소재를 가지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나갈 줄 알았다.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었다.
이 영화는 [물괴]와 다를 것이 없다. 정말 놀라운 것은,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이 똑같다는 것이다. 어쩜 이렇게 데칼코마니 마냥 똑같을 수 있는지 정말 놀랍다. 정말 궁금해서, 같은 사람의 시나리오 인지 찾아보았다. 전혀 다른 사람의 시나리오다. 그럼에도 이렇게 똑같을 수 있는가? 정말 여러 의미로 대단한 것 같다. 소재만 다르지, 기본 한국 영화와 무엇이 다른 것인지 모르겠다. 이야기 전개 방식 똑같고, 그 좀비를 이용하는 것도 똑같고, 부패한 권력층을 좀비로 비유하는 것도 똑같다. 영화 [창궐]이 다른 영화와 차별화된 점은 없다.
좀비에 대한 표현은 괜찮았다. 좀비의 분장이나 움직임에는 꾀 신경 쓴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조차도 영화 [부산행]에서 이미 봤던 느낌의 좀비였다. 영화 곳곳에서 [부산행]에서 따온 듯한 장면이 몇몇 있었다. [부산행]에 대한 오마주를 한 것 같다. 근데, 오마주라는 느낌보다는 따라 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오마주라고 하면 이 영화만의 색으로 진행되다가, 특정 장면에서 과거 어떤 영화가 떠오르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그냥 이 영화는 [부산행] 조선판이다. 그리고 [물괴] 버전이다.
부패한 관리를 좀비에 비유하면서, 정치적인 의미를 투영한 것이 보였다. 대사 중에 ‘지금이 어떤 시국인데’와 ‘이게 나라냐?’ 라는 대사는 과거 촛불집회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많은 횃불들이 모여있는 장면을 보면서 확신했다. 이 영화는 정치적 비판을 위한 영화라고. 물론, 이런 점 또한 [물괴]와 비슷하다.
이 영화에서 칭찬하고 싶은 점은 배우들의 연기다. 현빈 배우의 연기는 이제 안정적이라고 생각된다. 배우 스스로 캐릭터 구축도 잘 하고, 대사 톤이나 표정연기가 상당히 괜찮다. 배우의 연기는 뛰어나게 잘하는 것보다 다른 배우와 합을 맞췄을 때 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현빈 배우가 뛰어난 배우는 아니지만, 적어도 민폐를 끼칠만한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동건 배우의 사극 연기를 본 기억이 없다. 찾아보니, 장동건 배우는 과거 93년 드라마 [일지매] 이후 첫 사극 연기다.. 사극 연기가 나름 괜찮게 느껴졌다. 그의 연기는 현대극보다 사극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뛰어난 연기는 아니지만, 괜찮은 연기를 보여줬고 이 역할의 이미지도 잘 어울렸다.
[창궐]에서 가장 주목하고 싶은 배우는 조우진 배우다. 그는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영화 [부라더]에서 보여준 연기와 [창궐]에서 보여준 연기를 보면 정말 천지차이다. 그럼에도 그는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정말, 천상 배우라는 말이 그에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연기에는 구멍이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창궐]은 현빈과 장동건 배우의 캐스팅 때문이라도 보는 맛은 있는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도 한몫을 한다.
결국, [창궐]은 다른 소재로 다른 영화와 같은 의미와 같은 전개 방식을 보여준 영화다. 신선하지 않다. 다른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나쁘게 말하면, 순수하게 이 영화가 만들어낸 것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물괴]보다 나은 영화라고 생각되는 점은 연기 구멍은 없다는 것이다. 그냥 쉽게 만들어지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노력했겠지만, 영화에서는 그 노력이 보이지 않은 영화다. 영화의 재미보다, 의미에 더 집중한 것 같다. 상업영화라면, 기본적으로 보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 재미조차 없다면, 그 돈으로 독립영화 몇 십 편에 투자하는 것이 한국 영화계를 위한 더 나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2 / 5 속 빈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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