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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7.12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요? / 영화 [진범] 리뷰
posted by DdaDdaSsij 2019. 7. 12. 00:55

 

영화 [진범]은 아내가 살해당한 남자와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남자의 아내 두 사람이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는 내용입니다. 이런 내용만 두고 본다면 영화는 그리 내세울 것이 없는 영화입니다. 큰 규모를 가지는 영화도 아니고, 영화의 소재가 상당히 흥미로운 것도 아닙니다.

일부 스릴러 영화는 관객들은 전혀 궁금해하지 않고 혼자서 비밀을 캐나 가는 식의 자문자답 영화들에 비하면 [진범]은 상당히 준수한 편입니다.

 

영화 [진범]에 대해 우려했던 점은 단독 개봉 영화라는 점입니다. 한국 영화 중에서도 단독 개봉 영화는 그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점을 생각해보면, 영화 [진범] 또한 비슷한 우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막상 영화를 보면서는 그런 생각은 걱정일 뿐이었습니다.

 

 

 

 

스릴러 영화로 보아도 괜찮은 인상을 줍니다. 스릴을 휘몰아치는 느낌보다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면서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를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현재의 사건을 보여주면서 과거에 벌어졌던 일을 조금씩 보여주는 형태의 이야기 전개는 영화의 특징과 잘 어울리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상황들이 과거에 이들에게 어떤 일이 발생하였는지 궁금하게 만들면서, 결과에 대한 과정 및 원인을 보여주는 순서로 진행해서, 궁금증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여러 사람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영화에서는 관객들을 헷갈리게 만들면서도, 사건의 전체 결과가 나왔을 때 그 증거들이 적절했어야 합니다. 흔히 하는 말로 떡밥 투척과 회수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저 관객들을 헷갈리게 만들기 위해서 존재하는 떡밥은 극 중에서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영화가 끝난 후에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범]은 그런 부분에서 대부분의 떡밥을 잘 회수해냅니다.

 

정황이나 증거에 다른 사람들 의심할 여지를 충분히 주면서도, 원래 범인에 대해 크게 벗어나지 않은 증거들을 보여줍니다. 이 부분은 상당히 칭찬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퀴즈를 풀 때, 답을 알면 쉽지만 막상 문제를 풀 때는 어렵게 느끼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몇몇 장면에서는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은 부분도 존재하기는 합니다만, 봐줄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영화의 스릴을 더하는 중요한 요소인 배우들의 연기 또한 상당히 돋보입니다. 송새벽 배우와 유선 배우의 연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이 부분은 모두 공감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영화 속에서는 두 사람 모두 진범일 수도 있다는 늬양스를 보여주기 때문에 이들의 연기 또한 관객들을 헷갈리게 하지만 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연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장혁진 배우까지 배우분들의 연기는 모두 훌륭하게 느껴져서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한 분들에게는 괜찮은 영화가 될 것입니다.

 

송새벽 배우의 연기에 대한 평가가 조금 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의 연기가 약간은 어눌하게 표현되어 대사를 읽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모습이 이 인물의 이중적인 면을 표현하기 위한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그 의도가 잘 표현되었는지는 보시는 분마다 평가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단점이라고 한다면 추리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실, 초반 몇 분만 보면 대충 예상되는 인물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뻔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끊임없이 증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증거들을 토대로 조금씩 추리한다고 하면 영화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범인 후보에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아닌 이유가 하나씩 증거를 통해 나타나곤 합니다. 덕분에 증거를 통해 범인을 추리해본다면 진짜 범인을 찾는 것에 헷갈릴 수 있고 이는 영화의 재미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범인의 후보가 적다는 것입니다. 등장하는 인물 자체가 적어서 범인으로 의심이 가는 사람 또한 적습니다. 그런 단점을 영화도 알고 있기 때문에 증거들을 더 다양하게 만들어서 헷갈리게 만들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가 보여주려는 메시지를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진범]이라는 제목과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연출한 고정욱 감독의 인터뷰에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는 ‘누구보다는 “왜”에 주목’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이는 영화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야기가 진범이 진짜 범죄를 저지른 이유와 상충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은 다소 마음에 안 듭니다. 왜 이런 결말을 내었으며, 결말을 통해 감독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본 뒤에는 찜찜함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 찜찜함이라는 느낌은 영화가 아주 현실적인 영화였을 때, 그 찜찜함이 더욱 다가오게 되는 것입니다. 영화 [기생충]을 보면서, 기분이 좋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진범]을 보면서는 현실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은 부분들이 많습니다. 때문에 이 찜찜함은 영화가 아직 할 이야기가 더 남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홍보과정에서도 범죄의 이유에 대해서 강조를 하던 이 영화는, 이유만 있다면 범죄를 저질러도 용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요?

 

단독 개봉이라는 것이 의아할 정도로 영화는 괜찮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최근 개봉한 [비스트]가 외관이 화려한 SNS 인증샷 명소 같은 느낌이었다면, [진범]은 오랜 시간 운영하고 있는 집 근처 식당에 간 듯한 느낌입니다. 익숙한 느낌이긴 하지만 핵심은 놓치지 않고 있으며 크게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스릴러라는 장르의 맛은 잘 살려낸 그런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