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반항아'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8.11.04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 / 나처럼 살지 말아라
posted by DdaDdaSsij 2018. 11. 4. 20:59


글을 쓰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영화를 본 후 쓰고 있는 지금 이 글도, 첫 문단을 쓰지 못해 쓰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이 영화처럼 지금 벌어지는 나의 이야기로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작가 ‘제리 샐린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입니다.

 

 


 

한 사람의 생애를 다룬 영화는 자주 등장하는 영화의 소재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본 투 비 블루] [이미테이션 게임]입니다. 그들은 큰 업적을 남겼지만,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했던 안타까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한없이 약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미친 것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힘들었던 것은 그들의 재능이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컸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그들이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순수했던 사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자신의 일 밖에 몰랐던 바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리 샐린저’ 역시 안타까운 인물입니다. 전쟁이라는 큰 상처를 겪게 됩니다. 전쟁의 상처는 누구에게나 큽니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예술가에게는 그것이 더 크게 다가올지 모릅니다. 자신의 기억을 다시 되돌려 봐야 하고, 그것을 표현해야 합니다. 끔찍한 일을 다시 떠올리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습니다. 오히려, 단순한 반복을 하는 일을 했다면 그의 기억은 더 쉽게 잊힐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런 명작은 탄생 안 했을지도 모르죠. 많은 사람들이 보는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이 있지만, 공감이라는 코드가 있어야 합니다.. 이 영화에서도 제리의 소설을 열광하는 사람들은 그 소설 속 인물이 자신의 이야기라며 큰 공감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현실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그는 결국 자신의 현실과 대면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현실은 무척이나 고통스럽기 때문이죠.

 

어쩌면 그래서 출판사는 독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 이 이야기 속에 있을 때 만이라도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끝까지 고집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정작 자신의 소설을 재미없다고 한 사람에게 끌렸습니다. 그렇게 많은 출판사 사람들이 그의 소설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그는 자신의 소설을 무조건 좋다고 한 출판사의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듣고 싶지 않던 이야기도 듣던 과거의 순수함을 전쟁이라는 불행이 빼앗아 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영화를 보면서 그가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럴수록,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때, 이랬더라면 어땠을까?

 

그리고 영화 [라라랜드]의 결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렇다고 환상적인 결과가 나타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현실은 현실이니까요.

 

그는 전쟁을 통해 상처와 트라우마를 얻었습니다. 그는 그것을 글쓰기를 통해 떨쳐내려고 했었죠. 그는 무엇을 위해 글쓰기를 했던 것일까요? 이것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전쟁 전 순수하게 글 쓰는 것이 좋아서 시작했던 그와는 너무나도 달라져 있습니다. 평소에는 필요 없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 자신이 나약해진 순간에는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죠. 이 영화에서 그가 가지게 되는 신앙심도 그렇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과거,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는 종교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나약해지고 기댈 곳을 찾지 못하게 되면서 접하게 된 것이 종교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의식처럼 거해지고, 그것이 반복되면 일상 중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커져서 어느새 인생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이죠. 그 일부가 너무 커져서 처음 가진 목표가 오히려 하나의 의식을 방해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결국 그 소설은 자신의 과거를 떨쳐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 했지만, 그것은 자신을 더욱 옥죄는 수단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어쩌면 그는 그 소설 속 주인공이 진짜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듣지 않았던 것이 아닙니다. 듣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것은 온전히 자신이었기 때문에 그 속마음을 듣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고통을 말하는 것조차 그에게는 고통스러울 겁니다.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다. [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한 이야길 하면서 그는 다른 아이들을 잡아주고 싶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가 말하는 아버지의 꿈. 그리고 아버지가 꿈을 포기하게 된 이유들이 모두 하나를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이 해봤기 때문에 그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못 해봤기 때문에 너는 그렇게 해보라는 것이다. 그의 아버지가 그런 과거를 겪었음에도 자신의 아버지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진심이 전해지는 아버지의 고백은 관객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진심을 담은 이야기는 어떻게 이야기를 하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리의 소설인 [호밀밭의 파수꾼]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열광을 받았던 이유는 그가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말을 이 소설을 통해 전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진심을 독자들이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4 / 5  나처럼 살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