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영화가 있습니다. 정확히는 이해가 안 된다는 것보다는 선명하지 않다는 것이 맞다. 사람들은 이런 애매한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다시 보며 곱씹어 보고 싶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100% 확실하게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왜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지는 것일까? 영화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는 영화 [경주]를 연출한 장률 감독의 영화로 박해일, 문소리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어딘가 싱거운 이 영화는 싱거운 매력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어중간하다. 두 남녀가 아침부터 군산으로 와서 돌아다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화가 진행되어도 이 인물이 어떤 사람들이고, 왜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군산에 놀러온 것부터 이야기의 시작은 아니다. 이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은 영화의 중간 부분에서부터 시작한다. 영화는 군산을 다니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들이 왜 군산에 오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신기한 것은 영화의 타이틀도 영화 중반부 시간상 가장 앞에 붙어있다. 즉, 영화를 1부터 10까지 나열된 숫자로 표현한다면, 이 영화는 5부터 시작하여 10까지 보여주고 다시 1부터 4까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영화의 처음이 어디서부터 시작하는지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매력이 있다. 유머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큰 웃음보다는 자잘한 웃음이 주를 이룬다.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지루하다는 생각은 덜하다.
주인공인 윤영도 애매한 인물이다. 어떤 물음에 애매하게 대답하고 행동한다. 사실, 이런 캐릭터를 박해일 배우가 너무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박해일 배우가 아니라면 이 인물은 누가 연기했을까 싶다.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아주 좋았다. 영화의 잔잔한 분위기와 어울리고, 배우들 간의 케미도 좋았다.
이 영화는 일반 관객에게 어필을 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어떤 사건에 대해 오버하면서 이야기하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와 더불어 소소한 디테일들이 이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초반을 보면, 윤영과 송현은 군산을 돌아다닌다. 영화의 컷 편집조차도 영화 속 캐릭터를 설명해준다. 한 컷의 마지막 장면은 항상 어떤 장소로 이동하려고 하는 중간에 컷을 끊게 된다. 보통은 프레임 아웃을 하고 끊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민박집에서 이사장과 만난 장면에서는 한 컷을 기준으로 처음에는 3명이 같이 나오다가 이사장과 송현이 프레임 아웃하고,, 윤영이 잠시 머물렀다가 프레임 아웃하려고 하면 커트가 되는 패턴을 가져가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애매함 덩어리다. 영화 속에서 송현도 윤영에게 애매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람들은 애매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인간관계에 있어서 애매한 것은 나의 생각이 많아지게 한다. 다음 행동에 대한 판단이 서질 않는 것이다. 때문에 그 확신을 얻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런 관계를 요즘에는 ‘썸’이라는 단어로 이야기한다.
생각해보면 ‘썸’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은 참 이기적이다. 상대방이 애매한 것은 싫지만, 내가 애매한 것은 좋아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잃는 것을 감수해야한다. 두 손이 꽉 차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물건을 집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애매해진다는 것은 어느 한 쪽에 속해서 무언가를 잃는 상태가 아니라 둘 다 잡을 수 있도록 하려는 어느 하나의 과정으로 보인다. 그 경계에서 애매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이다. 영화 속에서도 말하지만, 이런 흑백논리로 접근하기 쉬운 곳이 정치쪽이다. 송현은 진보, 송현의 아버지는 보수의 모습으로 보인다. 그리고 윤영은 중도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꼭 어디 하나에 선택을 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다. 우리의 인생도 시작과 끝, 그 사이 어딘가를 살고 있는 것이다.
3.5 / 5 애매한 인생 속을 살아가는 그들과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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