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CG로 예고편부터 놀라움을 선사했던 [라이온 킹]이지만,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CG의 기술력이라면,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디즈니는 이번에도 놀라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 속 동물들이 CG라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였고, 실제 배경인 헬스 게이트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였습니다. 그런 이유로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시퀀스는 마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었고, 아이맥스 같이 화질 특화관에서 본다면 더더욱 감명 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점이 단점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동물의 표현은 좋지만, 이런 동물 캐릭터의 클로즈업에서는 약간의 어색함이 느껴집니다. 이는 동물들의 표정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문제보다는 표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동물들이 인간과 같은 표정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그 표정을 표현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동물의 모습으로 사람의 입모양을 보여주는 것도 살짝 어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점이 불쾌한 골짜기처럼 라이온 킹에 등장하는 동물들에게 느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CG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영화의 스토리는 원작을 그대로 가지고 왔습니다. 원작의 스토리를 생각해보면, 스토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린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과 9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을 가진 것을 생각해본다면 당시의 스토리를 지금의 영화에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스토리가 그대로 이뤄짐과 동시에 러닝타임은 119분이 되었습니다.
과거 애니메이션과 같이 어린이를 위하여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라면, 이 정도 스토리 라인은 이해할 수 있으나, 그동안 디즈니는 어른이 봐도 괜찮은 영화를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라이온 킹]은 다소 실망스럽게 느껴집니다.
설사 같은 스토리를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실사 영화를 통해서는 캐릭터의 고민이나 생각이 잘 보이도록 재구성을 해야 성인도 흥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영화 [알라딘]은 비슷한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지만,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에 대한 표현이 괜찮았습니다. 특히, 쟈스민의 Speechless는 원작에는 없었지만, 현대의 쟈스민 캐릭터를 고려했을 때는 필요한 노래였습니다. 그리고 그 음악 덕분에 쟈스민 캐릭터가 잘 살았다고 생각이 되고, 그 캐릭터의 성격이 영화의 결말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역할이 되었습니다.
뮤지컬 영화로 생각해보면, 동물들이 노래를 부른다는 설정 자체가 낯설게 느껴진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뮤지컬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안무에 대한 표현도 동물의 행동으로는 그 표현이 제한적이라는 것도 하나의 문제점으로 보입니다. 음악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음악이 보이는 것과 어우러지는 것을 보는 것이 영화 혹은 뮤지컬의 매력이지만, 그 매력을 100% 살리지 못했습니다.
같은 감독이 만들었던 [정글북]에서는 사람인 모글리가 주인공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의 표정이나 행동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 또한 동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성격이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비교적 자연스러운 표정과 모글리의 리액션 장면으로 상황이나 분위기를 대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아직까지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실사 영화는 어려운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2번 정도 보고, 상당히 자세한 리뷰를 쓸 생각이었습니다. 용산 아이맥스에서 관람을 하면서 3D 영화를 보면서는, CG의 디테일이 잘 안 보여서 2D로 다시 한번 볼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영화 관람을 시작한 지 30분이 지나면서 그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CG의 디테일도 중요하지만, 영화 자체의 흥미가 생기지 않아서 다시 볼 자신이 없었습니다. 다시 본다면 졸았을 것입니다.
여러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느꼈던 탓인지 OST에 신경을 썼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날라의 목소리 연기에 비욘세를 캐스팅한 것이 영화 속 OST에 힘을 보태기 위한 노력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 같습니다. 영화 속 비욘세의 노래는 뮤지컬이라기보다는 팝의 느낌이 강해서 들었습니다. 뮤지컬 장르의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와 어울린다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아프리카 초원과 사막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R&B 소울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는 취향의 차이일 수도 있으나, OST가 영화를 살린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그래도 용산 아이맥스의 1.43 : 1의 비율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도 크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기존 1.43 : 1의 비율로 상영했던 [덩케르크]와 [퍼스트 맨]과 비교하자면, 그 효과가 극적이지는 않습니다. 영화의 작품성을 떠나서, 두 영화는 아이맥스의 비율을 제대로 활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단순히 전투 장면의 화려한 효과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영화를 표현하는 하나의 장치로 잘 활용되었던 영화입니다. 특히, [퍼스트 맨]은 용산 아이맥스에서 보는 것이 아니면 제대로 본 것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그 활용이 아주 좋은 영화입니다. [라이온 킹]은 뮤지컬 시퀀스에 도입하면 1.43:1의 비율을 변합니다. 하지만, 이 효과 자체가 극적이지 않아서, 굳이 용산 아이맥스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라이온 킹]의 장점을 하나만 짧게 이야기하자면, 품바와 티몬의 케미입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그나마 관객 반응이 나왔던 장면이기도 하면서, 그나마 집중이 되는 장면들입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품바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는 목소리 연기를 한 ‘세스 로건’의 힘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치, [토이스토리 4]의 버니와 더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세스 로건’은 개봉 예정인 [롱 샷]이라는 영화에서도 아주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시사회에서 [롱 샷]을 보고, 이 영화가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영화가 개봉하게 되면, 이야기를 다시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괜히 제가 다 아쉬워지는 영화입니다. 많은 기대를 하고 있던 것과 더불어서 어릴 적 추억과도 맞닿아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더 아쉬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라이온 킹]에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을 생각하고 영화를 보러 간 터라 더더욱 실망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제가 실망했다고 여러분도 실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떨어지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생각나는 것은 CG로 표현된 동물들의 모습 말고는 인상적인 장면이 없었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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