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주인공인 영화가 있습니다. 오로지 개의 시선에서 영화가 진행되고, 사람은 조연이 되었습니다. 인간과 살아가는 개의 삶을 개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있습니다. 단순히, 귀여운 개들이 등장한다고 생각만 하고 이 영화를 보러 간다면 뜻하지 않은 감독으로 눈물바다가 되어서 나올 것입니다. 이 영화는 개들이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잘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영화 [베일리 어게인]입니다.
신기하게도 이 영화의 감독은 또 한편의 신작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12월에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을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이 영화가 괜찮은 예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영화가 괜찮습니다.
저는 개를 키운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최근 애견인이 늘어나면서, 제 주위에서도 개를 키우는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반려견이 죽어서, 슬퍼하거나, 아파서 걱정하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 적 열심히 키우던 다마고치나 디지몬들이 아프면 덩달아 나의 마음도 아팠던 것을 생각해보면 자신과 함께 하던 생명체가 아프다는 것은 상당히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은 진짜 가족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만큼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개들의 죽음을 다룬 영화는 아닙니다. 그런 어두운 영화는 아니니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이 영화를 관람하셔도 좋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크게 보면, 옴니버스식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견생이 마무리되면, 새로운 개가 되어서 태어나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베일리라는 견의 캐릭터는 지속적으로 내레이션으로 나오지만,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렇게 함으로써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에게 개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 그때마다 개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 지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전 이 옴니버스식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딱히, 할 이야기가 없어서 옴니버스식 구조를 취했던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첫 번째, 파트에서 나오는 이든의 이야기가 너무도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야기가 더 계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빨리 끝났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다 끝나고 보면 이 옴니버스식 구조는 아주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이유에 대해 설명하자면, 결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서 이 부분은 생략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이 이야기에 크게 공감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양한 개들이 각자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개로 살아가는 형태 혹은 인간이 개에게 어떤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는 지 보여줍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감정적인 교류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실제로 우리는 애완동물과 많은 감정 교류를 합니다. 그것이 실제로 애완동물에게 전해진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우리의 행동이나 표정에 반응하고 있음은 확실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에게 애정을 쏟게 됩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는 개의 이야기일까? 사람의 이야기일까?’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그것이 의미 없다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야기는 누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두 생명체가 유기적으로 감정을 주고받고, 함께 존재함으로써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누구 하나가 없다면 이 이야기는 만들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주는 감정은 그들이 아니면 만들 수 없을 겁니다.
이 영화는 개를 보러 들어왔다가, 눈물 콧물 쏙 빼고 나오는 영화가 됩니다. 특히,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키워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애견인이 늘어나면서, 노견에 대한 기사들도 많이 보입니다. 개가 나이가 들면, 사람의 손이 더 많이 가게 됩니다. 그러면서, 버려지는 개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리고 늙어가는 개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사람의 시각이 아니라 개의 시각에서 나오는 것이죠. 그것이 이 영화의 포인트입니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의 시각에서 바라봅니다. 하지만, [베일리 어게인]은 영화의 모든 장면이 개의 시선에서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베일리 어게인]이라는 원작 소설에서 시작된 영화입니다. 이 소설이 발간되기도 전에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원작의 저자인 브루스 카메론은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제작이 진행되면서도 많은 조언으로 영화제작에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브루스 카메론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책을 위해서 개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행동 분석을 했다고 합니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공원에 나가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행동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개들은 4~50개의 어휘만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죠. 그것을 이야기에 반영하기 위해서 인간의 상황을 간단하게 이야기하는 점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가 그냥 대충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놀라웠던 점은 개들의 연기입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개들의 연기에 대해 걱정했습니다. 이 영화의 나오는 개들은 유기견 보호소를 통해 한 달 동안 오디션(?)을 거쳐 선발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베일리가 가장 오래 걸렸다고 합니다. 개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영화 제작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개들은 신뢰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 개들에게 신뢰를 받으면 자신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이 마음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생각한 것과는 다른 영화였습니다. 단순히, 개의 인생에 대해 조명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귀여운 개들이 나와서 재롱부리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단순한 영화가 아닙니다. 개에게 사람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사람에게 개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대한 영화입니다. 개들의 인생은 복잡한 것이 없습니다. 그저 즐거우면 됩니다. 그리고 개와 함께 사는 인간은 동반자로써 그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게 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준다면 개들은 당신에게 더 많은 기쁨과 행복, 위로로 다가올 것입니다.
4 / 5 개와 사람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
'Movie No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모어 댄 블루 / 공감이 된다면 슬픈 이야기 (0) | 2018.12.05 |
---|---|
[영화] 국가부도의 날 / 애매함이 느껴지는 이야기 (0) | 2018.11.28 |
[영화] 크리스마스 연대기 / 넷플릭스가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 (0) | 2018.11.28 |
[영화] 도어락 / 스릴러의 정석대로 쌓은 긴장감, 그리고 메시지 (0) | 2018.11.27 |
[영화] 영주 / 그들에게 나는 어떤 어른이었을까? (0) | 2018.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