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daDdaSsij 2019. 5. 10. 12:38

시작하면서

 

처음, 보통사람, 법.

이 세 가지 키워드가 설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원들입니다. 2008년에 처음 시작된 국민참여 재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배심원들]의 인상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홍보자료를 봤을 때, 법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비교적 가볍게 풀어내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저의 예상과 맞았습니다. 하나 다른 점은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무거움과 가벼움이 공존하는 영화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영화의 초반, 배심원들이 선정되는 과정에 대해 짧게 보여주고 영화는 바로 사건에 대한 설명을 합니다.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이 상당히 진중하게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법원이 심리를 준비하는 과정들이 존재합니다. 이 과정에서 법관들이 국민 배심원들이 잘못된 판결을 내릴까 봐 걱정하는 부분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면 알게 되지만, 이런 걱정을 왜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결국, 배심원의 의견은 판사가 판결을 내리는데 참고만 될 뿐입니다. 굳이 잘못된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애초에 잘못된 판결이라고 단정 지어버리는 자세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떠나서 그들이 하는 걱정이 엄중한 걱정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설명들과 함께 영화는 기록된 파일을 다시 들춰보듯이 시간의 경과를 보여주면서, 영화 속 사건을 하나씩 살펴주고 있습니다. 

 

 

처음치고, 잘 만들어진 기성품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 자체는 재미있습니다. 감독의 첫 작품임에도 짜임새도 있고, 깔끔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신선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많이 봐왔던 다른 법정 콘텐츠가 크게 다르지는 않고,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한 억지가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이 영화만의 개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가 생각한 것보다 개그코드가 많습니다. 영화를 가볍게 하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한 것이 보입니다. 어쩌면, 법원이라는 곳과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나타나는 괴리들이 코미디로 표현됩니다. 하지만, 친숙하지 않은 사람이기에 기존 법관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아쉬운 점은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 내내 법관들이 혹은 배심원을 무시하는 태도가 저는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이 영화에서 극적인 효과를 얻어내기 위한 장치라는 것을 알지만, 오히려 그들을 존중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사건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는 이야기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영화에 몇몇 떡밥들은 회수되지 않은 점도 아쉽게 생각합니다.

 

 

영화의 목적 = 배심원의 목적?

영화의 목적이 배심원들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그들의 새로운 역할을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법관은 고리타분하고, 사건을 편파적으로 본다는 것이 영화의 목적이 아니라면 말이죠. 영화 내내 언론만 신경 쓰고, 배심원들의 의견 및 선택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주던 영화가 후반부에 ‘사실 이들도 이런 고뇌가 있고, 엄중한 책임이 있어’라는 식의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전개는 그리 좋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재판장인 김준겸 판사는 기존 법관과는 조금 다르다는 모습을 보여준 것을 괜찮았습니다. 배심원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인물이었던 그녀도 어느 사건에 의해서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면서, 다른 법관들과 비슷한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괜찮은 법관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도 결국 다른 법관들과 같은 법관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재밌는 점은 이런 모습이 배심원들 사이에서도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 아쉬운 점입니다. 배심원들 사이에도 계층 같은 것이 생기고, 그로 인해 재밌는 상황들이 많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배심원들의 캐릭터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습니다. 제가 5월 개봉 예정을 살펴보면서, 배심원들의 캐릭터 포스터를 본적 있습니다. 이 포스터를 통해, 배심원들의 배경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영화 속에서 해당 내용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재미가 반감되기도 하고, 인물의 행동이 이해가 부족하게 되는 지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다양성 영화가 아닌데…

이 영화는 CGV 아트하우스에서 배급하는 영화입니다. 제가 굳이 배급사를 콕 집어서 이야기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이게 왜 아트하우스 배급이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몇몇 영화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또한 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생각에는 두 가지 의미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영화의 느낌이 독립영화 같지 않습니다. 보통 한국의 독립영화는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애쓰거나, 약간 B급으로 만들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배심원들]들은 의미만을 내세우지고 않고, B급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기존 한국 독립영화와는 전혀 다른 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이 영화가 독립영화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다양성 영화에 대한 분류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독립영화는 제작, 배급의 규모로 분류를 하고, 예술영화는 영화의 예술성 및 독창성을 두고 분류를 합니다. 영화 [비긴 어게인]은 259억의 제작비로 제작이 되었지만, 예술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아서 예술영화로 분류되었습니다. 영화 [배심원들]은 독립영화, 예술영화가 아님에도 CGV 아트하우스에 배급을 하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영화제 수상작의 개봉지원을 한다는 점과 자본의 수급이 안정적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결국 독립영화 시장까지 대기업의 자본이 들어가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습니다. 최근 CGV 아트하우스의 영화들은 아트하우스라는 이름에 맞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배심원들]은?

영화 [배심원들]은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가벼운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건과 사연들에는 진중한 태도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어설픈 배심원들을 통한 적당한 개그와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여러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법을 가볍게 다루지 않으면서, 법을 집행하는 것에 대한 엄중함 그리고 그 뒤에 따르는 책임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심리를 하는 배심원들의 모습을 통해서, 진정한 심판, 법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배심원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뻔한 전개와 예상되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거부감이 들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그런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4 / 5  평범한 사람들의 법 이야기

posted by DdaDdaSsij 2018. 11. 9. 00:33

 

한 번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영화가 있습니다정확히는 이해가 안 된다는 것보다는 선명하지 않다는 것이 맞다사람들은 이런 애매한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한다그럼에도 이 영화는 다시 보며 곱씹어 보고 싶다영화를 보고 나서도 100% 확실하게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다그럼에도 왜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지는 것일까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영화 [경주]를 연출한 장률 감독의 영화로 박해일문소리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어딘가 싱거운 이 영화는 싱거운 매력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어중간하다두 남녀가 아침부터 군산으로 와서 돌아다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영화가 진행되어도 이 인물이 어떤 사람들이고왜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그렇다고군산에 놀러온 것부터 이야기의 시작은 아니다이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은 영화의 중간 부분에서부터 시작한다영화는 군산을 다니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주고이들이 왜 군산에 오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신기한 것은 영화의 타이틀도 영화 중반부 시간상 가장 앞에 붙어있다영화를 1부터 10까지 나열된 숫자로 표현한다면이 영화는 5부터 시작하여 10까지 보여주고 다시 1부터 4까지를 보여준다그래서 처음에는 이 영화의 처음이 어디서부터 시작하는지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그럼에도 이 영화는 매력이 있다유머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큰 웃음보다는 자잘한 웃음이 주를 이룬다때문에영화를 보면서 지루하다는 생각은 덜하다.

 

주인공인 윤영도 애매한 인물이다어떤 물음에 애매하게 대답하고 행동한다사실이런 캐릭터를 박해일 배우가 너무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박해일 배우가 아니라면 이 인물은 누가 연기했을까 싶다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아주 좋았다영화의 잔잔한 분위기와 어울리고배우들 간의 케미도 좋았다.

 

이 영화는 일반 관객에게 어필을 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영화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어떤 사건에 대해 오버하면서 이야기하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그리고 이야기와 더불어 소소한 디테일들이 이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영화의 초반을 보면윤영과 송현은 군산을 돌아다닌다영화의 컷 편집조차도 영화 속 캐릭터를 설명해준다한 컷의 마지막 장면은 항상 어떤 장소로 이동하려고 하는 중간에 컷을 끊게 된다보통은 프레임 아웃을 하고 끊는 경우가 대다수인데민박집에서 이사장과 만난 장면에서는 한 컷을 기준으로 처음에는 3명이 같이 나오다가 이사장과 송현이 프레임 아웃하고,윤영이 잠시 머물렀다가 프레임 아웃하려고 하면 커트가 되는 패턴을 가져가고 있다이 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애매함 덩어리다영화 속에서 송현도 윤영에게 애매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람들은 애매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특히인간관계에 있어서 애매한 것은 나의 생각이 많아지게 한다다음 행동에 대한 판단이 서질 않는 것이다때문에 그 확신을 얻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하는 것이다그런 관계를 요즘에는 이라는 단어로 이야기한다.

 생각해보면 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사람은 참 이기적이다상대방이 애매한 것은 싫지만내가 애매한 것은 좋아하기 때문이다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잃는 것을 감수해야한다두 손이 꽉 차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물건을 집을 수는 없는 것이다내가 애매해진다는 것은 어느 한 쪽에 속해서 무언가를 잃는 상태가 아니라 둘 다 잡을 수 있도록 하려는 어느 하나의 과정으로 보인다그 경계에서 애매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면그 사람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이다영화 속에서도 말하지만이런 흑백논리로 접근하기 쉬운 곳이 정치쪽이다송현은 진보송현의 아버지는 보수의 모습으로 보인다그리고 윤영은 중도라고 말한다사람들은 꼭 어디 하나에 선택을 해야 한다고 한다하지만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다우리의 인생도 시작과 끝그 사이 어딘가를 살고 있는 것이다.

 

3.5 / 5  애매한 인생 속을 살아가는 그들과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