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기와 이야기들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많은 이변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매년 이변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스카가 원하는 작품과 우리가 원하는 작품은 다르니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번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1.     가장 많은 수상작은?

 먼저, 가장 많은 부분에서 수상을 한 작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음향 믹싱, 음향 편집, 편집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4개 부문의 수상으로 가장 많은 수상을 했습니다. 그 위를 이어서 로마(감독, 외국어 영화, 촬영)와 블랙 팬서(음악, 의상, 미술), 그린 북(작품, 각본, 남우조연)이 각 3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더 페이버릿(여우주연), 블랙클린스맨(각색), 스타 이즈 본(주제가), 바이스(분장), 퍼스트맨(시각효과),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여우조연),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장편 애니)가 각 1개 부문씩 수상을 했습니다.

가장 많은 후보에 로마와 함께 가장 많은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영화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는 1개 부문만 수상했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5개 부문의 후보였던 [보헤미안 랩소디]가 4개 부문을 수상하면서, 높은 수상률을 보여줬고, 같이 5개 부문의 후보였던 [그린 북]이 3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2.     인상적인 수상자는?

 개인적으로는 영화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를 통해 여우 주연상 첫 노미네이트와 함께 첫 수상을 한 올리비아 콜맨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상식 중계를 했던,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청룡영화제에서 진선규 배우의 수상소감이 떠올랐습니다. 감격스러운 감정과 위트 있는 수상소감으로 그녀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주제가 상을 받은 레이디 가가의 수상소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Shallow’를 같이 부른 브래들리 쿠퍼에게 “나와 함께 이 노래를 가장 잘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온 지구를 통틀어, 당신밖에 없다” 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녀의 수상소감을 보면서, 그녀가 가수로 지내온 세월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게 된 순간까지의 과정이 느껴지면서, [스타 이즈 본]을 다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3.     축하무대는?

 많은 축하무대가 있지만, 저는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의 ‘Shallow’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보여준 무대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가 봤던 무대 중에서는 가장 영화의 그 장면을 그대로 옮긴 듯한 무대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특히, 그들의 무대 마지막에 두 사람이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서 하나의 마이크로 노래를 부를 때가 가장 인상적입니다. 두 인물이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영화가 끝난 뒤의 잭슨과 앨리의 무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4.     의외의 수상 결과는??

오스카에는 여러 공식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이번 시상식에서 적용될 수 있는 점은 분장상과 연기상 후보에 같이 오르면, 분장상을 받으면 연기상도 받는다는 것입니다. 2014년에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통해 분장상과 남우주연상(매튜 맥커너히)을 받았고, 작년 2018년에 [다기스트 아워]로 분장상과 남우주연상(개리 올드만)을 받았습니다. 올해도, [바이스]를 통해 분장을 하고 나온 크리스찬 베일의 수상을 예상했습니다. 분장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견이 없을 정도로 좋은 연기를 보여준 그의 수상이 유력했죠.

하지만, 오스카는 역시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남우주연상은 라미 말렉이 받았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도 후보에는 안 올랐지만, 어느 정도의 분장이 들어갔기 때문일까요? 영화 속에서 프레디 머큐리를 완벽하게 재연한 라미 말렉이 수상을 했습니다. 연기라는 것이 얼굴의 표정이나 대사를 하는 톤이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의 몸 움직임입니다.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하기 위해 그가 공연할 때 쓰던 제스처나 몸짓을 연구하고, 익혔다고 합니다. 그런 노력을 통해, 영화 속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남우 주연상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편으로는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던 오스카가 점점 변화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5.     인상적인 장면

 시상식에서 여러 에피소드가 등장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감독상 수상이 될 것 같습니다. 감독상 시상을 위해서 작년에 감독상을 받은 기예르모 델 토르 감독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는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발음하기 쉬운 이름입니다’

그리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이름이 불렸습니다. 두 감독은 멕시코 출신의 외국인입니다. 그런 두 사람이 무대 위에 올라와서 진한 포옹을 하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로마]라는 작품의 의미도 있겠지만, 그동안 미국과 멕시코의 정치적인 상황이나 미국 사람들이 멕시코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생각해보면 두 사람의 포옹은 상당히 진한 감동을 줍니다. 그리고 알폰소 쿠아론 감독 역시 무대 위에서 스페인어로 이야기를 하면서 자긍심을 보여줬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에게 상을 주는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그들의 만남의 크기가 어느 정도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추가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촬영까지 본인이 직접 하면서, 촬영상을 받았습니다. 외국어 영화상, 촬영상, 작품상까지 그는 오늘 아카데미 시상식이 하는 동안 3번 무대를 올랐습니다. 3번의 수상소감을 하는 것도 기록이 아닐까 싶습니다. 

6.     아쉬운 점

 아쉬운 점이긴 한데, 이것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진행하는 현지 팀이 아니라 한국에서 단독 중계를 한 방송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를 진행한 두 진행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하고 있습니다. 방송사가 바뀌면서, 다른 사람으로 바뀌지 않을까 했지만 그대로 중계를 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오상진 아나운서와 안현모 통역사입니다. 두 사람의 진행 미숙이 상당히 서툴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안현모 통역사는 다른 사람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시작합니다. 방송의 가장 기초적인 것인 오디오가 겹치지 않아야 하는데, 자꾸 흐름을 끊습니다. 이동진 평론가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인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흐름과 상관없이 자꾸 정리하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진행 중에 나오는 영어 단어를 읽을 때 원어의 발음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이 부분은 원어로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를 잘 모르는 분들이나 자막을 확인하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영어 표기법에 맞는 영어를 읽어줘야 그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 강사들도 한국어를 해야 할 때는 영어 단어라도 한글로 읽습니다. 혹시, 다음 해에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를 하게 된다면 꼭 고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두 인물이 영화에 대한 지식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동진 평론가가 영화적인 부분에서 해설을 해주기 때문에 많은 것을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동진 평론가가 어느 정도 이야기를 했을 때, 그것에 대한 추가적인 질문이 오가는 상황이 아니라 그저 대본에 있는 질문만 하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예전에 김태훈 칼럼니스트와 이동진 평론가가 진행을 했을 때는 상당히 심도 있는 대화가 이뤄져서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 뒤로 진행하게 된, 정지영 아나운서나 신아영 아나운서 역시 어느 정도 공부를 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 점은 진행자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방송을 준비한 제작진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시상식을 실시간 번역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나왔습니다. 번역가가 영화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수상소감 도중에 20세기 폭스사 소속의 다른 배급사가 있습니다. 폭스 서치라이트라는 배급사인데, 다양성 영화를 제작 배급하는 회사입니다. 몇몇 수상자들이 이 회사에 대한 감사 표시를 했는데 번역에는 정확한 단어로 표기가 안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모를 수도 있습니다. 조금 깊은 지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 [라쇼몽], [대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 부분을 영화 이름으로 번역이 아닌 영어 발음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라쇼몽]은 그럴 수 있어도 [대부]를 ‘갓파더’ 라고 보내는 것은 번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시간 번역이라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영화 마니아들과 관련 업계 사람들이 많이 보게 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런 실수는 아쉽게 느껴집니다.

한편으로는 한 명의 진행자와 한 명의 평론가, 그리고 영화 번역가와 함께 이야기를 진행했다면 조금 더 좋은 프로그램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가 영어를 할 수 있어도, 영화 용어는 약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 상황을 전해주거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적절하게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7.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고 난 뒤에

아카데미 시상식과 한국의 시상식과 다른 점을 생각해보면, 신인상이 없다는 점입니다. 영화를 볼 때, 이 배우 혹은 감독이 신인이라는 것을 관객을 고려하고 보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아카데미에서는 이 부분을 제외했습니다. 그리고 인기와 관련된 상 또한 없습니다. 한국에서 영화 관련 시상식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청룡 영화 상입니다. 청룡 영화 상만 해도 각 부분의 신인상과 인기 스타상을 시상합니다. 음향 관련 부분도 없고, 의상이나 분장도 미술로 다 포함했습니다. 아무래도, 방송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 이 부분을 줄이는 것일 겁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역시 방송사의 압박으로 3시간 미만으로 줄이기 위해서, 일부 시상을 중간 광고 시간에 진행하기로 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반대 여론에 부딪히면서, 결국 기존 방식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한국의 청룡영화상은 2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진행합니다. 이 시간에 시상을 끝내기 위해서는 시상수를 줄여야 할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런 시상식을 대하는 영화인들의 태도도 중요합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 수상을 하게 되는 스태프들 역시 정장이나 드레스를 차려입고 옵니다. 심지어,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단편 영화상을 받은 수상자들 역시 그렇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영화상들을 보면 배우들이 아니면 차려 입고 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패딩이나 일상복을 입거나 심지어는 모자를 쓰고 오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은 스스로는 낮은 사람이라고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방송을 통해 진행되는 영화 관련 시상식은 청룡영화상이 유일합니다. 스스로를 멋있고 당당한 사람이라고 말해도 모자를 시간에 그냥 추레하게 나오는 것은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상소감. 고마운 사람 이야기는 짧게 하시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수상소감 3분 동안 자신의 주변 사람만 이야기하고 내려가는 분은 상 반납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성의 없게 느껴집니다. 할 말 없으면, 그냥 고맙다는 한 마디만 하고 내려갔으면 좋겠습니다.

 수상작들의 리뷰를 만나보세요. 

1. 그린 북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 4.5 / 5)

 https://perkmha.blog.me/221439040899

2. 보헤미안 랩소디 (서사, 감정, 음악, 볼거리의 균형이 잘 잡힌 그들의 합주 4.5 / 5) 

https://perkmha.blog.me/221389219339

3. 로마 (하나의 이야기 속 다양한 이야기 4.5 / 5) 

https://perkmha.blog.me/221422228906

4. 블랙팬서 (최빈국 와칸다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4.5 / 5) 

https://perkmha.blog.me/221209060737

5.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 (무게와 함께 날아간 개성 3.5 / 5)

https://perkmha.blog.me/221458881970

6. 스타 이즈 본 (서로를 위해 변해간다는 것에 대하여 3 / 5)

https://perkmha.blog.me/221375121391

7. 퍼스트 맨 (노력은 꿈을 배신하지 않는다 5 / 5)

https://perkmha.blog.me/221380523298

7. 스파이더 맨 : 뉴 유니버스 (신선함이 최고를 뜻하지는 않는다 4 / 5)

https://perkmha.blog.me/221417366254

매년 11월은 청룡영화상이 열리는 달이다. 한국에서는 가장 권위 있고,, 공정한 시상식으로 불리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그 생각에 동의하는 편이고, 심사 결과도 100% 오픈하고 있고 네티즌 심사라고 하여 심사위원들과 똑같은 1표를 행사한다. 각 부분별로,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투표한 작품에 1표가 주어지며, 심사위원 8명이 각 1표씩 행사하게 된다. 각 부분별로 총 9표가 주어지며, 가장 높은 득표를 한 작품이 수상하게 된다. 시상식에서는 드물게, 네티즌이 직접 심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과 심사표를 공개한다는 점이 청룡영화상을 권위 있게 만든다.

특히, 올해에는 수많은 망작으로 고통받았을 관객이 많았겠지만 청룡영화상을 보니 한국에도 좋은 영화들이 많이 있었다. 11월 23일에 열릴 39회 청룡영화상에 각 후보들을 알아보고 개인적인 수상 결과에 대한 예측까지 곁들여 보려고 한다. 수상 부문은 18개의 부분으로 되어 있으며, 인기 스타상과 최다관객상(신과 함께) 및 단편영화상을 제외한 15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이번 영화제 후보에 오른 영화는 다음과 같다.

1897 – 10개 부문

공작, 신과함께:죄와벌, 리틀포레스트 – 5개 부분

곤지암, 버닝, 암수살인 – 4개 부문

독전, 미쓰백, 살아남은 아이, 소공녀, 안시성, 허스토리 - 3개 부문

너의 결혼식, 마녀, 인랑, 죄 많은 소녀 – 2개 부문

박화영, 변산, 폭력의 씨앗 – 1개 부문

총 20개의 영화가 후보에 올랐다. 이와 관련하여, 영화 [버닝]의 이창동 감독은 정치적인 이유로 출품을 거부했다. 때문에 [버닝]은 이창동 감독을 제외한 스태프와 배우 관련 부문에만 후보에 올랐다. 개인적으로는 정상적으로 출품되었으면 최우수 작품상을 [버닝]이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버닝]은 강렬한 작품이었다.

심사 기준은 청룡영화상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선정해봤다.

촬영조명상 - 1987 / 공작 / 신과함께 – 죄와 벌 / 안시성 / 인랑

촬영이 돋보인 영화라고 하면 [안시성]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부분은 다 버리고 보이는 액션에 집중한 영화다. 새로운 기법은 아니지만, 촬영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이 보인다. 로봇 카메라를 활용한 촬영 또한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높은 활용도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뿐이다. [안시성]이 이 부분에서 상을 못 받으면 무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작]도 미장센 적로 높은 평가를 해주고 싶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주인공이 재회하는 장면이나, 장면이나 분위기를 표현하는 조명 역시 높게 평가해주고 싶다. 영화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공작]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나, 새로운 기술이나 영화에서 촬영의 역할이나 비중으로 따지면 [안시성]이 조금 더 우세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공작]에 상을 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편집상 – 1987 / 곤지암 / 공작 / 리틀 포레스트 / 신과함께 – 죄와 벌

편집상 부문에서는 [곤지암]을 안 봐서 정확한 판단은 어려울 것 같다. [1987]의 경우, 많은 주연배우가 등장하는 멀티캐스팅 영화다. [1987]이 칭찬을 받은 부분도 이 멀티캐스팅 영화 속에서 여러 주연배우들에 대한 분량에 대한 분배가 이야기 전개가 매끄러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느 인물 하나 허투루 쓰는 일 없이 모든 사람이 사건의 해결에 도움이 된다. 이런 점은 [1987]을 높게 평가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1987]의 수상을 예상해본다.

각본상 – 암수살인 / 공작 / 1987 / 살아남은 아이 / 소공녀

이 중에서 눈이 가는 영화는 [1987]과 [살아남은 아이]다. [1987]의 김경찬 작가는 전작인 [카트]를 통해서도 백상예술대상 각본상을 받았다. 올해에도 백상예술대상에서 각본상을 받았고, 여러 영화제에서 각본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1987]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인 여러 인물들의 작은 행동들이 큰 변화를 가져오는 흐름을 아주 잘 썼다는 것에 높은 평가를 한다.

[살아남은 아이]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아주 잘 표현했다. 누군가에 죽음으로 인해,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가해자가 느끼는 감정들, 그리고 그것을 다루는 주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흥미롭게 잘 그려냈다.

두 영화 중 각본의 힘이 큰 영화라고 생각되는 영화는 [살아남은 아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상 – 1987 / 곤지암 / 마녀 / 신과함께 – 죄와 벌 / 안시성

기술상은 [신과 함께 – 죄와 벌]이 받을 것 같다. 다른 영화들과 다르게 독보적으로 많은 기술이 투입된 영화고, 기술적인 발달이 없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영화라 생각한다. 영화의 많은 부분이 그린 스크린에서 촬영된 영화다. [신과 함께 – 죄와 벌]은 기술이 대부분인 영화다. 이 영화에 대해 칭찬할 부분은 이것이 전부다.

미술상 – 1987 / 공작 / 리틀 포레스트 / 신과 함께 – 죄와 벌 / 인랑

[리틀 포레스트]와 [인랑]이 떠오른다. [리틀 포레스트]는 고향, 시골에 대한 따뜻함과 여유로움에 대한 표현이 아주 좋았고, [인랑]은 미래사회에 대한 표현이 잘 되었다. 심사 기준에 따라 창조적, 완성도 기여를 생각해보면 [인랑]이 조금 더 우세할 것으로 본다. 영화 [인랑]을 보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미술적인 것 말고는 없다. 섹터라는 단체에 대한 표현이나, 서울에 대한 감각적인 표현은 아주 좋았다. [인랑] 또한 그뿐인 영화다.

음악상 – 1987 / 공작 / 독전 / 버닝 / 변산

음악이라고 하면 [변산]에서 영화의 내용과 주인공의 감정을 잘 보여주는 힙합 음악에 대한 칭찬이 있을 수도 있다. 퀄리티가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영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다. 다만, 음악이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영화 [버닝]은 영화를 보면서 음악으로 충격을 받은 영화다. 음악도 아닌, 그냥 소리도 아닌 이상한 소리다. 하지만, 그 음악은 마치 누군가의 외침처럼 들린다. 영화 속에서 젊은이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배우와 아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주인공이 참고 있는 감정에 대해 현악기의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들려줌으로써 영화 속 분위기를 잘 이끌어갔다. 심사 기준처럼 음악이 영화의 완성도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신인감독상 – 죄 많은 소녀 / 암수살인 / 살아남은 아이 / 미쓰백 / 소공녀

후보에 오른 5개의 영화 모두 괜찮은 작품들이다. 신인감독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은 정도로 좋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그 중에서도 차기작이 기대된다는 생각이 든 감독의 영화는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이었다. [암수살인]이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올라온 것을 생각하면, 김태균 감독의 수상이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고운 감독이 수상을 했으면 좋겠다.

신인여우상 – 김가희 / 김다미 / 박지현 / 전여빈 / 전종서

올해 가장 주목받은 여자 배우라고 하면 김다미 배우와 전여빈 배우를 꼽을 수 있다. [마녀]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린 김다미 배우와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이라 불리며, 많은 독립영화에서 활동한 전여빈 배우. 두 배우 모두 작품에서 좋은 연기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영화를 파급력을 생각하면 [마녀]의 김다미 배우가 조금 더 앞선다고 볼 수 있다. 영화 [마녀]에서 보여준 모습과 대사가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고, 그녀가 보여준 순수하면서도 악랄한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상 깊은 모습으로 남았다. ‘언니한테 까불면 모가지 날아간다’ 라는 명대사까지 김다미 배우는 영화 [마녀]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대중적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을 배우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배우다.

신인남우상 – 김영광 / 남주혁 / 성유빈 / 위하준 / 이가섭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배우는 확실히 김영광 배우다. 그가 드라마에서 보여준 연기들을 보면 영화 속 그의 모습이 우려되었다. 하지만 그가 [너의 결혼식]에서 보여준 모습은 김영광 그 자체였다. [너의 결혼식]에서 같이 연기한 박보영 배우보다는 김영광 배우의 매력에 더 빠진 것 같다. 생각보다 좋은 연기를 보여줬고, 그 연기 속에서 자신의 개성과 매력을 아주 잘 보여줬다. 앞으로도 많은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여우조연상 – 권소현 / 김선영 / 김향기 / 이주영 / 진서연

너무 어려운 부문이다. 모든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으며, 그 이상을 보여줬다. 너무 선택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한 명을 선택하자면, 김향기 배우가 수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영화 속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의 비중이 큰 것도 그렇고, 영화 개봉 후 영화 혹평 속에서도 김향기 배우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영화 속에서 큰 역할을 차지한다. 아역배우로 시작한 그녀의 성공적인 성인 연기자 변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우조연상 – 김동욱 / 김주혁 / 유해진 / 스티븐 연 / 주지훈

이 부문은 김주혁 배우의 수상이 유력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배우들도 자신의 역할에 맞은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김주혁 배우는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영화 [공조] 이후 자신과 맞은 색과 잘 할 수 있는 연기를 찾은 것 같다며, 연기를 하는 재미가 생겼다고 말한 그는 [독전]을 통해 엄청난 연기 변신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변신은 상당히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 본 그의 모습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앞으로 더 새롭고 좋은 모습을 기대했었는데, 하늘은 그를 너무 빨리 데리고 갔다. 그의 연기는 평생토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여우주연상 – 김태리 / 김희애 / 박보영 / 이솜 / 한지민

김희애 배우의 수상을 예상한다. 사실, 김희애 배우를 보면서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을 안 했다. 영화보다는 드라마에 적합한 배우라고 생각했고, 연기자로써 부족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허스토리]에서 그녀는 아주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여태까지 그녀의 연기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이유 중 하나가 비슷한 이미지의 역할만 하면서 그녀의 원래 모습이 조금씩 보였다. 영화 속 인물이 아니라 김희애라는 사람이 조금씩 보여서, 집중이 조금씩 흐려졌다. 그런 김희애 배우가 [허스토리]에서는 전혀 다른 연기를 보여줬다. 그녀가 스스로를 내려놓은 느낌이 보였고, 배우 김희애보다는 인물 그 자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남우주연상 – 김윤석 / 유아인 / 이성민 / 주지훈 / 하정우

사실,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후보군이다. 5명의 배우 모두 영화 속에서 큰 활약을 보여줬고, 대체불가한 활약을 보여줬다. 그중에서도 이성민 배우의 수상을 예상해본다. 기존에 보여준 연기와 색다른 영화를 보여줌과 동시에 완성도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실제, 북한 사람 같은 연기를 보여줬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영화 속에서 해당 인물이 차지하는 비율이나 중요도를 생각해보면, 그의 역할은 쉬운 역할은 아니었다.

감독상 – 김용화 / 민규동 / 윤종빈 / 임순례 / 장준환

감독의 힘이 큰 영화라고 하면 [리틀 포레스트]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리틀 포레스트]는 임순례 감독이 아니면 만들어질 수 없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보여주는 청년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는 많은 이들에게 힐링이 되었을 것이다. 자극적인 사건 없이 그저 자연과 함께 흘러가듯이 영화 또한 자연과 함께 했다. 원작이 일본 영화임에도 한국적인 요소를 잘 갖춰서 각색하여, 새로운 힐링 영화를 만들었다. 올해 본 한국 영화 중에 가장 좋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임순례 감독이 감독상을 받게 된다면 청룡영화상 최초의 여성 감독의 수상이 될 것이다. 청룡영화상에서도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 같다.

최우수 작품상 – 장준환 / 윤종빈 / 임순례 / 김용화 / 김태균

최우수 작품상은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한 작품에 주는 상이다. 사실, 이 상은 작품에 주는 것이기에 제작사에게 주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감독 이름으로 노미네이트가 되면 작품상의 느낌보다는 감독상의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청룡이 작품상을 수여한 영화들을 보면 단순히 좋은 작품성의 영화에 주는 것은 아니다. 작품성과 더불어 많은 관객에게 공감을 얻은 작품, 즉 관객 수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작품상은 [신과 함께 – 죄와 벌]이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작품성으로 따지면 [신과 함께]는 그리 높은 점수를 받을 작품은 아니다. 때문에 [1987]이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일반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성도 괜찮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987]의 수상을 예상해본다.

1987 / 신과함께 - 죄와 벌 : 2개 부문 

안시성 / 살아남은 아이 / 신과함께 / 인랑 / 버닝 / 암수살인 / 마녀 / 너의결혼식 / 독전 / 허스토리 / 공작 / 허스토리  : 각 1개 부문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작품들이 골고루 나눠가져가는 결과가 나왔다. 수상을 예상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생각해보면, 어떤 영화는 어느 부분만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 특히, [버닝]의 경우 영화를 보고 나서 음악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런 식으로 다른 영화들을 생각해보면서 나름의 예상을 해보았다. 재미로 해본 예상이지만, 실제 수상 결과와 맞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