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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5.04 우리는 테러를 느껴볼 수 없다 / 영화 [호텔 뭄바이] 리뷰
posted by DdaDdaSsij 2019. 5. 4. 20:55

영화관에도 기술의 발달이 변화를 가져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4DX 일 것입니다. 다른 상영관은 시스템만 있다면 가능하지만, 4DX는 영화가 나올 때마다 효과를 제작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기를 움직일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4DX를 통해 관객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영화 속 인물이 느끼는 자극을 비슷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호텔 뭄바이]를 보면서 이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 영화는 4DX로 보면 어땠을까?”

 

 

굉장히 엄청난 사실감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상당히 사실감이 넘치는 영화입니다. 하나의 큰 사건 혹은 테러를 다룬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테러의 인과관계 및 인물들의 감정에 혹은 연민, 동정 등 테러를 통해 생기는 여러 인물들의 여러 가지 감정들을 다루는 편입니다. 영화 [부산행]은 좀비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사람들의 감정들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름부터 테러를 다루고 있는 [더 테러 라이브]에서도 인물의 감정 변화가 주된 이야기입니다.

할리우드의 양산형 영화 중에서도 테러를 다룬 영화들이 자주 만들어집니다. 이 영화들 역시 테러의 진행과정 및 테러를 일으킨 원인과 그로 인해 피해를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호텔 뭄바이]는 그런 이야기가 아닌 오직 테러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다른 요소들을 표현할 때는 상당히 자제를 보여주면서,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테러의 민낯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테러 집단 또한 그 이유가 명확하게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관객들을 테러의 한가운데 던져놓은 듯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테러의 모습을 거리낌 없이 그대로 보여줍니다. 테러가 시작되는 장면부터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예상되지 않은 상황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테러를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그들의 무자비함이 느껴지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나 현실 속에서 진짜 무서운 사람은 무서운 표정을 하며 겁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어떠한 행동에도 감정 변화가 없는 사람이야 말로 정말 무서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시작에 비하면, 부실한 영화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이럴 때 생길 수 있는 단점이 중반 이후에 늘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가 그렇습니다. 영화가 어느 선을 넘어가면 상당히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영화의 흐름 자체가 빠른 영화가 아니라서, 새로운 것이 등장하지 않으면 금세 지루해집니다. 영화 [호텔 뭄바이]에 필요한 인물이나 공간은 영화의 초반에 대부분 등장합니다. 새로운 인물이라고 하면, 중간에 호텔로 투입되는 경찰이 존재하지만 그들의 역할은 크지 않습니다.

 

임팩트 있던 초반에 비하면, 영화의 중후반부는 살짝 아쉽게 느껴집니다. 권투에 비유를 하자면, 대부분의 영화들이 쨉을 날리다가 어느 정도 지났을 때, 어퍼컷 혹은 카운트 펀치를 날린다면, [호텔 뭄바이]는 대화를 나누다가 갑작스럽게 볼 따귀를 엄청 쌔게 맞은 느낌입니다. 그 얼얼함이 가시기 전에 따귀를 몇 대 더 때리는데, 그 얼얼함이 상당히 오래갑니다. 그런데, 그 얼얼함이 영화 끝나기 전에 가라앉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런 전개 덕분에 영화가 끝나도, 영화의 초반부만 생각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종교와 생명, 그리고?

 

영화 속 테러범이 테러를 저지른 이유는 종교적인 이유로 파악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어떤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해당 종교를 폄훼할 생각도 없을뿐더러, 종교 자체에 악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투숙객 중 일부가 종교를 통해 현재 상황을 이겨내려고 하는 장면도 자주 나오기 때문입니다.

 

의외로 영화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생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인물들은 정말 한 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생명이 오가는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인물은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난 뒤에 생각해보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테러에 휘말리지 않았을 순간이 있습니다.

 

이러한 그들의 선택을 종교와 연관 지어서 생각을 해본다면, 그들의 죽음은 운명이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종교를 떠나서, 그 누구도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아갈 권리는 없습니다. 그들은 왜 타인의 생명을 무자비하게 빼앗아 간 것일까요?

 

종교의 이유라고 하기에는 그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종교는 신념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지키는 원칙 혹은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선교자들은 스스로를 절제하면서, 교인들을 종교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념은 종교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테러를 일으킨 그들에게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일이지만, 누군가는 타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신념을 포기한 인물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종교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종교를 가지지 않은 저는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답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종교를 생각하지 않으면 됩니다. 종교는 개인적인 것이지, 집단적인 성격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떤 종교를 가지지 않았다고, 누군가에게 차별받아서도 안되고, 어떤 종교를 믿는다고, 그들을 탄압해서도 안됩니다. 다만, 그 종교 및 신념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면죄부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런 상황은 종교를 불문하고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해성사를 하는 이유는 지난날에 저지른 죄에 대해 고백을 하고, 앞으로 그렇게 살지 않음을 다짐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지은 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죄를 속죄하면서 더욱 봉사하고, 타인을 위해 살라는 가르침입니다. 종교를 가지지 않은 저도 알고 있는 사실을 일부 종교인이 악용하는 것을 볼 때면, 이 사회에 종교가 왜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자신의 신념을 버리면서, 생명을 지키려고 했던 아르준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종교인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3.5 /   영화가 테러를 체험할  있게 만든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