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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1.14 [영화] 28세 미성년 / 순수함과 용기가 없어진 이들에게
posted by DdaDdaSsij 2018. 11. 14. 23:47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

우리는 초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는 말도 많이 한다. 그 초심이라는 것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시간이 지나면, 사람을 조금씩 변해간다. 그리고 처음에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 마련이다. 그 처음이라는 것이 어디서부터 시작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분명 과거의 나라면 지금보다 조금 더 도전적일 것이다. 그리고 열정이 넘칠 것이다. 잃을 것 없이 열정적인 나를 발견해볼 수 있는 영화 [28세 미성년]이다.




 



영화의 장르는 로맨스로 되어 있지만, 이 영화를 로맨스 영화로 봐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대부분의 영화는 로맨스 장르가 아니어도, 약간의 로맨스가 첨가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영화는 그냥 드라마 장르라고 생각한다. 로맨스가 이 영화의 중요한 점이 아니다. [28세 미성년]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는 영화다.

 

중국 내에서는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도 검열의 대상이다. 웃기는 일이지만, 과거 역사를 부정한다는 이유로 이 부분을 까다롭게 검열한다. 영화를 막상 까보면 타임슬립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분명, 시간이 이동하는 것은 맞지만 주인공의 정신연령만 과거로 돌아간다. 단순 재미를 위해서 이런 설정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의 초반부는 아주 유쾌한 분위기다. 마치, 일본 영화를 보는 듯한 밝음이 보인다. 차분한 어른 ‘량시아’와 아주 오버스러운 어린 ‘량시아’가 대조를 이루면서, 이 영화는 한 인물로 두 명의 캐릭터 효과를 내었다. 이를 연기하는 중국 배우 ‘니니’는 괜찮은 연기를 보여줬다. 한 영화에서 두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면서 어색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점점 진행될수록, 이 영화는 붕괴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영화는 초반과 후반의 분위기가 다른 편이다. 그 다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줘야 하는 중반부가 조금 애매하다. 그 변화하는 과정이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마치, 마지막에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숨기고 있다는 것이 보이는 느낌이다.

 

그 마지막은 영화의 핵심이고, 괜찮은 편이다. 적어도 우리에게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포인트는 던져준다. 원색 같은 어린 ‘량시아’는 이런저런 색과 섞이면서 어느새,, 무채색 같은 어른 ‘량시아’가 되었다. 그런 어른 ‘량시아’에게 어린 ‘량시아’는 그 무채색 속에는 자신의 원색이 있다고 알려주고 있다. 메시지가 너무 좋다. 물론, 메시지가 좋다고 좋은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그 메시지의 전달이 너무나도 직접적이다. 각본이나 연출이 기존에 봐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매력적이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어른 량시아가 겪고 있는 문제점을 어린 량시아가 해결해주는 것 같은 구조를 보여한다. 하지만, 그 해결이 속 시원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어른 량시아가 겪고 있는 문제를 어린 량시아가 해결해주고, 어린 량시아가 겪고 있는 문제를 어른 량시아가 해결해주는 모습을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결국, 어쩌다 보니 해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보니, 이 영화가 단순히 결말에 등장하는 그 메시지만을 전해주기 위해서 결국 이 컨셉을 이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것보다는 억지로 사건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적어도, 량시아가 어른이 되면서 왜 그렇게 변했는지는 알려줘야 하는 것인데 설명이 없다. 그러니, 어른 량시아에 대해 깊은 공감은 안된다. 대충 수박 겉핥기 식 공감만 진행되니, 마지막 메시지가 크게 와닿지 않는다. 어린 시절 가지고 있던, 순수함과 용기가 왜 없어졌는지 설명이 없다. 그냥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긴 시간 할애할 필요도 없이 플래시백 몽타주로 30초 정도만 보여줘도 충분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설명이 충분치 않으니, 어른 량시아가 왜 저 남자에게 매달리는 지도 잘 모르겠다.

 

좋은 주제를 전해주는 영화는 맞다. 그 주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많이 생겨서, 그 주제가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다. 영화의 중간중간 신호의 증폭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했다. 우리가 왜 량시아라는 인물에 공감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너희도 이런 경험 있지 않아? 라고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그냥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은 그냥 외침이다. 그것은 공감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소통을 하고 싶었다면 관객에게 한 번쯤 물어봤어야 한다.

'여러분은 아직 순수함과 용기를 가지고 있나요? 

 



3 / 5  순수함과 용기가 없어진 이들에게 

 

 

에필로그

영화 속에서 어린 량시아와 어른 량시아를 부를 때, 작은 량시아 / 큰 량시아 라고 부른다. 중국어를 잘 모르지만, 중국어로는 작시아 / 큰시아 이런 식으로 부른 것 같았다. 자막도 그렇게 표기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한국에서는 왕대륙을 전면에 내세운다. ‘왕대륙 나온 영화’ 이런 식으로 홍보를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왕대륙은 조연급이다. 오히려, 중국 배우 ‘니니’의 매력에 빠진다. ‘니니’가 SK-2 중국 모델인 것 같아서 찾아보니 맞다. 영화를 보면, 은근히 PPL이 많다. 생각해보면 니니의 얼굴이 SK-2 모델 같은 느낌이 난다. 결론은 왕대륙 보러 들어갔다가 니니에 빠져서 나오는 영화다. , 물론 남자 주인공인 곽건화 역시 너무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