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꿈을 안고 여의도로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인 ‘일현’. 그는 실적 0원의 무능력한 사원으로 낙인 찍힙니다. 그런 그에게 신화적인 인물인 ‘번호표’와 일을
하게 됩니다. 그와 일을 하게 된 후 큰 돈을 벌게 된 ‘일현’은
금융감독원의 ‘한지철’에게 점점 압박을 받게 됩니다. 그저
부자가 되고 싶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영화 [돈]입니다.
우리가 보통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의 대부분은 본인이 아는 맛을 원합니다. 그리고 그 맛에서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맛집을 찾는 것을 좋아합니다. 다양하게 먹을수록 입맛은 더욱 까다로워집니다. 그리고 다양하게 먹어볼수록 새로운 것보다는 본연의 맛에 집중하는 음식을 찾게 됩니다.
저는 영화를 음식에 비유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음식에 비유를 해봤습니다. 영화를 보는 횟수라 늘어가면서, 점점 새로운 것을 원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은 정말 새로운 영화를 찾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것보다는 기본은 하는 영화에도 만족을 하게 되고, 장인정신이 빛나는 영화를 더욱 마음에 들어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이 영화가 기본은 하는 영화입니다. 나름 만족스러운 영화입니다. 위의 글처럼 나름 괜찮은 맛을 내는 음식점은 어떤 음식점이 있을까요? 바로 프랜차이즈입니다. 아주 뛰어나게 맛있지는 않지만, 아무 맛없지는 않고 기본은 하는 그런 곳입니다. 항상 먹을 수 있고,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이미 아는 맛. 이 영화가 그런 맛입니다.
요즘 한국 상업영화에서 비슷하게 관찰되는 현상이 있습니다. 재미있을 수 있었던 영화가 많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이런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한국 영화에는 의미가 있어야한다. 물론, 영화에 의미가 있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의무는 아닙니다. 사람들이 [어벤저스]를 보면서 의미를 찾으려고 할까요? 그저 현실 고발 혹은 우리가 몰랐던 세계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영화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 [돈]은 주식시장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여러 주식용어들이 등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떠버리 캐릭터를 두고 그 캐릭터가 모든 것을 설명하거나, 소재로만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소재로만 이용하면, 깊게 파고들기보다는 그 시장의 특징적인 것만 이용해서 사건을 전개시키는 방법입니다. 이 영화는 후자의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때문에 그들은 무슨 행동을 하고, 무엇이 잘못된 일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이 인물의 행동이 결코 정상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개가 되니 주변 인물은 그저 이 인물의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리액션 기계에서 멈춰있습니다. ‘일현’이라는 인물이 사건의 해결을 위한 도움이 되지도, 걸림돌이 되지도 않습니다. 그저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의 일에 개입하게 하게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렇게 되니 주변 인물에 이런 배우들이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저 흘러가는 인물들입니다.
이 영화는 ‘돈’이라는 물질적인 것보다는 이 인물이 순간순간 겪는 상황에 대한 선택 그리고 그것에 대한 결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 선택에 따라 인물이 변하는 모습을 연기한 류준열 배우의 연기가 상당히 좋습니다. 아쉬운 점은 이런 훌륭한 배우들이 100%의 역량을 발휘될 영화가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깊이 영화 [돈]은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 인물의 고뇌보다는 선택으로 인한 결과에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반에 살짝 등장하는 갈등은 고뇌보다는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신입 사원의 모습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번호표’라는 캐릭터는 마치 NPC 같은 역할로 느껴집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일현’에게 퀘스트만 주고, 그 인물에 대한 설정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남들의 입을 통해서만 그들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만 합니다. 실제로 그가 어떻게 판을 벌이고, 얼마큼 대단한 사람인지 관객의 눈으로 확인하는 장면이 없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그저 ‘일현’에게 과제를 주는 것 이상으로 어떤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이 캐릭터는 ‘유지태’라는 사기 캐릭터 때문에 그 무게감과 분위기가 상당합니다.
뿐만 아니라, 금감원 직원으로 나오는 ‘한지철’ 역시 캐릭터가 애매합니다. 이 인물이 이 사건을 파는 이유가 그저 사냥개라는 캐릭터로 설명이 종료됩니다. 이 인물이 ‘번호표’라는 인물을 쫓게 되는 어떤 이유가 존재해야 합니다. 물론, 실제 금감원 직원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 이유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퇴근시간까지 반납하면서 집 앞에 기다릴 정도면 이 사람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필요합니다. 적어도 자신의 동생이 이런 일에 연루되었거나, 작전으로 인해 돈을 잃고 자살을 했다는 설정만 있었어도, 그의 행동에 조금 더 동기가 생겼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 캐릭터는 ‘조우진’이라는 사기 캐릭터 때문에 인물의 매력이 상승합니다.
개인적으로 ‘원진아’ 배우를 관심 있게 보고 있었습니다. 드라마 [라이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으나, 멜로 라인이 애매해지면서 매력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이번 영화 역시 큰 활약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존재감은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이 영화는 이들이 펼치는 작전에 집중한 영화입니다. 쉽게 설명하려고 했지만, 완벽한 이해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재미없다고 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영화입니다. 분명한 것은 여러분이 이미 아는 맛을 가진 영화라는 것입니다. 그냥 즐기기에는 무리가 없는 영화입니다. 그 이상은 기대를 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3.5 / 5 이미 아는 맛, 종종 그 맛이 생각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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