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디즈니 영화를 아주 좋아합니다. 전체관람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도 디즈니 영화의 이야기와 전개 방식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단순히, 어린이들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어른이 함께 봐도 좋을 영화를 만듭니다. 즉,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이죠. 아이들에게는 꿈과 환상의 모험을 보여주고, 어른들에게는 가족에 대한 의미와 과거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과 추억을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런 디즈니가 최근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정글북]과 [미녀와 야수] 그리고 [곰돌이 푸]까지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개봉한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은 이전에 개봉했던 영화들을 생각해보면, 꾀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이 맞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은 발레로도 유명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레 공연 중 하나입니다. 과거 애니메이션들은 지금처럼 촘촘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한 서사와 간단한 이야기들로 이루 져있습니다. [미녀와 야수]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이것을 실사 영화로 만들 때는 고민이 생깁니다. 단순한 이야기를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해서 뮤지컬을 택한 것이죠. 물론, 애니메이션 자체도 뮤지컬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더 극대화하는 것이죠. 그래서 [미녀와 야수]는 OST 앨범까지 대박이 났습니다. 나름 성공적인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죠.
[미녀와 야수]가 뮤지컬에 힘을 준 것처럼, [호두까기와 4개의 왕국]은 발레에 힘을 주려고 한 것 같습니다. 영화 중간에 대놓고 발레 공연이 나옵니다. 이런 시도를 좋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발레 공연을 보여주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뮤지컬 영화는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가 이미 있고, [미녀와 야수]에서도 뮤지컬 같은 영화의 연출 방식을 보여줬습니다. 이것을 [호두까기]에도 접목을 시키려면, 발레 같은 영화가 되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 영화는 영화 속에 발레가 있긴 하지만, 그뿐입니다. 섞이지는 못합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영화가 조금씩 허술합니다. CG도 조금씩 허술하고, 이야기도 배우의 연기도 허술합니다. 나름, 좋은 연출력과 기술적인 완성도를 보였던 디즈니에게 조금 실망스럽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개봉을 서둘러서 그랬다고 밖에는 설명이 안됩니다. 호두까기 인형에 대한 표현도 조금 아쉽고, 이야기에 대한 설명도 아쉽습니다.
물론, 이런 점은 CGV 단독 개봉이라는 점에서 이미 예상했습니다. 애초에 단독 개봉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 급하게 단독 개봉으로 바뀐 듯한 느낌을 줍니다. 보통, 단독 개봉을 예정으로 하고 있다면, 광고를 할 때부터 이미 단독 개봉이라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또한, 디즈니라는 대형 배급사가 단독개봉을 한다는 것은 의아합니다. 보통, 단독 개봉은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배급사가 단독 개봉이라는 모험을 합니다. 상영관 수는 적을지 몰라도, 단독 개봉하는 극장에서도 단독 개봉이라는 타이틀로 어느 정도 밀어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단독 개봉하는 작품에서도 꾀 괜찮은 작품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생 영화 중 하나인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도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중소 배급사가 최소한의 상영관과 메인 시간 확보를 위해서 하는 단독 개봉을 대형 배급사가 했다는 것은 영화에 자신이 없다는 것으로 밖에 안 보입니다. 그만큼, 상영관을 확보해도 수익이 안 날것으로 판단을 했다는 것이죠. 적어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렇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빈약하다는 겁니다. 설명이 빈약한 것뿐만 아니라, 설정 자체가 치밀하지 않다는 것이죠. 이 영화에 가장 중요한 주연 캐릭터도 그렇습니다. 클라라가 왕국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 자체가 빈약합니다. 단순히, 엄마의 자리를 물려받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사실, 클라라 입장에서는 그 왕국이 무너져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알게 된 왕국이 클라라에게는 그리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클라라가 왕국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 보는 사람에게는 납득이 안됩니다. 적어도, 그 왕국을 지키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우연치 않은 계기로 이 왕국에 오게 된 클라라가 어떤 세력에 의해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 왕국을 지켜야 한다는 최소한의 계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호위병사로 나오는 역할을 연기한 배우가 참 연기를 못 합니다. 나름 꾀나 비중 있는 역할인데, 로봇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개그 담당으로 나오는 병사 2명이 있는데, 연기를 잘하고 못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영화 속에서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그냥, 쥐들을 조금 더 등장시키는 것이 더 재밌었을 것 같습니다.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은 꾀나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던 작품입니다. 특히, 디즈니라는 이름값을 충분히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녀와 야수]만큼의 임팩트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곰돌이 푸] 정도는 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영화는 완성도가 아주 모자랍니다. 디즈니 영화 보면서, CG 티가 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온 화면이 CG 천지인 [정글북]과 [미녀와 야수]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디즈니의 영화도 좋지만, 디즈니가 영화를 제작하는 방식도 좋았습니다. 실제 촬영은 대부분 스튜디오에서 이뤄지며, 그 촬영 외적인 것은 모두 CG로 처리하여, 촬영 환경에 대한 변수를 최대한 줄이고, 편집 과정에서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으로 수정할 수 있는 것이죠. 즉, 밑그림을 옅게 그린 뒤에 채색을 하면서 그 선들을 최대한 수정하면서 색칠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실사영화를 애니메이션처럼 제작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배우의 출연료는 줄이고, 자체 CG 스튜디오를 통해서 CG 작업을 하면 제작비 절감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제작 과정들이 빛을 보려면 무엇보다 스토리 구성이 중요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매켄지 포이 배우가 예쁘다는 것 말고는 볼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키이라 나이틀리 배우의 연기력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그녀는 참 연기를 잘 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잘된 것은 그녀의 연기뿐입니다.
2.5 / 5 저가형 디즈니 영화.
그런데, 티켓값은 같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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