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뚜렷한 이유가 없으면 힘든 일입니다. 그런 사랑을 하는 두 남녀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흑백영화로 제작되어 색이 없고, 4:3 비율로 제작을 하여 다른 영화들보다 화면에 담기는 정보의 양 자체가 다릅니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선택일 수 있는 이런 과감한 선택을 한 영화 [콜드 워]입니다.
영화 [콜드 워]는 유럽의 대표적인 감독인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작품입니다. 그의 전작인 [이다]로 많은 주목을 받은 그와 요안나 쿨릭 배우의 신작입니다. 이미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이 영화는 일반 상영관보다는 음향 특화관에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60% 이상이 음악과 함께 진행됩니다. 생각보다 많은 음악이 쓰이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조금 다른 점이 있습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음악이 영화적 음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영화에서 분위기 조성을 위한 음악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음악들이라는 점입니다. 주인공이 직접 부르거나, 파티장에서 나오는 음악같이 극 중에서 나오는 음악들입니다. 어떤 영화적 효과를 위해서 음악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극 중에서 인물의 행동이나 전개에 필요한 음악들이라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장면에서 음악이 쓰인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이 영화는 제목처럼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이 흑백이라는 색채와 4:3이라는 비율이 잘 어울립니다. 영화를 흑백이나 4:3으로 찍는 결정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영화 [그랜드 부다 페스트 호텔]의 경우를 봐도, 해당 화면비율에 맞게 세트를 따로 제작했습니다. 이 영화 역시 화면비에 맞는 세트와 공간을 사용했습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수평적 이미지를 사용한다면, 이 영화는 수직적인 느낌을 강조합니다. 이런 느낌은 실제 영화의 배경인 냉전이라는 점과도 잘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음악이 다양한 것도 아주 좋았습니다. 민요로 시작해서, 주인공인 줄라가 가수로써 발전하면서 음악의 스펙트럼이 넓어져서 재즈를 부르는 점도 아주 좋았습니다. 재즈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음악들이 냉전이라는 차가운 시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음악이라는 매체가 그들에게 기쁨을 주는 행위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음악들이 두 인물의 관계에 따라 변화되는 지점도 좋았습니다.
영화는 기승전결이라는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도 그런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계가 조금은 흐립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영화 전체의 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에게는 조금 이상한 영화로 보이기도 합니다. 단편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야기들이 조금 진행되다가 음악으로 환기하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을 반복하는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두 남녀의 불가능한 사랑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1시간 28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마저도 대부분을 음악을 채워놓고 있는 이 영화가 두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랍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설명이 크게 필요없습니다. 이 영화는 오로지 두 사람의 감정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사랑이라는 감정이 여러 사람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를 이해한다는 생각보다는 인물의 감정에 공감하며 본다는 자세로 봐야 조금 더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해한다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본다면 영화를 보다가 분명히 졸게 될 것입니다.
[콜드 워]가 작품상 후보에 못 들어간 것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외국어 영화상에는 노미네이트되었지만, 외국어 영화상 후보가 작품상보다 쟁쟁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나 확실한 것은 감독상이나 음악상, 촬영상 정도는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상의 경우 최근 17,18년도에 음악상을 수상한 영화를 보면 재즈를 영화 음악에 사용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점을 생각해보면, [콜드 워]의 음악상 수상은 유력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음악상에 노미네이트되지 못했습니다. 너무 아쉽습니다. 오스카는 저의 생각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4 / 5 음악으로 색을 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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