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gma Effect’
우리말로 하면, 낙인효과다. 심리학 용어인 이 단어는 부정적인 대상으로 인지되면, 점점 더 나쁜 행동을 보이게 된다는 말이다. ‘피그말리온 효과’의 반대말로 생각하면 된다. 우리 생활에서 낙인효과는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영화로 따지면, 어떤 범죄가 일어났을 때 전과가 있는 사람을 가장 먼저 의심하는 것이다. 물론, 수사를 위해서는 가장 의심스러운 사람부터 조사를 하는 것이 맞다. 그 의심스러운 사람이 전과자라는 것도 편견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 사람이 출소 후 정말 착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지,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선의로 한 행동이 나쁜 의미로 비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런 시선은 그 사람에게 더 큰 일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그러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영화 [미스 백]의 그녀처럼 말이다.
과거에 이것을 소재로 단편영화를 찍은 적이 있다.
그녀는 너무도 어린 나이에 전과자가 되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만일, 그때 그녀를 도와줄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녀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엄마에 대한 원망, 그리고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는 ‘장섭’과 함께 산다.
‘장섭’은 그녀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종종 해왔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부분이 궁금해진다. 장섭은 정말로 ‘미스 백’이 좋아서 결혼을 하자고 했던 것일까. 잠시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영화 속에서 상아가 장섭에게 대답을 한다.
“나만 보면 불쌍하다고 쳐다보는 네 눈빛을 평생 보고 살라고?”
그녀도 어쩌면, 자신이 전과자라는 것에 대해 피해 의식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사람의 이미지는 타인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그녀의 이미지 또한 주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녀 스스로 그 이미지에 너무 갇혀있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불쌍하다고 해도 어떤 사람이 그 사람을 책임지겠다고 결혼을 하자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장섭은 정말 그녀가 좋아한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그녀와 비슷한 생각을 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나도 그녀처럼 그녀를 편견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 영화는 이지원 감독이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 이 영화가 현실과 먼 영화가 아님을 말해준다. 과거, 옆집에 살던 아이가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고 한다. 그 때, 그녀는 그 아이에게 손을 내밀지 못했고 그 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 이 시나리오를 집필했다고 한다. 이 영화를 통해 학대를 받는 아동이 한 명이라도 발견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학대 아동인 지은의 이야기다. 아니, 정확히는 백상아의 이야기다. 영화는 지은이라는 아이를 지켜주려는 상아의 노력이 보인다. 지은이라는 아이는 자신을 지켜줄 사람이 없는 아이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화장실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고, 경찰서에 가서도 자신이 학대당한 것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한다. 누군가가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지은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어린 시절,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했던 일 그리고 그 고통을 알기에 지은에게는 겪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자신이 외면하면, 아무도 도와주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때문에, 지은이를 더더욱 포기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장섭이다. 때문에, 그녀를 도와주려고 한다. 장섭이 그녀의 엄마를 찾아주려고 했던 것도 그것 때문일 것이다. 과거의 일로 상아를 보려고 하지 않았던 엄마가 왜 그녀에게서 멀어졌는지 알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를 미워해서가 아니다.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더러운 손으로 누군가와 악수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처럼, 그녀를 위해 그런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그녀에게 도망치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을 상아는 정섭에게 비슷한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녀는 자신을 도와주는 정섭이 자신과 비슷한 취급을 받을 것에 대한 걱정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지은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못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자신이 겪어봤기 때문에, 그 고통이 얼마나 큰 지 알기에 그것을 지은이 겪는 것은 싫었을 것이다.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만들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영화 마지막 다리 밑에서 두 사람이 나오는 장면에서 보여줍니다. 결국, 부족하더라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 서로를 지켜주는 것이고 같은 처지이기에 서로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기에 더 위로해줄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상아도 지은과 함께하면서 자신을 찾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은 평생 혼자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저 이 동네를 떠나서 살 생각뿐이었다. 지은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할 일상에 대해 접했다. 그녀에게 아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녀의 인생과 먼 일이었다. 아이 옆에서 담배를 서슴없이 피우고, 무작정 옷을 사 입히기도 한다. 지은이 자신의 손을 잡았을 때, 지은과 함께 놀이공원을 갔을 때,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았다.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상아가 지은과 있을 때, 상아가 욕을 하는 장면이 있다. 지은이 따라 하자, 따라 하지 말라며 자신에게 한 것이라고 하자 지은이 말한다.
“미스 백은 미스 백이 싫어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결국은 자신이 자신을 부정했던 것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정섭을 빼면 그녀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경찰서에도 힘들게 이름을 써내자, 그녀를 전과자라며 의심을 하며 쳐다본다. 지은의 부모라는 사람들도 그녀의 전과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 누구도 그녀에게 호의적이지 못하다. 때문에, 그녀는 스스로에게도 호의적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영화의 주제처럼 학대 아동에 대한 현실을 아주 잘 보여주는 영화다. 학대 신고가 들어왔을 때, 다시 부모의 집으로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집안일에 신경을 안 쓰려는 정서가 있다. 영화 [목격자]의 마지막 장면처럼, 누군가 싸우는 소리가 들려도 현대인들은 신경 쓰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앞집에 살면서도 앞집이 어떤 환경인지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자신에게 피해만 끼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좋은 주제와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편집의 디테일은 아쉬운 영화였다. 컷 연결이 조금씩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크게 티가 나는 부분은 아니지만 감정의 흐름을 이어가야 할 장면에서 조금 어긋하는 부분이 느껴졌다. 그리고 98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영화는 그리 짧게 느껴지지 않는다. 부수적인 사건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억지로 시간을 늘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조금은 뻔한 연출이나 설정, 연결들이 눈에 보였다. 그럼에도, 그것들을 덮을 수 있는 장점들이 있는 영화다.
우리에게 좋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특히, ‘백상아’라는 인물이 지은을 지나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지은을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쓰는 이유에 대해 감정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한지민 배우가 좋은 연기를 보여줌으로써 영화에 더 집중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한다. 또 영화 속에 다양한 여성이 등장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억지로 넣은 느낌이 아니다. 남녀를 구분해서 배역을 선정한 것이 아니라, 이 영화에서 보이는 악역과 주인공 상아와 지은을 도와주는 사람들 모두 남자와 여자가 함께 나온다. 감독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영화 내에서도 그녀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어둠 속에서 시작한 영화지만, 밝은 곳에서 끝나는 영화다.
4 / 5 그 아이는 결국 '미스 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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