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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2.22 [영화] 버드 박스 / 세상을 보지 못하는 공포
posted by DdaDdaSsij 2018. 12. 22. 01:18
해당 리뷰에는 영화 [버드 박스]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와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만 피하고 싶은 분을 위해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는 부분에 대해 미리 언급을 드리겠습니다.

요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아주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초기만 해도 작품의 퀄리티가 일정하지 않아서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최근 개봉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를 봐도 영화감독이나 배우들에게도 넷플릭스가 낯설게 느껴지거나 신뢰가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 본 넷플릭스 작품은 산드라 블록과 존 말코비치가 출연한 영화입니다. 사실, 넷플릭스에 공개되기 전부터 기대를 하고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영화 [버드 박스]입니다.




영화 [버드 박스]는 눈으로 바깥세상을 바라보면 자살을 하게 되는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되면서 종말 해가는 인류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두 아이가 살아남은 말로리(산드라 블록)가 아이들과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인 말로리가 두 아이에게 당부를 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냥 당부가 아니라, 아주 신신당부를 합니다. 누가 봐도 긴급한 상황이라는 것이 보입니다. 그리고 밖을 나서면 눈을 가리고 천천히 길을 걷습니다. 그리고 한 보트에 올라 강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어떤 소리도 믿지 말고, 그 누구도 믿지 말라는 말로리의 말처럼 그들을 서로에게 의지를 하며 강을 따라 하류로 내려갑니다. 그 순간,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립니다. 자신이 구해주겠다며, 안대를 벗으라고 합니다. 하지만, 말로리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그는 점점 다가와서, 말로리와 아이들을 헤치려고 합니다. 안대를 벗기고, 눈을 뜨게 하려고 하지만 말로리는 거세게 저항하며, 그에게 벗어납니다. 영화에 대한 정보 없이 보는 입장에서 이 상황은 상당히 흥미 있는 상황입니다. 그들이 무엇 때문에 강을 따라 내려가는지에 대한 이유는 모르지만, 그들이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왜 이런 상황이 된 이유에 대해 보여주기 위해 5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영화는 5년 전과 현재의 그녀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이들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와 그동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현재의 상황은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장치로 사용됨과 동시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야기의 뒷이야기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영화 속에서 무서움의 원인인 알 수 없는 기현상은 그 형체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형체가 없는 무엇에 대해 무서워하며 조심합니다. 사실, 이 영화도 기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지만, 결국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말로리를 구하기 위한 더글라스(말코비치 역)의 딸이 희생이 되기도 하고, 다수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 한 사람이 희생되기도 하고, 자신들만 살기 위해 그 무리들을 떠나 도망치기도 합니다. 같은 공간에서 머물면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도움이 되면서 지내게 됩니다. 

그러던 중, 올림피아가 누군가를 집으로 들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스스로 내린 결정입니다. 더글라스는 그를 내보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만류로 그도 집에 머물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집으로 들어오면서 이상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요?

영화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이 현상에 대한 미스터리보다는 이들이 살아나기 위한 노력에 포커스가 맞춰집니다. 그리고 그런 세상에 눈을 가리지 않고도 살아가는 사람에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미스터리 해집니다. 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지만 그들은 왜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들은 왜 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며 죽기를 바라는 것일까요? 정말 죽음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요?



{ 지금부터는 영화의 결말에 대한 대부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모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원치 않으신 분들은 여기까지만 읽으시면 됩니다. }

하지만, 영화에서 이 미스터리의 비밀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영화의 결말을 보는 순간 이 모든 이야기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게 됩니다. 말로리가 도착한 곳은 시각장애인 학교입니다.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한 공포를 영화 내내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공포를 평생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그것은 공포의 대상이지만 시각 장애인들에는 전혀 변화가 없는 세상입니다. 세상에 대한 동경 그리고 그것을 평생 보지 못하고 세상이라는 공포를 느끼며 살아가는 이들. 단순히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전 결말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것을 어떻게 끝낼까?’, ‘이런 현상에 대한 어떤 설명을 할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 속 미스터리적 요소들은 영화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영화 속 인물이 느끼는 보이지 않은 세상에 대한 공포. 그리고 그 세상을 본 사람들이 말하는 세상에 대한 아름다움. 그것을 이런 SF 스릴러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목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봤습니다. 새장은 영어로 Birdcage라고 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Birdbox입니다. 영화 속 말로리가 내내 박스에 넣어 다니던 새들이 있습니다. 그 새들은 박스에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에도 본능적으로 위협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도 그 새들의 반응이 영화의 위기를 보여주는 장치로써 사용하기도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박스에 있던 새들을 풀어주면서 영화가 끝납니다. 새장과 상자에 갇혀있던 새들도 자유롭게 날아가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영화 속에서 말로리가 살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는 동안, 그녀는 소망보다는 현실적인 행동과 이야기만 했습니다. 말로리가 가지고 있던 새들을 넣어둔 박스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 속 마지막 남아있던 희망처럼 그 박스 속에 있는 새들은 마지막 희망을 의미했던 것은 아닐까요? 





4.5 / 5  세상을 보지 못하는 공포에 대하여





에필로그

영화를 보고 난 후, 이 영화는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를 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만큼, 결말이 아주 강렬했습니다. 결말까지 이야기를 해야 영화에 대한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안 보신 분들이라면 영화 꼭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