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daDdaSsij 2019. 3. 27. 21:19

 

18살 선희는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친구들과 친해지는 것이 어려워 선희는 잘못된 방법을 시도합니다. 선희가 했던, 사소한 행동을 생각하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됩니다. 한국 독립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영화 [선희와 슬기]입니다.

 

 

영화 [선희와 슬기]는 상당히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영화의 스토리 또한 아주 간결합니다. 어떤 상업 영화에서는 러닝타임 확보를 위해서, 메인 스토리와 별개의 캐릭터를 만들어 다른 부분에서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상당히 깔끔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선희의 이야기를 제외한 다른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토리 전개와 다른 이야기 또한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상당히 정직하게 할 이야기만 합니다. 시간을 거스르지도 않고, 회상 장면도 없습니다.

그저 흘러가는 선희의 이야기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좋은 소재를 시나리오에서 잘 사용하고 있는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한 발씩 내딛습니다. 마치, 영화 속 선희처럼.

 

두 가지를 먼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로 정다은 배우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그녀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는 상당히 다양합니다. 밝은 소녀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두운 면까지 모두 연기할 수 있는 그런 배우입니다. 상당히 큰 배우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이 됩니다.

두 번째로 이 영화는 한국 예술 종합 학교에서 만든 작품입니다. 아직 프로가 아닌 학생의 신분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최소한 이 정도의 퀄리티를 다른 상업영화들이 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할 이야기가 더 많지만, 생략하겠습니다.

 

 

선희는 자신감이 떨어지는 아이입니다. 사실, 한 사람의 자신감이나 자존감은 혼자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일에 대해 용기를 가지고 실행했을 때, 그 결과가 좋았던 적이 적거나 없기 때문에 스스로 조심스러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람의 대부분은 자라온 환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딱 한 가지입니다. 선희처럼 조금씩 전진하는 것입니다. 영화 속 선희는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 조금씩 다가갑니다.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자 편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점점 더 큰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자신의 사소한 행동이 생각하지 못한 큰 비극을 낳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그녀는 더욱 움츠러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녀 또한 안 좋은 선택을 하려고 했지만, 그럴 용기조차 없습니다. 추위에 떨던, 그녀를 거둬준 것은 희망 보육원의 원장님입니다. 그녀는 보육원에서 나름 적응하며, 잘 살아갑니다.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아이들에게 다정하고, 어른들에게 싹싹하며,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아이로 보입니다.

 

그리고 원장님의 권유로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됩니다. 자신의 첫 실패인 학교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달라졌습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친구에게 먼저 인사하고, 학교 일에도 먼저 나섭니다. 기숙사에 지내면서, 사감 선생을 돕는 학생으로 일을 하게 됩니다. 달라진 것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친구들입니다. 전에 다니던 학교와 달리 선희에게 아니 슬기에게 먼저 다가옵니다. 슬기는 친구들 덕분에 더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제서야 진짜 학교생활 다운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약간의 일탈도 있지만, 그 일탈보다는 영화 속의 슬기가 행복해 보여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 행복은 얼마가지 못합니다. 주말을 이용해 방문한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으로 온 한 학생이 선희를 알아봅니다. 원장 선생님께 모범상을 받는다는 좋은 소식조차 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과연 선희와 슬기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영화 [선희와 슬기]는 상당히 좋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선희가 조심스럽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발걸음들보다는 누군가가 먼저 손 내밀어 주는 것이 선희에게 더 큰 발걸음이 됩니다. 이 영화에서 선희가 슬기로 변화되는 지점은 두 지점이 있습니다. 보육원과 새로운 학교입니다. 이 두 지점 모두 누군가가 그녀에게 먼저 손을 뻗었습니다. 홀로 남겨진 그녀를 거둬준 보육원 원장님과 새로운 학교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 준 방울이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슬기가 방울의 친구들과 지내면서 미소를 띨 때 저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제서야 그녀가 살아가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한 번 도망갑니다. 한편으로는 원장님께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해보는 것이 어떨지도 생각해봤습니다. 물론, 그녀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일인 것을 알고 있고, 그 용기조차 낼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도망가는 것이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저는 슬기의 아니 방울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습니다. 이전처럼 비극적인 선택이 아닌 도망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녀도 변화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시작을 해봤기 때문에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행복한 시간도 보냈기에 행복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그녀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존재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일본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처럼, 도망치는 것은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그것은 실패나 절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하나의 희망입니다. 적어도, 비극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아직 삶의 의지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힘든 시간을 보낸 선희도, 누군가 한번의 발길로 행복이 무너진 슬기도, 새로운 삶을 살아갈 방울이도 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은 존재한다는 것을 그들도 알았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그녀를 만날 수 있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그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야

 

 

4 / 5  나의 작은 발걸음들보다 큰 누군가 건네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