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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daDdaSsij 2019. 9. 5. 20:28

 

모든 것이 경쟁하는 시대에게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한 때 유행처럼 만들어진 오디션 프로그램이 바로 그런 심리를 자극하는 콘텐츠입니다. 지금까지도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고,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경쟁이라는 소재는 어느 콘텐츠에서도 관심을 받을 만한 소재입니다.

 

영화 [틴 스피릿]은 주인공 바이올렛(엘르 패닝)이 틴 스피릿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이렇게 소개하기는 하지만, 실상 영화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6월에 몇몇 시사회를 열면서, 6월 개봉을 예정하고 있었지만, [알라딘]과 [기생충]의 기세가 생각보다 강하여서 그런 것인지, 개봉을 미뤘습니다. 당시 시사회 직후에 좋지 않은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https://youtu.be/PI8yh9QkE3c

 

 

오디션과 경쟁

 

영화 속에서도 경쟁은 흥미를 유발하는 좋은 소재입니다. 이런 경쟁구도를 앞세워서 [배대슈]라는 영화가 등장하기도 했고, (제목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도 많은 영화들이 경쟁이라는 코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경쟁은 누구에게나 공감이 가능한 설정이며, 그 경쟁을 통해서 긴장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경쟁을 전면으로 내세운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경쟁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경쟁자들의 우정과 의리를 강조하면서,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상당히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이라는 것을 전면으로 내세운 오디션 프로그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인물을 보여줄 것이라는 나름의 기대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경쟁에 대한 모습이 그리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경쟁은 분명 사람에게 스트레스의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 스트레스 때문에 괜히 예민해지기도 하고, 경쟁 때문에 소홀해지는 것들을 경쟁의 마지막에 떠올리면 감동까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은 그리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지 않습니다.

 

영화는 가수를 꿈꾸는 섬 마을 소녀인 바이올렛(엘르 패닝)이 오디션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오페라 가수 출신 블라드(즐라트코 버릭)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주인공인 바이올렛의 꿈을 응원하기보다는 블라드를 응원하게 됩니다. 그녀의 모습은 가수에 대한 꿈이 간절한 소녀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꿈을 응원해야 할 관객들은 그녀보다는 블라드에게 더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매력적이지 않아서 크게 공감하지 못하게 되고, 주인공이 보여주는 모습 또한 가수가 되는 것이 간절하게 그려지기보다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게 된 한 사람의 이야기로 느껴집니다. 그만큼 주인공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음악의 스토리

 

음악이 등장하는 영화는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긴 어게인]과 [라라 랜드]로 대변되는 음악 영화의 장점은 평소에는 들을 수 없는 볼륨과 성능 좋은 스피커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점과 음악 자체가 주는 감정의 동요가 영화와 어우러져 영화의 감동이 배가 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긴 어게인]의 마지막 장면에는 에덤 리바인의 ‘Lost Star’가 등장합니다. 이 노래는 아직까지도 많은 분들에게 회자가 될 뿐만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아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라라 랜드]에도 라이언 고슬링이 부른 ‘City of star’가 있습니다. 이 노래 또한 많은 분들이 알고 있으며, 많은 패러디를 낳기도 했습니다.

이 두 음악이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는 것은 영화 속 이야기가 이 음악 하나로 모든 것을 대변하기 때문입니다. 이 음악들은 왜 영화의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있었을까요?

 

단순 음악이 좋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틴 스피릿]에 나온 음악은 좋지 않아서 기억되지 않은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음악 또한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노래가 그리 좋지 않더라도 음악을 큰 사운드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매력적인 요소가 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도 기억에 남는 음악이 없으며, 극장을 나오면서 영화의 OST를 찾게 되지도 않았습니다.

 

그 이유에는 이 노래에는 사연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영화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부실하거나, 인물의 처지를 대변하는 만큼의 음악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겠죠.

 

 

 

공감이 없는 음악

 

오디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물들의 성장입니다. 가장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들은 비공개 녹화인 예선을 통해서 많은 인원이 선발되고, 그중 TOP 10이 생방송 무대에서 경연을 하게 됩니다. 많은 경쟁 속에서 조금씩 부족한 모습을 보이던 그들은 생방송 무대에서 다이어트와 메이크업 및 많은 교육을 통해서 프로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프로듀스 101]과 같은 프로그램 또한 인물들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성장에 내가 직접적으로 관여를 했다고 느끼게 하여서, 그들의 성장에 더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자신의 자식처럼 그 인물의 성장이 나의 기쁨으로 다가오는 것이죠.

 

경쟁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성장입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해 한 번에 알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장점과 단점을 볼 수 있게 되며, 그로 인해 자신이 부족한 점에 대해서 채워가는 과정이 성장의 과정일 것입니다.

 

영화에서도 관객들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요소는 성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영화에서 전반부와 후반부에 인물의 변화를 주어서 인물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서, 관객들로 하여금 뿌듯함 혹은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서 흥미를 유발합니다.

 

앞서 언급한 두 영화인 [비긴 어게인]과 [라라 랜드]의 대표 곡에는 인물의 성장이 담겨있습니다. 이를 리프레이즈(Reprise)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긴 어게인]의 ‘Lost star’는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가 만들었던 초기에는 어쿠스틱 버전의 느린 템포였습니다. 하지만, 영화에 마지막에 등장하는 데이브(애덤 리바인)의 노래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그런 모습에 그레타는 마음의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라라 랜드]의 ‘City of star’ 또한 처음에는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이 혼자 부르던 노래였습니다. 그 뒤에 미아(엠마 스톤)와 연인이 되면서 두 사람이 같이 부르게 되었고, 두 사람이 함께 꿈꾸던 이상을 보여주는 음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많은 리프레이즈가 되었던 음악이 이들의 테마 음악입니다. [라라 랜드]는 리프레이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만들어진 음악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틴 스피릿]은 리프레이즈가 없어서 음악이 기억에 남지 않았던 것일까요?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리프레이즈가 전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에 남는 음악을 만들어 낸 영화도 있습니다. 바로 [알라딘]입니다. ‘A whole new world’는 이미 유명한 곡이기에 많은 분들이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사 영화에서 처음 등장함에도 ‘Speechless’는 많은 분들이 찾고 있으며, 노래방 팝송 순위에도 상위권을 유지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가 기억에 남은 이유 또한 인물의 성장을 대변하는 노래이기 때문이죠.

 

영화 속 쟈스민(나오미 스콧)이 자신이 직접 나서서 자신의 왕국을 구하게 되는 변환점을 보여주는 노래로 그전부터 쟈스민이 받아왔던 차별에 대해서 정면으로 맞서게 되는 장면이죠. 이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며, 이 장면을 ‘Speechless’라는 노래로 표현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더욱 감정적인 공감을 불러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는 그런 장면과 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나름대로는 그런 부분을 만들려고 했겠지만, 그전에 관객들이 바이올렛(엘르 패닝)이라는 인물에게 감정적인 공감이나 이입이 안되었기 때문에 아무리 감정을 표현하는 노래를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그 감정에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노래의 가사나 멜로디에 공감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만큼은 주인공이 내가 되는 감정적 공유가 있어야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을 구축하는 것에 실패했습니다. 그 실패한 이유를 이야기하자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간절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음악적 성장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 외에도 있지만, 다 이야기하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이쯤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음악과 성장이라는 좋은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100% 활용하지 못한 것이 가장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음악영화라는 것을 이용하여서, 둥둥거리는 베이스와 신나는 비트를 이용해서 관객들을 현혹시키려고만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운드는 극장의 스펙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관객들이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어느 극장에서나 똑같이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영화가 음악으로 승부를 하려고 했다면, 음향 특화관에만 상영을 했어야 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