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daDdaSsij 2019. 7. 27. 16:11

개봉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에게는 작지만 오랜 기간 동안 마음에 남을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학창시절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영화는 확실하게 독립영화의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독립 영화라고 하지만 독립 영화 같지 않은 영화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분명 독립 영화지만 많은 자본과 스타의 캐스팅을 통해 상업영화와 별 차이가 없는 영화가 등장하였습니다. 퀄리티에서는 뛰어날 수 있지만, 독립 영화 특유의 감성과 분위기를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굿바이 썸머]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한국 독립 영화에서 자주 보여줬던 느낌을 줍니다. 차분하면서 일상적인 내용을 통해서 인물이 무언가를 깨달아 가는 과정을 천천히 보여주는 것이 제가 많이 접했던 한국 독립 영화입니다.

 

 

 

우선 독립영화가 상업영화에 비해 아쉬운 점은 로케이션이나 카메라 워크 및 여러 지점에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돈이 투자가 되면 괜찮아 지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는 이야기는 영화가 그런 향수를 느끼도록 보여줍니다. 화려하거나 세련된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모습의 연출이 어릴 적 순수했던 그 때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인물들이 하는 고민 또한 그 시기의 고등학생이 하는 고민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고민 속에 놓여진 인물들의 대처가 영화의 주요 포인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고등학생이라고 하면 두 가지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순수하고 열정적인 시기 혹은 공부에 대한 압박을 받는 어두운 시기. 이런 요소는 고등학생이라는 인물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 수민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입니다. 지금 열심히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을 가면 그것을 모두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때 하지 못하면, 평생 하지 못하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항상 그런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최대한 후회를 하지 않을 쪽으로 선택을 합니다. 수민에게는 지금보다는 미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름부터 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 그는 지금이 중요합니다. 시한부라는 설정이 그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시한부라는 설정은 시간의 제약을 보여주기 위한 좋은 수단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자신이 품고 있던 마음에 대한 고백을 하는 것 또한 그렇습니다.

만약 그가 미래를 생각하는 인물이였다면, 병재에게 자신의 교복을 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신의 병이 기적적으로 나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것입니다. 현재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떠날 준비를 합니다.

 

만약 수민이 현재를 사랑하게 되었다면, 현재가 죽고 난 뒤에 남겨진 수민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상당히 무거운 고민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그들은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그 고민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영화가 진지한 톤이였다면, 영화 속 인물이 평범한 학생이 아닌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보였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제목처럼 한 여름 무더위처럼 금방 지나갈 이야기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병재는 수민과 현재의 사이에서 연결고리가 되는 듯한 인물입니다. 그 인물 성격이나 말투가 조금 독특하여서, 다른 인물과는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어쩌면 그 특별함이 자유로운 그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병재에게 인상적인 것은 그가 영화 내내 하는 질문입니다. 바로 천사와 악마의 이야기. 사실 이 질문에는 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병재 또한 그 문제의 답을 얻기 위해서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타인과 공유하여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입니다.

 

아마 병재는 영화 속 다른 인물들보다 고차원적인 인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학원의 테스트를 보는 모습에서 수민은 병재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병재는 문제가 쉬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공부를 잘한다는 식으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하고, 그들의 생각을 듣는 식의 대화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대하는 태도에서 인물의 차이가 느껴집니다.

천사와 악마에 대한 질문을 하는 병재에게 대답 대신 핀잔을 주는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그가 하는 질문에 깊이 생각하고 자신의 답을 이야기합니다.

 

현재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 줄 아는 아이입니다. 잠긴 교실 문 대신 창문을 통해 넘어가면서 그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원래 있던 대로 두고 가야해

 

사람은 각자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도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물들이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갈등은 그리 큰 문제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관객과 영화 속 인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이죠. 때문에 영화를 보는 관객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감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죽음을 앞둔 현재를 위해서 수민은 현재를 사랑해야 할까요? 남겨질 수민을 위해서 현재는 그녀를 사랑하지 말았어야 할까요? 그리고 지훈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지훈이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이야기를 해야할까요? 이런 질문들은 자신이 무엇을 중점적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결정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 결정은 사람마다 다른 감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결국 영화는 어떠한 결말을 맺지 않고 영화를 마무리합니다. 어처피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죠.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못한다는 것은 미래에 더 큰 후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게 뭐야?” 라는 질문에 수민은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는 것은 지금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중요한 것이죠. 이 질문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지금 당장 놓인 현실적인 문제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은 순수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영화는 굳이 1시간짜리로 만들었어야 했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30분 안 쪽의 단편 영화로 만들었어도 충분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1시간으로 만들면서 앞에 만들어진 이야기들을 통해 쌓인 인물들의 감정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감정의 영화의 감상을 바꿀 정도로 크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등학생을 표현하는 계절로 나타나는 여름이라는 계절 혹은 뜨거움에 대한 표현이 조금 더 들어갔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 더위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고 천천히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으로 표현되었다면 영화가 더 깊은 인상을 줬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이유는 여유로운 영화라는 점입니다. 항상 스토리 전개를 위해서 바쁘게 뛰어가는 영화들 사이에서 비교적 여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는 하나의 쉼표같은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