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daDdaSsij 2019. 5. 10. 12:38

시작하면서

 

처음, 보통사람, 법.

이 세 가지 키워드가 설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원들입니다. 2008년에 처음 시작된 국민참여 재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배심원들]의 인상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홍보자료를 봤을 때, 법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비교적 가볍게 풀어내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저의 예상과 맞았습니다. 하나 다른 점은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무거움과 가벼움이 공존하는 영화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영화의 초반, 배심원들이 선정되는 과정에 대해 짧게 보여주고 영화는 바로 사건에 대한 설명을 합니다.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이 상당히 진중하게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법원이 심리를 준비하는 과정들이 존재합니다. 이 과정에서 법관들이 국민 배심원들이 잘못된 판결을 내릴까 봐 걱정하는 부분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면 알게 되지만, 이런 걱정을 왜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결국, 배심원의 의견은 판사가 판결을 내리는데 참고만 될 뿐입니다. 굳이 잘못된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애초에 잘못된 판결이라고 단정 지어버리는 자세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떠나서 그들이 하는 걱정이 엄중한 걱정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설명들과 함께 영화는 기록된 파일을 다시 들춰보듯이 시간의 경과를 보여주면서, 영화 속 사건을 하나씩 살펴주고 있습니다. 

 

 

처음치고, 잘 만들어진 기성품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 자체는 재미있습니다. 감독의 첫 작품임에도 짜임새도 있고, 깔끔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신선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많이 봐왔던 다른 법정 콘텐츠가 크게 다르지는 않고,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한 억지가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이 영화만의 개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가 생각한 것보다 개그코드가 많습니다. 영화를 가볍게 하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한 것이 보입니다. 어쩌면, 법원이라는 곳과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나타나는 괴리들이 코미디로 표현됩니다. 하지만, 친숙하지 않은 사람이기에 기존 법관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아쉬운 점은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 내내 법관들이 혹은 배심원을 무시하는 태도가 저는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이 영화에서 극적인 효과를 얻어내기 위한 장치라는 것을 알지만, 오히려 그들을 존중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사건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는 이야기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영화에 몇몇 떡밥들은 회수되지 않은 점도 아쉽게 생각합니다.

 

 

영화의 목적 = 배심원의 목적?

영화의 목적이 배심원들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그들의 새로운 역할을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법관은 고리타분하고, 사건을 편파적으로 본다는 것이 영화의 목적이 아니라면 말이죠. 영화 내내 언론만 신경 쓰고, 배심원들의 의견 및 선택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주던 영화가 후반부에 ‘사실 이들도 이런 고뇌가 있고, 엄중한 책임이 있어’라는 식의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전개는 그리 좋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재판장인 김준겸 판사는 기존 법관과는 조금 다르다는 모습을 보여준 것을 괜찮았습니다. 배심원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인물이었던 그녀도 어느 사건에 의해서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면서, 다른 법관들과 비슷한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괜찮은 법관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도 결국 다른 법관들과 같은 법관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재밌는 점은 이런 모습이 배심원들 사이에서도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 아쉬운 점입니다. 배심원들 사이에도 계층 같은 것이 생기고, 그로 인해 재밌는 상황들이 많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배심원들의 캐릭터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습니다. 제가 5월 개봉 예정을 살펴보면서, 배심원들의 캐릭터 포스터를 본적 있습니다. 이 포스터를 통해, 배심원들의 배경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영화 속에서 해당 내용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재미가 반감되기도 하고, 인물의 행동이 이해가 부족하게 되는 지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다양성 영화가 아닌데…

이 영화는 CGV 아트하우스에서 배급하는 영화입니다. 제가 굳이 배급사를 콕 집어서 이야기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이게 왜 아트하우스 배급이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몇몇 영화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또한 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생각에는 두 가지 의미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영화의 느낌이 독립영화 같지 않습니다. 보통 한국의 독립영화는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애쓰거나, 약간 B급으로 만들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배심원들]들은 의미만을 내세우지고 않고, B급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기존 한국 독립영화와는 전혀 다른 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이 영화가 독립영화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다양성 영화에 대한 분류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독립영화는 제작, 배급의 규모로 분류를 하고, 예술영화는 영화의 예술성 및 독창성을 두고 분류를 합니다. 영화 [비긴 어게인]은 259억의 제작비로 제작이 되었지만, 예술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아서 예술영화로 분류되었습니다. 영화 [배심원들]은 독립영화, 예술영화가 아님에도 CGV 아트하우스에 배급을 하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영화제 수상작의 개봉지원을 한다는 점과 자본의 수급이 안정적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결국 독립영화 시장까지 대기업의 자본이 들어가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습니다. 최근 CGV 아트하우스의 영화들은 아트하우스라는 이름에 맞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배심원들]은?

영화 [배심원들]은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가벼운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건과 사연들에는 진중한 태도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어설픈 배심원들을 통한 적당한 개그와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여러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법을 가볍게 다루지 않으면서, 법을 집행하는 것에 대한 엄중함 그리고 그 뒤에 따르는 책임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심리를 하는 배심원들의 모습을 통해서, 진정한 심판, 법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배심원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뻔한 전개와 예상되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거부감이 들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그런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4 / 5  평범한 사람들의 법 이야기

posted by DdaDdaSsij 2019. 4. 20. 02:01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잔잔한 영화들을 보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비슷한 내용으로 전개되는 것 같지만, 각 영화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릅니다. 하나의 가치에 여러 영화가 서로 다른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다시, ]은 일본의 잔잔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이 다른 시간개념을 가진 영화는 종종 나옵니다. 비슷한 소재로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은 포스터가 풍기는 느낌과는 다르게 로맨스는 전혀 없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어떤 로맨스가 등장하긴 하는데, 영화의 큰 맥락과는 상관이 없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뒤바뀐 시간에서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서 말하는 이유는 영화 내적인 이유가 아닌 이 소재를 사용한 이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굳이 이 소재를 써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죠.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에서는 이 소재를 통해, 서로 다른 입장의 두 사람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과정들이 상당히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사실, 이 영화도 구조적으로 새로운 영화는 아닙니다. 조금 뻔하다고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감동의 힘은 상당히 묵직합니다. 그 점 때문에 이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 것입니다.

 

 

 

[다시, ]에서는 이 소재의 역할이 어중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극 중 인물이 굳이 이런 환경에 놓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시간을 뒤로 돌아가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 문제가 이 인물에게 자신에게 중요한 문제여야 합니다. 영화 속의 내용만 봐서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해야 하는지 조금 의문이 생깁니다. 의미만으로 따지기에는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시간이 뒤로 돌아가고 있다면, 굳이 오늘에 열심히 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다음 날이 되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영화 내에서 찾을 수 없었습니다. , 인물이 하는 행동에 공감이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초반에 등장하는 한 사건만 아니면, 주인공에는 큰 시련이 없습니다. 자신과 관련이 되어 있는 인물이 아님에도 왜 인물이 노력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원래대로 돌아가는 과정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인물이 자신의 이익과 전혀 관련 없는 일에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만약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해를 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자신과 깊은 연관이 있던 사람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것에 대한 설명이 적습니다. 영화 초반부에 이미 그녀의 문제는 해결이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시간에 대한 설정이 불분명합니다. 시간 순서를 뒤집는 영화에는 시기를 보여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에서는 영화 속 모든 날에 시간을 보여줍니다. 일반적인 시간과 반대의 시간을 사는 인물의 시간, 두 가지 시간이 모두 표기되기 때문에 시간에 대한 이해가 쉽습니다. 이 영화 속에서 시간에 대한 표현은 4번 정도 나오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날짜로 표현해서 기억이 되기 어려웠다고 생각되면, D+00일 형식으로 표현하면 더 가시적으로 잘 느껴졌을 것입니다. 시간이 중요한 영화에서 시간에 대한 표현에 게을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 여행은 충분히 재미있는 소재입니다.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면서, 당시의 향수를 느끼는 것 자체가 영화의 매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2011년의 시간이 표현되기도 합니다. 지금과 다른 2011년 당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많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노래나 연예인 등 문화를 통해 반가움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혹은 당시 핸드폰들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당시 모습은 미니홈피가 전부입니다. 그것도 아주 잠깐 등장해서, 향수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영화의 제목부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포스터만 봐도, 영화의 내용이 느껴졌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겨울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인물이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설명이 부족한 영화라고 생각이 듭니다.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은지는 알겠으나,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볼 수 있는 영화의 내용은 그다지 탄탄하지 못합니다. 의미가 좋다고 좋은 영화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한국 영화는 모든 사람들의 호평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2.5 / 5  좋은 주제를 뒷받침하는 부실한 근거들

posted by DdaDdaSsij 2019. 1. 18. 21:24


 

“이혼할 걸 알고 결혼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이 영화에 등장하는 대사 중 하나입니다어떤 사람이든자신이 하는 일이 비극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자신이 하는 행동의 결과가 비극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그 누구도 시작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결과가 안 좋을 가능성이 있는 일을 사람들은 왜 하려고 할까요그것은 그 결과를 좋은 쪽으로 이끌어내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입니다혹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시작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젊은 세대의 현실 연애를 그려낸 독립 영화 한 편이 개봉을 했습니다영화 [메이트]입니다

 

 


 

로맨스 영화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영화를 보면서 내가 사랑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행복감이 충만해지는 영화와 연애를 현실적으로 그려내어 마음이 아프게 만드는 그런 영화가 존재합니다영화 [메이트]는 후자에 조금 더 가까운 영화입니다말 그대로 현실의 연애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다른 세대들은 이 영화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영화 속 인물과 비슷한 나이대와 비슷한 환경을 지내고 있는 저에게는 무척이나 공감 가는 영화였습니다특히영화 속 주인공인 준호는 마치 저의 이야기를 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때문에 그가 하는 대사나 행동들이 전적으로 이해가 됩니다그렇기 때문에 더 마음 아프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어른들은 학생 때 많은 연애를 해보라고 합니다학창시절제가 그 말을 들을 때면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그런데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이 왜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지 이해가 될 뿐만 아니라,  또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어떻게 생각하면, ‘꼰대’의 모습이기도 합니다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런 그들이 부럽기 때문입니다나이가 들고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책임질 일이 많아집니다.. 특히나 자신의 미래를 위한 책임이 가장 클 것입니다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청년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한 취업활동이나 자신의 장래를 위한 활동을 많이 합니다그런 활동들이 지속되면서 책임이 늘어나면서 그 책임에 대한 무게를 실감합니다아직 스스로에 앞가림도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은 새로운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고그것은 새로운 짐을 가지고 가는 것입니다지금의 무게도 견디기 힘든 그들에게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점을 생각해봤을 때준호는 그런 책임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입니다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 책임에서 버려진 사람의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알 것입니다때문에 아버지를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죠그런 과거의 상처가 지금의 준호가 책임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그런 상처들이 많기 때문에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 더욱 벽을 치는 겁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위에 제가 했던 말과 상충되는 말입니다그렇습니다우리는 그런 상처가 무서워서 새로운 사람을 못 받아들이는 것이 과도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릅니다하지만그들에게는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는 것보다 자신이 상처받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준호는 그런 인물입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습니다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 벽을 치는 사람도 있지만자신이 받은 상처를 보듬어 줄 사람을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구더기가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는 나와 함께 장을 담가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찾는 겁니다우리가 어딘가 아플 때다른 곳에 신경을 쏟으면 잠시나마 그 아픔이 잊히기도 합니다격투기 선수들도 경기를 할 때는 아픔이 느껴지지 않다가 경기가 끝나면 아픔이 밀려온다고 합니다어떤 이는 그 경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려고 하는 것입니다자신의 상처가 아픔으로 느껴지지 않도록혹은 자신이 상처받았다는 것을 잊기 위함이죠

때문에 누군가가 자신에게 다가오면 그것을 거절하지 못합니다상대방에게 그것이 상처가 될 것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고누군가 자신이 좋다는 것이 좋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저는 후자의 경우가 조금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자신을 좋다는 사람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자존감이 높고자신이 누구에게서나 사랑받을 자신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죠하지만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요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자신의 처지가 안정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은지는 그런 인물입니다

 

이 둘은 가까워질 듯하지만 가까워지지 못합니다둘은 서로 다른 형태로 서로에게 접근하지만다른 형태의 벽도 가지고 있습니다은지는 확실한 것을 원합니다자신이 어떤 형태로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확실을 가지고 싶습니다그렇기 때문에 준호에게 자꾸 물어봅니다다른 사람을 만나도 되는지를 말이죠준호가 붙잡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겠지만사실 은지는 그것보다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없는 것입니다. ‘정말 그대로 될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그것을 누군가가 확실하게 말해줬으면 하는 것이고 그 사람이 준호였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준호는 마음대로 하라고 합니다준호는 확신을 주지 못합니다책임이라는 무게를 알기 때문에 쉽게 그 책임을 다 하겠다는 말을 못하는 것입니다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생각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자신이 상처받는 것이 두렵거나 혹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 싫은 것입니다개인적으로 준호는 상처를 주는 것이 싫었던 것 같습니다본인 스스로 어린 시절 책임을 다 하지 못한 사람 때문에 힘들게 살아왔기 때문에 그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 것입니다때문에그 아픔을 다른 사람이 겪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특히나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은지에게는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그렇게 둘은 자유연애라는 것을 시작하게 됩니다서로에게 간섭하지 않고각자의 마음대로 살지만 서로 필요할 때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이상적인 관계죠물론이상이라는 것은 현실과 가깝지 않습니다사람 마음이 어떤 이론으로 풀이가 된다면 이런 영화는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우리가 이 영화를 보면서 공감할 수 있던 것은 이런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지만 상처받지 않기 위해 혹은 상처 주지 않기 위해 애쓰는 준호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은지가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쉽게 간섭하지 못하는 것입니다자신이 먼저 자유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입니다어떻게 보면준호는 책임지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그 권리를 누리지 못한 것입니다둘이 연애를 하는 사이였다면준호는 당당하게 만나지 말라고 했을 것입니다그전에 은지가 다른 사람을 만나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물어본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진지함이 아닌 장난에 가까울 것입니다

 

참 어려운 일입니다무언가를 누리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 어떤 책임이 뒤따른 다는 것입니다그리고 누리기만 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나쁜 사람도 존재합니다생각해보면영화 속 준호는 참으로 착한 인물입니다자신이 책임을 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누릴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하지만자신의 마음은 점점 은지에게 가까워집니다.. 

 

 

영화는 이런 이야기들은 덤덤하게 보여줍니다이것이 요즘 연애의 현실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자신의 앞가림도 하지 못한 이들이 무언가를 책임진다는 것에 대한 엄중함을 느끼고 마음 편하게 누군가를 좋아하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죠그리고 누군가는 돈은 못 써도마음은 펑펑 쓰겠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죠그런 사람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이 영화는 어떤 이야기를 특정해서 말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그저 지금의 현실이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그리고 이렇게 암울한 것 같은 그들도 조금씩 자신의 일을 해내고 있다는 것이죠그리고 자신이 무언가를 이뤄내기 시작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을 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줍니다느리더라도 그들은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고마냥 지속될 것 같은 어두운 터널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두 인물의 다양한 상황 속에 대변해서 풀어냅니다취업하지 못하고계속 알바만 하는 준호의 상황이나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은지의 상황은 마치 자신들의 처지를 대변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가면서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조금씩 이뤄나가는 것을 보면 그들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저는 시작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좋은 날이 금방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처를 받기 싫어 사랑에 고개를 돌리고 있던 준호는 어느새 그 사랑을 대면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마치어머니와의 식사에서 어머니가 반찬을 올려주던 것을 거부하던 준호가 어머니가 올려준 반찬을 맛있게 먹는 것은 사랑을 받을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영화 속 마지막 은지의 마지막 대사는 영화 속 준호가 했던 대사처럼 누군가 한 사람이 마음이 있다면그 관계는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어머니와 준호도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4 / 5  사랑도 버거운 청춘의 이야기

 

 

에필로그

본문에는 다루지 못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있습니다. 심희섭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좋은 연기를 보여줬고, 이 영화에서 그는 준호 그 자체를 보여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글의 흐름상 넣을 만한 자리가 없어서 이렇게 따로 언급을 합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8. 11. 4. 21:54


시사회를 통해 먼저 본 이 영화는 가히 올해 본 한국 영화 중에 가장 괜찮은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단순히, ‘휴대전화를 소재로 하면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나의 생각을 처참히 부숴버렸다소재는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것이고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떤 이야기로 말하는지가 중요했다이 영화는 소재의 활용만이 아니라 캐릭터 및 많은 부분이 괜찮은 영화다영화 [완벽한 타인]에 대한 이야기다.

 



시사회를 가서 깜짝 놀랐다생각보다많은 상영관에서 시사회를 진행하고 있었다대충 본 것만 4~5개 관에서 진행되었던 것 같다배급사에서 영화에 대해 꾀나 자신 있는 모양이었다전날에도 시사회가 진행되었고예정되어 있는 시사회도 꾀 있고심지어 이번 주말 유료시사까지 진행한다과거 유료시사를 진행했던 영화를 생각해보면, [맘마미아 2], [나우 유 씨미 2], [너의 이름은], [부산행이 외에도 괜찮다고 하는 영화들이 유료시사를 진행해왔다롯데가 이렇게까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시사회에서 만난 배우들의 모습도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단순히홍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괜찮다고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자신감은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탄탄한 각본이 빛이 나는 영화다이 영화는 아주 큰 단점이 존재한다한 공간에서 영화의 80%가 진행되고계속 같은 인물이 나온다같은 배경에 같은 사람이 1시간 30분 이상 나온다단역도 없고엑스트라도 없다주연배우들끼리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영화다때문에 영화가 조금이라도 늘어지면이 영화는 지루해진다그런데이 영화는 그런 단점을 완벽히 커버했다한 공간이 지루해질 것 같으면환기를 위해 인물이 이동하여 다른 각도에서 공간을 보여준다베란다로 나가거나주방으로 가거나 하는 변화를 준다집이라는 공간에서 공간 변화를 줄 수 있는 최대한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캐릭터다이 영화에는 총 8명의 사람이 나온다이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아주 자연스럽다영화의 맨 처음이들이 친하게 지낸 과거의 이야기가 나오고 영화가 시작된다세 커플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나온다그리고 이들이 어떤 관계인지석호(조진웅)와 예진(김지수)의 집에서부터 시작된다먼저 방문한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설명이 되고 올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 등장할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넘어간다영리하게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앞으로의 상황이 설명되고 있다인물들의 대사를 통해서굳이 영화가 설명하려고 하지 않아도인물들이 알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그것도 인위적이지 않게 말이다.

 

[완벽한 타인]이 재밌게 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7명의 캐릭터다. 7명의 캐릭터가 색이 아주 분명하다그뿐만 아니라영화가 진행되면서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우리가 모르던 이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나온다그때마다 이 인물이 새롭게 보인다하나의 캐릭터지만어떤 이야기를 통해 이 인물이 새롭게 보이는 효과를 아주 잘 이용하고 있다입체적인 캐릭터 활용을 통해나중에는 어떤 인물이 어떤 행동을 할지에 대한 예상이 안된다더불어이 영화의 주연배우 7명이 모두 연기를 잘한다한국에서 이렇게 집단 주연 체제가 완성적인 영화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7명의 분량도 비슷하고어느 누가 모자랄 것 없는 꽉 짜인 조합이다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하고 싶은 배우는 이서진 배우다여태까지 영화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는데이번 영화가 그의 대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다이 영화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욕을 잘한다였다때문에시사회에서도 이서진 배우에게 욕을 해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많았다.

 

[완벽한 타인]은 겉으로는 숨기고 있는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다그렇기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가 가장 중요하다그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가장 자연스럽게 줄 수 있는 것이 연기다배우의 자연스러운 표정이 가장 좋은 수단이라 생각한다그 점에서도 이 영화의 연기 디렉팅이 잘 된 편이라고 생각한다이 영화는 한 공간에서 진행되는 영화인 만큼촬영 순서가 영화의 전개 순서와 비슷한 편이었다고 한다그 때문인지감정의 흐름이 괜찮았고배우들 또한 그 흐름에 잘 이어지는 것 같았다.

 

최근 개봉했던 몇몇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실망했었다그리고 그들을 지적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영화 속 인물에게는 진지한 상황이지만보는 사람들에겐 웃긴 상황이어야 한다.’

이 영화는 이 말을 완벽하게 실행한 영화다이 영화에서는 성폭력 등 보이기에 자극적인 소재가 전혀 없다그럼에도 이렇게 웃길 수 있다는 것이다필자가 기다렸던 코미디 영화가 이런 영화가 아닐까 싶다그 정도로 이 영화는 억지스러운 웃음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웃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코미디를 더욱 살려주는 것이 긴장감이다누구가 이런 상황이 있을 것이다전화나 카톡을 누군가 보게 된다면 괜히 긴장되는 상황그 상황이 이 영화의 주된 소재다때문에문자나 전화가 올 때마다 관객들도 덩달아 긴장하게 된다긴장감은 자연스럽게 살리고그리고 그 긴장 뒤에 어떤 사실이 밝혀질 때느끼게 되는 놀라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코미디까지 아주 매끄럽다.

 

그런 이 영화가 좋은 영화로 느끼게 해주는 것은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에 대한 것이다그들이 왜 그것을 숨기고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그리고 무엇이 이 상황까지 만들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친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그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까아무리 친하더라도 그 사람은 완벽한 타인일 뿐이다.

 

사실이 영화를 리뷰하면서 스포일러를 감행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하지만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이 시점에는 안 본 사람이 더 많을 것이고영화 내용에 대해 모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때문에이번 리뷰를 쓰면서는 내용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안 하려고 했다더불어아직 안 본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를 적어보려고 한다.

 

먼저이 영화의 초반부에 남자와 여자에 대한 비교를 하는 이야기를 한다재치 있게 이 영화의 주된 소재를 비유하여서 이야기를 한다이 비유를 듣고인물들이 쓰는 핸드폰에 집중해보자영화 내내 핸드폰이 나오니아마 모를 일은 없을 것이다.

 

두 번째로 기억이 맞는다면 이 영화에 음악은 한 음악만 쓰인다이 음악이 몇 번 쓰인다이 음악의 제목이 어떠한 인물의 각오와 맞아떨어진다누구나 다 아는 음악인데제목을 모를 수 있을 것 같다끝나고 제목을 찾아보면소소한 재미가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이 영화의 결말이다마지막을 보면 설마 그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있다맞다그 장면 맞다감독이 스스로 오마주 했다고 밝힌 장면이다그리고 그 오마주가 잘 들어맞았다고 생각한다사실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이걸 어떻게 마무리하려고 할까?’ 그리고 본 결말은 아주 좋았다영화를 보면서생각해보지 않은 결말이었는데 가장 이상적이면서인상적인 결말이다.

 

네 번째로 이 영화는 커플끼리 보면 안 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커플만이 아니라 조금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랑 보면 할 이야기가 많아진다물론영화의 소재 자체가 사람의 비밀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영화를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이 영화 속의 비밀이라고 나오는 내용들이 영화 속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상당히 현실적인 비밀이다그리고 비밀이 나오는 과정이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나온다그냥 웃다가 갑자기 ?’ 이렇게 된다농담 반진담 반으로 친한 사람과 보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완벽한 타인]은 대사가 엄청 많다보이는 것보다 들리는 것이 더 많다필히영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물론자막 읽기 어려운 영화인 [미스 슬로운마냥 빠르고 양 많은 대사는 아니지만이 영화가 한국 영화라는 것에 감사하면서 봤다외국 영화였다면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애초에 쓰려고 계획했던 내용과는 다르게 쓴 것 같다결론적으로 [완벽한 타인]은 편하게 볼 수 있으면서도 우리에게 무언가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가면서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충분하다예측하는 것들이 빗나가고결말은 신선하게 다가온다최근에 개봉했던 [퍼스트맨]은 영화적으로 좋지만 모든 사람이 보기에는 조금 재미없는 영화가 될 수 있다하지만이 영화는 모든 사람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다좋은 시기에 괜찮은 영화가 개봉하는 것 같다그리고 오랜만에 괜찮은 한국상업영화를 봐서 기분이 아주 좋다.

 

 

4.5 / 5  만약이라는 상상, 의외의 반전, 현실의 이야기


P.S  글을 다 쓰고, 올리기 위해 정리하다가 포스터 속 인물들의 시선을 다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