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daDdaSsij 2019. 2. 22. 00:06

2019 - 36 



차가 고장 난 한 여성이 지나가던 차를 새웁니다그녀는 차에 타고 있던 잭에게 도움을 청합니다잭은 내키지 않지만막무가내 식으로 부탁하는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합니다차에 탄 여성이 잭에게 무례한 말을 쏟아냅니다그리고 계속 무리한 부탁을 하던 그녀는 잭을 살인자 같다는 이야기를 합니다잭은 참지 못하고 그녀를 으로 내리칩니다살인을 예술이라고 믿는 한 남자의 살인 고백이 시작됩니다영화 [살인마 잭의 집]입니다



 

영화를 보러 가는 길부터 이렇게 긴장이 되는 영화는 없었습니다영화 시작 20분만에 관객들이 나왔다는 이야기와 높은 수위로 홍보를 한 것과 더불어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멘탈이 털리는 영화라는 생각에 조금 걱정과 기대가 있었습니다그의 다른 작품을 본 적이 없어서 예상이 안되는 점도 있었습니다영화를 볼 것인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는데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는 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영화에 대한 사실을 간단하게 정리하면영화 시작 20분만에 관객들이 나간 것은 잔인한 수위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아동 살해 장면에 야유를 쏟아낸 것입니다영화의 수위는 생각한 것만큼의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사람이 찔리고신체의 일부가 잘리는 장면이 잠깐 나오는 정도입니다다만그것의 문제가 아니라 시체가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시체를 훼손하는 장면도 조금 나옵니다혹시 영화 관람을 고민하시는 분이라면 참고하세요.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영화 [마더]가 떠올랐습니다하지만, [살인마 잭의 집]은 이야기의 서사보다는 짤막한 이야기들이 나오면서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시퀀스들의 내용과 의미가 조금 더 중요한 영화입니다물론전체의 이야기를 다 보고 난 뒤에는 느껴지는 무언가가 존재합니다.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멘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높은 수위를 보여주기 때문만은 아닙니다한국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 나온 장면처럼 영화 중간에 영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 같은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살인마 잭의 집또한 다큐멘터리처럼 영화 중간에 자료화면 같은 장면이나 사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이런 장면이 30분 이상을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이런 장면들이 나오면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괜히 혼란스럽기만 하고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습니다정해진 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영화를 보면서이런 장면이 나왔을 때 드는 본인의 생각이 정답일 것 같습니다.

 

영화 속에서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 많습니다아이의 얼굴을 웃는 표정으로 바꾸고 나서 보이는 피에로 같은 표정이라던가필름의 현상 과정에서 나오는 명과 암의 반전그리고 잭에 의해 희생되는 무고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집까지 이것들 묶어서 보면마치 잭을 신처럼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자비하게 그려지는 이 영화를 굳이 해석하려고 한다면 두 가지의 관점으로 해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먼저이 영화를 끝으로 은퇴를 시사한 바 있는 감독 본인의 이야기로 이 영화를 볼 수도 있다혹은 영화 내내 등장하는 집을 짓는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영화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칸 영화제 상영 당시에도 비슷한 반응이었습니다이 영화는 누군가에게는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고누군가에게는 보기 불편한 작품입니다단순히높은 수위로 가감 없이 표현했다고 해서 좋은 작품은 아닙니다이런 기준으로 본다면한국 최고의 영화는 [상류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상류사회]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영화 [상류사회]에서 예술은 똥이야라는 대사가 있습니다당시에도 그랬지만이 대사에는 동의합니다.

과거 영화 워크숍을 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영화를 만들면서 학교 친구들과 많이 했던 말이 있습니다. ‘일단 만들고의미 부여를 하면 된다.’ 그렇습니다예술은 어떻게 만들었느냐보다는 어떻게 해석이 되는 지가 더 중요합니다. 2010년대 초반한국 단편영화는 대사가 적은 단편영화들이 많이 나왔습니다대사보다는 행동과 상징성의미에 초점을 두어서 조금은 난해하게 보이는 영화들이 많이 나왔습니다실제로 저의 학교 친구 중에는 대사 없는 영화를 만든다는 일념으로 대사가 한 마디도 없고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은 영화를 만들기로 했습니다그리고 그 영화는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고일부 영화제에서 상도 받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예술은 보는 사람에게 어떻게 해석되느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누군가 보기에는 거북하고보기 싫은 표현들이 누군가에게는 이 사회에 던지는 도전장으로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그런 의미를 담은 영화가 바로 [상류사회]입니다. [살인마 잭의 집또한 그렇습니다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영화는 다르게 평가됩니다때문에 이미 영화에 대한 평가가 많이 갈립니다그 대표적은 예가 위에 언급한 칸 영화제에서 20분만에 나간 사람들과 끝까지 남아서 영화를 보고 기립박수를 보낸 사람들입니다.

 

다른 시선은 집을 관점으로 두고 있을 때입니다영화 속에서 집을 짓다가 허무는 과정이 몇 번 등장합니다그리고 마지막에 집을 완성하게 되는데이 집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봤습니다이 집을 만들기 위해서 희생된 것들 그리고 그 희생된 사람 중 일부는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러지 못한 사람들과 그 희생자를 판단하는 사람인 잭이런 이야기들은 마치영화 [마더]에서 보여준 성경의 이야기와 비슷하게도 느껴집니다특히심플의 가슴으로 만든 주머니를 가지고 다니는 장면에서는 자신을 신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강박증이 있던 잭이 점점 과감해지고점점 능숙해진다는 것은 반대로 그동안 잭을 방치가 되었다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영화 속에 잭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습니다가족직업나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그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예측이 안되고그러기에 그의 모습은 점점 더 무섭게 느껴집니다사회적으로 그는 살인을 저지르는 나쁜 사람임에도 그는 그 나름대로의 변명을 합니다그 변명이 나름 설득력이 있다는 것도 이 영화는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경계가 사라진 듯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 속 잭은 신의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물론여기서 이야기하는 신이라는 의미도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신은 여러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영화는 밝은 톤을 유지합니다참 아이러니합니다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 나오는 음악 역시, ‘Hit the load Jack’ 이라는 곡입니다아주 신나는 곡이지만노래의 의미를 살펴보면 마냥 신나는 노래는 아닙니다영화 중간중간 유머도 있고개그 포인트도 있습니다확실한 것은 잭은 아주 철저한 인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때문에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포인트를 찾기가 어렵습니다보통의 영화는 이 때는 죽겠다라는 예상이 되는데잭이라는 인물 덕분에 그 포인트가 예측이 안됩니다분명한 것은 영화를 보면서 놀랄 일을 없습니다.

 

영화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과 악의 이중적인 태도를 살인과 예술이라는 코드로 보여주고 있습니다예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의 행동은 사람마다 다른 해석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누군가는 그가 하는 작품 활동을 보며 훌륭한 예술가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이것은 영화 밖으로도 이어질 것 같습니다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상당히 불편한 영화가 될 것입니다저도 이 영화가 상당히 불편합니다그 불편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감상이 많은 부분에서 달라질 것입니다그 해석은 영화를 관람한 분들의 몫이 될 것입니다직접 보고잭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해보시길 바랍니다.

 

4.5 / 5  이것이 예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