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daDdaSsij 2019. 8. 9. 16:11

제목만 들었을 때는 종교를 완강히 거부하는 인물의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제목과는 달리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호시노 유라라는 아이가 왜 예수님을 싫어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지는 제목입니다.

 

적은 변화의 결과

일본 영화가 가지고 있는 특징은 상당히 명확한 편입니다.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와 조곤조곤하게 말하는 듯한 영화의 톤이 일본 영화의 특징이고, 이를 좋아하는 마니아분들 또한 많이 있습니다. 저는 일본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적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변화에는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물의 변화 혹은 공간이나 앵글 등이 있겠죠. 한 영화 안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도전적이거나 실험적이거나 과감한 시도를 하는 횟수가 비교적 적습니다. 관객들에게 익숙한 이미지를 통해서,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을 들게 만듭니다.

 

이렇게 적은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얻는 효과는 변화를 더 돋보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앵글과 비슷한 장소들이 쭉 보여주다가, 조금의 변화만 주어도 관객들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 됩니다.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같은 장소를 찍는 카메라 앵글의 변화입니다. 영화에 어떤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유라의 집을 보여주는 장면을 보면, 기존에 보이던 카메라 앵글과 다른 위치에서 가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후반부에 교실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약간 기울어져 있는 앵글로 촬영한 장면이 있습니다. 이러한 장면이 화려한 영화에서 나왔다면, 알아채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화려하고, 과감한 변화를 보여주는 영화에서는 어떤 변화에서 대해서 강조할 때는 더욱 과감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클로즈업을 주로 보여주던 영화는 더욱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보여줘야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애초에 클로즈업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인물의 표정 또한 변화가 없습니다. 주인공인 유라의 모습이 담긴 장면들을 생각해보면 인물의 표정 변화가 다이내믹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유라와 마찬가지로 표정 변화가 없는 인물이 또 있습니다. 바로, 카즈마의 엄마입니다. 유라는 카즈마의 엄마를 보면서, 항상 웃는 얼굴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무표정한 모습을 보여주던 유라와는 다른 표정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카즈마의 엄마는 영화 후반부에 상당히 다른 표정과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이를 통해서 그녀의 감정에 대해서 깊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관찰자의 시점 (스포일러 포함)-----

영화는 주인공인 유라를 따라다니고 있지만, 관객들은 유라의 감정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가 없습니다. 표정 변화가 많은 것도 아니고, 감정이나 기분에 대한 표현도 적습니다. 말 그대로 영화는 유라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유라가 소원을 빌 때,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런 모습들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있을 때,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감독의 이야기는 영화의 내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영화의 첫 장면을 보면, 창호지로 되어 있는 문에 구멍을 내는 할아버지가 등장합니다. 이는 유라의 할아버지 생전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 가족들이 혼자 계신 할머니의 집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곳의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 유라는 학교의 일정에 따라 기도를 하는 법에 대해 알게 됩니다.

유라가 기도했던 것들이 몇 가지 이뤄지면서, 유라는 종교에 대한 신뢰를 가집니다. 하지만, 그 신뢰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카즈마의 죽음 이후 유라는 많은 기도를 했지만, 카즈마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카즈마의 장례식에서 자신의 추도사를 읽고 기도 중 나타난 예수를 책으로 눌러버립니다. 이때의 모습이 영화에서 가장 임팩트 있으면서,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은 창호지에 구멍을 내는 유라가 구멍을 통해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감독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이 영화는 영화의 마지막에 세상을 떠난 자신의 친구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쩌면,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과거 자신에 대한 후회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내용으로 나름의 추측을 해보자면, 카즈마에 대한 안 좋은 소원을 빌었던 것이라고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끝까지 유라가 빈 소원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고, 그 소원의 내용이 없다면 영화 속 유라가 카즈마에게 미안해할 이유가 없다고 보입니다. 그런 이유로 카즈마에 대해 부러움을 가지고 있던 유라가 안 좋은 소원을 빌었던 것이고, 그것을 예수가 이뤄주었던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카즈마의 사고에 무표정으로 보였던 것도 이런 이야기들이 반영된 것이라고 추측해봅니다. 물론, 정확한 사실은 감독 본인만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의 모습은 감독 본인이 투영되어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봅니다. 유라의 기도 혹은 행동에 의해서 수동적인 모습을 보였던 예수가 카즈마의 병실로 안내할 때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모습은 과거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가 남아있던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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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평범한 영화라고 생각했던 이 영화는 생각보다 평범하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76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음에도 영화가 보여주는 깊이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후회 없는 삶을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추억으로 생각하며 지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8. 7. 12:52

[봉오동 전투]의 원신연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봉오동 전투]는 저항의 역사이자 승리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원신연 감독은 [봉오동 전투]만의 차별점에 대해서, [어쩌다 어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최태성 강사가 했던 이야기를 인용해서 이야기했습니다. 당시 최태성 강사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일제의 지배 정책에 대해서는 10페이지가 넘지만, 저항에 대해서는 2페이지밖에 안된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액션 장면일 것입니다. 영화 시작 1시간이 지나고 난 뒤부터는 상당히 많은 전투가 벌어지는 영화입니다. 두 집단이 격렬하게 부딪히는 내용보다는 일본군을 유인해야 하는 봉오동 전투의 성격상 도망가고 쫓기는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 덕분에 영화 속에서는 달리는 장면이 상당히 많이 등장합니다. 산 꼭대기를 달리고, 비탈진 돌밭을 달리고, 산을 달리면서 올라가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습을 담은 카메라의 움직임도 상당히 역동적입니다. 드론을 이용한 촬영과 스테디 그리고 배우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찍은 장면 또한 등장합니다. 그리고 과감한 줌인을 사용하여서, 기존 영화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장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촬영이 더욱 빛나게 하는 점이 바로 다양한 풍경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고 멋있는 장소가 많이 등장합니다. 영화의 스토리 대부분이 산속에서 이뤄지는 만큼 엔딩 크레디트에 등장하는 많은 지자체의 로고들은 이 영화가 얼마나 다양한 장소에서 촬영이 이뤄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이런 자연경관을 찍기 위해 노력을 한 것은 좋지만 영화는 피할 수 없는 논란이 있습니다. 촬영을 하던 장소가 할미꽃의 서식지로 이 곳을 훼손했다는 지적과 함께 이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제작사의 잘못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지적했던 환경단체인 한국 내셔널트러스트 측이 최근 이 논란에 대해서 다시 입장을 내었습니다. 

기사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일부 악의적인 왜곡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동강 할미꽃의 멸종은 사실이 아니며, 해당 촬영 장소는 일반 할미꽃이 있던 장소라고 했습니다. 물론, 일반 할미꽃이라고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멸종이 된 것을 아니라는 것입니다. 기사의 원문은 본문에 링크를 남겨 놓도록 하겠습니다. 

http://www.xportsnews.com/?ac=article_view&entry_id=1151118

 

그렇다고 영화의 액션 장면이 완벽하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우선, 인물들이 어느 지점에 있고 두 집단의 간격이 어떤지에 대한 표현이 없습니다. 때문에 두 집단은 서로 허공에 총질을 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해철의 검 액션도 과도하게 잘랐다고 생각합니다. 이러다 보니, 액션을 하는 척만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영화 [사자]에서는 롱테이크를 이용해서 인물의 감정을 표현했다면, 이 영화에서는 최대한 많이 잘라서 긴박함을 유발하려고 했습니다만, 이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져서 전투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또한 위치적인 표현이 가시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작전의 진척도를 알 수 없었다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영화의 초반은 봉오동 전투가 일어나기 전에 인물들의 서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해철과 장하, 그리고 춘희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사실, 영화를 다 본 뒤에는 이들의 배경이 영화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영화의 후반부에 이런 사연들이 모아지는 하나의 지점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 지점이 강조되고 있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인물들의 배경 설명이 없어도 이 영화는 충분히 진행할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2시간 15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 이 영화의 반 이상은 전투 장면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때문에 후반부에 갈수록 전투 장면의 지속적인 등장은 관객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습니다. 영화의 전투들이 이어지면서, 긴장감을 이어가다가 그 흐름이 끊기는 구간은 바로 영화의 클라이맥스입니다.

장하가 혼자 일본군들과 싸움을 하게 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영화의 흐름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전까지 치밀한 작전으로 이뤄지고 있던 영화가  갑자기 주인공의 무모한 듯한 모습과 갑자기 등장하는 어떤 인물의 모습은 조금 어리 둥절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이 인물이 왜 등장하고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알겠으나, 이때부터 영화의 집중이 깨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를 2번을 봤는데, 2번 다 이 지점에서 집중이 깨졌습니다. 

 

---- 스포일러 구간

장하의 누이의 등장은 해철의 등장과 맞닿아 있습니다. 장하의 어린 시절, 장하는 누이를 자신의 부모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해철이 등장하여, 자신을 형이라고 부르라며 그를 보살펴줍니다. 그렇게 해철은 장하에게는 누이와 같은 존재가 된 것이고, 혼자 남겨진 장하가 죽음을 각오한 순간에 등장한 누이의 모습 이후 해철이 등장하면서 장하에게는 해철이 있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영화 초반에 등장한 장면과도 이어집니다. 해철은 일본군에 의해서 자신의 동생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장하가 채워주게 되었고, 영화 속 대사 및 상황을 통해서 둘은 나름의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던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이 점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분명 설명이 되었다면, 충분히 감동적인 장면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투 장면의 분량을 늘이기 위해서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생략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감정적인 장면을 최대한 자제하려는 모습 또한 이 장면이 생략된 이유일 것이라고 추측해봅니다. 

---- 스포일러 구간 끝

 

영화의 주요 액션은 총격전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총격전이 영화의 특징이 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현대의 총격전은 비교적 짧은 거리에서 이뤄지는 액션으로 사격 실력보다는 날렵한 움직임과 상대를 속이는 동작들이 더 중요하게 작용됩니다. 하지만, [봉오동 전투]의 총격전은 비교적 먼 거리에서 이뤄지는 총격전이 많이 등장합니다. 특히 매복을 하고 있다가 급습을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급습에서 느껴지는 통쾌함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거리 총격전에서 느낄 수 있는 스릴은 바로 조준에 있을 것입니다. 영화의 중반부에 장하를 노리는 일본군과 그런 일본군을 노리는 병구 사이에서 오는 긴장감이 괜찮습니다. 그리고 그런 총격전이 흔치 않다는 점 또한 영화의 괜찮은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총격전을 포함한 액션 장면의 모습들이나 의미들도 다 괜찮다고 느껴지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꼭 말하고 싶은 점은 필요 이상으로 영화가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피가 마구 튀거나, 목이 잘리고, 잘린 목이 굴러가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자주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초반에 긴장감 조성 및 일본군의 극악무도한 모습을 보이기 위한 장치로 활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중에서도 영화 초반에 호랑이가 나오는 장면들에서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장면은 호랑이를 한반도로 비유하여 표현한 장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독의 입장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철창에 갇혀있는 호랑이와 난도질당하는 호랑이 모두 한반도의 상황을 표현한 요소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원신연 감독의 특기가 스릴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연출은 그의 특기를 살리는 장면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잔인할 필요가 있었나 싶었습니다. 특히나 일본군의 극악무도함이 필요 이상으로 표현되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독립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뮤지컬 [영웅]은 일본군의 만행에 대한 표현이 직접적이지 않습니다. [영웅]이 보이는 태도는 비교적 중립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 뮤지컬의 주인공인 안중근의 업적과 고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안중근 의사 그리고 인간 안중근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영웅]이 이런 태도를 취하고 있는 이유는 일본의 만행을 알리는 것보다는 나라를 위해 끝까지 싸웠던 안중근이라는 인물과 독립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저항의 역사를 보여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나쁘다고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에게 저항하고 승리했던 이야기가 우리에게는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저급한 행동에 우리까지 저급하게 대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영화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감독이 인터뷰에서 말했던 것처럼 저항의 역사, 승리의 역사에 대해서 보여주고 싶었다면, 극악무도한 행동을 일삼는 일본군의 모습은 자제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준 뒤에 독립군의 승리를 보여준다면, 그 승리가 더욱 통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많은 독립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 하는 감독의 의도를 반영하기 위한 모습은 보였습니다. 전국에 다양한 사람들이 독립군이 되었다는 점을 각자 다른 사투리를 쓰는 상황의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이로도 모자라서 해철이 그들에게 다시 한번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서 관객들에게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독립군의 시선에서 영화를 풀어내었다면, 그들의 고민과 사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유키오의 존재와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스스로의 행동을 보면서 반성하고, 부끄러운 줄 알라는 감독의 메시지가 느껴졌습니다. 이를 위해서 만행에 대한 표현과 유키오라는 캐릭터가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하려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메시지에 대한 표현이 조금 부족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호랑이에 대한 모습도 그렇고, 유키오, 춘희와 개똥이 그리고 끝끝내 살아난 일본 장교 등 영화 속에는 여러 장치들을 통해서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은 모습들이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이 모든 요소들을 눈치챌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독도 그것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영화는 성수기 개봉한 영화인만큼 독립군과 일본군의 전투라는 확실한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저항, 승리의 역사를 그리는 영화입니다. 감독도 독립신문의 내용을 참고하여서 영화를 제작했다고 했던 것처럼 역사 고증에도 신경을 쓴 듯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반일 감정을 조금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촬영 중 생긴 생태계 파괴 문제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단조로운 캐릭터까지 굳이 따져보자면 단점이 더 많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8. 4. 19:52

 

반려 동물의 수가 늘어나면서, 주인이 없을 때 반려 동물은 무엇을 하며 지낼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영화가 [마이펫의 이중생활]입니다. 이는 [토이스토리]의 주요 코드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토이스토리]의 애완동물 판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픽사와 일루미네이션은 확실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점은 이 영화에서도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픽사에서는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일루미네이션에서는 캐릭터의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루미네이션의 영화를 보신 분들은 실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이펫의 이중생활 2]에서도 실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의 초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상당히 유쾌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성격들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캐릭터가 나와도 재미있게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강아지와 고양이가 되기 위해서 교육을 받는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고양이가 되기 위한 과정 중에서 노트북 키보드를 밟고 지나다니며, 커피를 노트북에 쏟으라고 가르치는 부분에서는 재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경험담에서 자주 들리는 이야기들을 영화에 잘 반영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반려동물과 함께 자라는 아이라는 설정과 맥스가 겪는 심리에 대한 표현은 좋았습니다. 이 이야기들이 등장했을 때, 저는 이 영화가 상당히 재미있으면서도 의미가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아이가 다칠까봐 조마조마한 초보 부모의 모습을 맥스를 통해서 잘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내용이 영화 전체의 스토리가 된다면 괜찮은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여행을 떠난 맥스 가족이 만나게 되는 루스터가 맥스에게 주는 가르침 또한 상당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여담으로 이 루스터 목소리 연기를 해리슨 포드가 했습니다.) 매사에 걱정을 하고, 그 걱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쌓여서 이상 행동을 보이는 맥스에게 루스터는 도전하면서 겪는 실패를 통한 배움을 알려줍니다. 이런 이야기는 아이들이 아니라 성인이 보기에도 충분히 흥미가 있는 이야기고, 이런 메시지를 주는 방식으로 영화가 진행되었다면 맥스와 루스터의 이야기로만 꾸며졌다고 해도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모습은 영화의 초반에는 상당히 흥미롭게 영화를 보고 있다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그 흥미가 조금씩 떨어집니다. 어느 지점에서는 이들의 목표가 무엇인지 헷갈리게 만듭니다. 결국 이 영화는 반려 동물의 모습을 담기 위해 만들어진 느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이펫의 이중생활 1][]이 무난한 평가를 받으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이유는 이 영화에는 하나의 스토리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초반부터 하나의 목표가 존재하고 그 목표를 위한 여정이 영화의 주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하나의 큰 목표에 대한 표현이 약합니다. 영화의 초반에는 여러 동물 캐릭터들이 등장하여서, 즐거운 마음으로 보게 됩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반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의 디테일한 행동까지 제대로 반영한 캐릭터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반려동물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듭니다.

그렇게 반려동물을 보는 것 같은 모습들이 등장하고, 이 동물들은 힘을 합쳐서 같이 사건을 해결했던 전편과 달리 각자 도생을 합니다. 각 캐릭터 별로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맥스와 듀크, 스노우볼과 데이지, 기젯과 클로이 등 한 영화에 3가지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3가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도 아닙니다.

 

결국 반려동물이 사람과 함께 하는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에 긴가민가 하고 있을 때, 영화의 엔딩크레디트에 등장하는 실사 장면들을 통해서 이 영화의 목적을 알았습니다. 이 장면들이 오히려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이 장면 뒤에 쿠키 영상도 있으니 다 보고 가세요.

 

기분 좋은 출발로 좋은 영화라는 기대가 들게 만들었지만, 영화는 스토리보다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에만 신경을 쓴 듯한 모습입니다. 방향성을 알 수 없는 이야기들 속에서 캐릭터 만큼은 확실한 이 영화는 일루미네이션의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개성 강한 캐릭터에 의존하여, 듬성듬성한 스토리를 선보이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스토리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충분히 괜찮을 영화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 영화입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8. 1. 12:36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시사회 직후부터 호평을 받던 영화가 있습니다. 재난 영화이면서 코미디 영화인이 이 영화는 CJ의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CJ는 부진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랬던 CJ가 달라졌습니다. [극한직업]을 시작으로 [사바하], [기생충]까지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나름의 변화를 보여줬고, 그 정점이 될 영화가 [엑시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누가 보아도 이 영화는 재미있게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자극적인 장면도 없고, 한국 영화에서는 흔하다고 볼 수 있는 욕설도 거의 없으며, 과도한 신파 또한 없습니다. 재난 영화에 꼭 등장하는 자신만 살겠다며 인물들을 배신하는 빌런도 없고, 탈출 과정에서 답답한 행동을 일삼는 고구마 캐릭터도 없습니다.

이 영화는 오로지 재난 상황에 대한 탈출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재난 영화에서 등장하는 클리셰 또한 상당히 절제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어떤 식으로 전개할지가 쉽게 예측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인물들이 재난을 극복하는 상황 또한 패턴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영화의 러닝타임을 2시간으로 맞추려는 대형 한국영화들과는 달리 103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또한 상당히 큰 장점으로,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재난의 상황이 시작되기 때문에 재난 상황이 꽤 길게 등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를 20분을 더 본다고 했다면, 피로하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경쟁작인 [사자]와 [봉오동 전투] 두 영화에서도 비슷한 단점이 보였습니다. 아무리 새로운 상황과 패턴을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어떤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지루함이 아니라 피로감으로 다가옵니다.

 

재난이 발생하게 되는 순간부터 긴장감을 잘 조성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인물들에게 평범하지 않은 상황이 주어지면서, 재난이 들이닥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장면부터 긴장감이 조성됩니다. 그리고 상황이 파악된 후에 인물이 혼란에 빠지면서도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탈출이 시작됩니다.

 

재난 영화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탈출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위험에서 멀어지기 위한 과정에서 재미가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엑시트]가 다른 재난 영화와 차별점을 가지는 점은 무언가가 떨어지거나, 갑자기 급습하는 등의 놀라게 되는 상황이 안 생깁니다. 유독가스라는 기체의 특성상 영역 및 위치가 보이기 때문에 조금씩 조여 오는 긴장감이 형성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이 모두 고지대에서 발생합니다. 차를 타고 도망치거나, 잘 숨는다고 해결되는 상황이 아닙니다. 이미 사방이 가스로 둘러 쌓인 건물의 고층부에 갇혀있던 인물들이 점점 올라오는 가스를 피해서 더 높은 건물로 올라가기 위해 다른 건물로 이동하고, 그 이동하는 과정에서 시간적인 압박과 높이에 대한 압박 그리고 체력에 대한 압박으로 전해지는 아찔함이 이 영화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이 영화의 주인공이 마동석, 드웨인 존슨과 같이 천하무적의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도 영화의 재미 포인트가 됩니다. 만약에 그들이 높은 난간에 매달려 있거나 힘을 쓰는 상황이 생긴다면, 무조건 해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러한 점을 이용해서 일반 사람들에게는 다소 무리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인물들이 보여주는 활약에 필요한 최소한의 배경, 평범한 설정인 산악 동아리 출신이라는 인물들의 특징을 잘 이용해서, 클라이밍이나 산행을 통해 배워 온 그들의 노하우들이 영화에서 잘 나타납니다.

 

 

트렌드를 잘 담아낸 영화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나름 젊은 청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문화가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선에서 말씀드리자면, 요즘에 유행하는 취미생활이나 미디어 트렌드들이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현실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재난을 돌파하기 위한 시도에서 비슷한 이유로 번번이 그 시도가 수포로 돌아갑니다. 그 비슷한 이유라는 것은 우리 생활에서 쉽게 여기는 행동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도 좋았습니다. 당장 제가 있는 곳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상황과 같은 상황입니다.

 

 

두 배우의 케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영화의 가장 큰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정석 배우의 연기는 이미 많은 작품을 통해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줬기에 그의 활약은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연기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지 못한 임윤아 배우에게는 이 영화가 좋은 발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배우라는 호칭이 어색하게 들리는 그녀의 연기가 영화의 흐름을 깨지는 않았습니다.

의주는 적당한 정의로움과 적당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평범한 캐릭터입니다. 용남이라는 캐릭터 또한 그렇습니다. 뭐하나 특출 난 것이 없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더욱 공감되는 것입니다. 뛰어난 힘이나 명석한 두뇌가 아닌 산악 동아리를 통해 배웠던, 매듭법과 기술처럼 평소에는 쓰이지 않지만 영화와 같은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일 숨겨진 그들의 기술이 드러나게 됩니다.

이 점이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누구나 평소에는 별 볼일 없고, 특출 난 능력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그 사람이 특출 나고 빛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용남이라는 인물이 영화 속에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임감과 더불어서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산악 동아리 출신이 아니었다면 그는 더 빠른 시일에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이 방법조차 찾지 못하고, 용남을 무모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는 자신이 아는 방법들과 생활 속 도구를 통해서 필요한 대체품을 만들고, 자신의 기술을 이용해서 재난에서 탈출하려고 노력합니다. 누군가는 생각도 못하고, 시도조차 못하는 일은 그는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의 기술이 빛나는 순간이 영화 속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의주는 그런 용남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그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고, 자신이 알고 있는 요소들을 이용해서 용남을 전폭적으로 지원합니다. 그리고 용남에게 뒤지지 않은 체력과 힘을 보여줍니다. 의주 또한 산악 동아리였던 점을 잘 이용했습니다.

 

 

[엑시트]의 용남과 의주처럼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특별한 기술 및 능력이 있습니다. 그 능력을 평소에는 쓸모가 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능력이 쓰일 곳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단순히 용남과 의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용남과 의주를 제외한 사람들 역시 물건, 자산 혹은 영향력 등 자신이 가지고 있으며,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하여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그 노력들이 모여서 영화의 결말에 다다랐을 때는 모두가 영웅이라는 영화의 메시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메시지를 자랑이라도 하는 듯한 엔딩 크레디트의 곡 선정은 영화의 끝을 깔끔하게 만들어 줍니다.

 

 

개인적으로는 몇 번을 봐도 재밌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천만을 돌파한 4편의 영화 모두 영화를 본 뒤에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2번 이상 관람을 했습니다. 짧은 러닝타임이라는 점도 이 영화가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여름 성수기에 천만 영화가 탄생한다면 이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벼운 분위기와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동안 CJ 영화가 보여준 모습과 다르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7. 31. 14:01

 

 

영화 [사자]는 유니버스 형식으로 기획된 영화로 앞으로도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른 영화가 나올 것을 예고했습니다. 그 시작이 될 [사자]에게는 많은 책임감이 있을 것입니다. [신과 함께]가 한국에서도 유니버스 영화가 가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본격적인 시작의 첫걸음이 [사자]가 될 것이라고 보입니다

 

우선 영화 [사자]는 다양한 코드가 혼합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가장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오컬트 장르를 제외하고도, 히어로, 공포, 액션이 결합된 나름 재미의 요소가 많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히어로물의 코드가 들어있는 것은 영화의 장점이 되면서, 유니버스를 꿈꾸고 있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를 오컬트 영화로 기대를 하고 보신다면 다소 실망하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컬트 영화라고 부르기에는 오컬트적 요소들이 부족합니다

 

 

 

 

유니버스로 가기 위한 선택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영화는 유니버스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영화입니다. 때문에 유니버스를 만들기 위한 첫 영화에서 사람들에게 관심을 끄는 것이 중요합니다

걱정이 되었던 것은 이 영화가 오컬트 영화라는 것입니다. 오컬트 영화는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호불호가 있습니다. 결국 몇몇 마니아 층에게만 사랑받는 영화로 끝난다면 많은 돈이 투자된 유니버스 영화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영화는 오컬트적 요소의 수위를 조금 낮춰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컬트의 요소는 반영하면서, 많이 잔인하거나 징그러운 장면과 같이 보기 힘들어하는 장면들을 조금 순화하여서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오컬트라는 느낌을 들 수 있도록 잘 조절했다고 보입니다. 오컬트 장르를 접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오컬트 영화의 입문용으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영화는 구마 의식에 대한 과정 및 등장하는 설정에 대한 설명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유니버스화를 염두하고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영화에 중요한 설정이 되는 부분을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하지만 오컬트 장르만으로 풀고 가기에는 영화의 흥미가 조금 부족하다고 보입니다. 그 부분은 히어로 코드로 잘 접목시켰습니다. 영화의 예고편에서도 등장하는 것처럼 박서준 배우가 연기한 용후라는 인물이 뜻하지 않은 계기로 특별한 능력이 생기면서, 안 신부와 함께 구마 의식에 참여하게 되는 이야기가 영화의 주된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의 과정이 히어로 영화에서 볼 법한 전개로 이뤄져 있어서 오컬트 영화로 시작된 이 영화는 히어로 영화의 색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서 오컬트 영화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미스터리와 공포 코드를 잘 접목시켰습니다. 공포 영화에서 쓰일 법한 전개가 어우러지면서 영화는 여러 장르들이 혼입 되었지만, 그 혼입이 어색하지 않은 영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이 영화는 여름 성수기에 개봉하기에는 좋은 영화입니다. 어려운 내용이 아닐뿐더러, 가벼운 공포 코드를 이용한 오컬트 장르와 히어로 영화의 전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굳이 따져보면 내용 자체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몇 번의 구마 의식을 통해 흥미를 유발하고, 이 행위가 캐릭터의 설명이 되는 것은 맞지만 이것이 하나의 큰 사건과 연결된다고 보기에는 그 크기가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부분은 히어로물과 같은 요소인 인물의 결점이라는 부분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결핍은 히어로 영화에서 하나의 사건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것보다는 인물이 성장하고 변화를 위한 도구로 사건이 등장하는 하나의 요소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영화의 사건 또한 인물이 성장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이는 마블 영화의 솔로 영화들에서도 보이는 비슷한 전개 방식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사건이 영화 전체가 가지고 있는 큰 메시지를 담고 있기보다는, 인물이 스스로 결핍을 통해 발전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용후의 가장 큰 결핍은 바로 아버지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핍이 어떤 누군가의 행동과 맞닿는 순간이 생깁니다. 그 지점부터 용후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그 변화가 영화의 시작이자 유니버스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영화는 하나의 큰 사건을 보여주기보다는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설명과 구마 의식의 과정 등 앞으로 영화에 자주 등장하게 될 요소를 설명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영화 자체가 큰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 뒤에 앞으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액션과 능력의 표현

 

주인공 용후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한 표현은 필수적입니다. 격투기 선수라는 그의 설정은 영화 속에서 용후가 싸움을 잘하게 되는 계기가 되면서, 그 설정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용후가 가지고 있는 이상한 상처를 통해 나타나는 능력 또한 표현이 잘 이뤄져야 합니다

저는 그 액션이나 능력에 대한 표현이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구마 의식에서 등장하는 악령이 깃들어 있는 사람에 대한 표현과 용후가 보여주는 액션도 괜찮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용후의 액션이 개성이 있거나 특별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다른 영화에 등장하는 액션 장면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보통 영화에서 등장하는 액션 장면에서는 움직이는 카메라 워크 및 편집을 통해서 빠른 템포의 액션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자]에서는 기교를 덜어낸 모습을 보여줍니다. 카메라의 클로즈업 없이 워킹을 통한 롱테이크 액션 장면이 등장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박서준 배우가 촬영을 하면서 “지옥이 있다면, 여기가 지옥일 것이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 액션 장면은 꽤 긴 시간을 편집 없이 촬영하면서 오로지 배우들의 움직임만으로 표현되는 액션에서 그들의 노고가 느껴졌습니다. 이 장면은 단순 액션이 아니라 용후의 감정이 표현되어야 하는 장면이기에 이런 선택을 한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액션 장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교나 액션의 기술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입니다. 인물이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때문에 영화는 그 감정을 이어갈 방법으로 롱테이크를 선택했고, 용후의 액션 또한 상당히 기술적인 느낌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구마 의식을 통해서 악령이 빠져나가는 모습들의 표현 또한 가시적으로 잘 표현되었습니다. 누가 봐도 악령이 빠져나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오컬트 영화이자 구마 의식을 다룬 영화인 [검은 사제들]에서 보였던 모습은 구마 의식을 통해서 괴로워하는 구마자의 모습 및 목소리를 통해서만 보여주고 있지만, 가시적인 표현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사자]에서는 악령이 빠져나가는 모습이나 몸속에 악령이 숨어있는 모습에 대한 표현 그리고 인간에게 접근하는 악령에 대한 표현에 대해서도 신경을 썼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구마 의식에 대한 결과 및 이들의 능력을 가장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절충하려고 놓친 개성들

 

영화가 유니버스의 시작점인 만큼 대중적인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 포기한 것들이 많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오컬트적인 요소를 부분적으로 포기했고, 액션과 구마 의식을 보여주기 위해서 스토리에 대한 부분은 조금 포기한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영화가 매력적으로 보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 소재에 대한 설명만 하다가 영화가 끝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전문직 드라마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의 구조는 간단합니다. 사건이 생기고, 그 사건을 해결한다. 그리고 드라마의 큰 줄기와 매주 등장하는 사건들이 조금씩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고, 그 고리들이 모두 맞추졌을 때 하나의 큰 미스터리가 밝혀진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서 매주 새로운 사건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건의 해결을 빠르게 하여 지루하지 않게 합니다. 그와 더불어서 큰 맥락에서 미스터리가 등장하기 때문에 그 비밀을 알고 싶어서 드라마를 계속 보게 됩니다.

드라마에서는 다음 회차까지의 텀이 길어서 비슷한 패턴의 반복이더라도 패턴이 익숙해지는데 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영화는 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마무리를 지어야 합니다. 때문에 반복적인 이야기 구조는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요소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3번의 구마 의식 속에서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되며, 약간의 변주만 주어서 영화가 전개됩니다. 이렇게 되면, 관객들은 같은 영화 3편을 본 듯한 느낌이 듭니다.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는 딱 한 번의 구마 의식이 등장합니다. 영화는 모든 것을 이 구마 의식에 집중합니다. 이 구마 의식만 40분이 넘는 시간이 할애가 되어 등장합니다. 적어도 관객들은 이 40분 동안은 숨죽이면서 영화를 봅니다. 영화는 이처럼 한 번의 큰 경험이 영화의 감상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그런 큰 한방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컬트 영화라는 생각이 적게 듭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메시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영화는 내내 믿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믿음이라는 것은 결론적으로는 자신에 대한 믿음입니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용우는 그 믿음에 대해서 점점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마지막까지도 신을 믿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결국 영화는 신에 대한 믿음이 아는 사람에 대한 믿음,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끝맺음이 조금 아쉽습니다. 영화 내내 그렇게 믿음을 이야기하면서 종교적인 내용이라고 인식이 되어있던 관객들에게 ‘그 믿음은 종교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믿음이었어’라고 하면서 생각을 뒤집을 만한 포인트가 없습니다. 그래서 액션과 구마 의식에 집중해서 본 관객들은 그 메시지에 대해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그 표현이 어려웠다면, 할리우드처럼 억지로라도 마지막에 내레이션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면서 끝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뻔하다고 느껴져도 할리우드 영화가 괜히 그런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메시지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 메시지를 다르게 받아들여서 자신이 의도한 바와 다르게 느끼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죠.

 

 

영화는 주인공 용후에 대해서는 히어로, 안 신부는 오컬트, 악역 지신은 공포, 미스터리의 코드로 구성하여 다양한 영화의 느낌을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면서는 이 3가지의 맛을 모두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는 여름 성수기에 적당한 영화로, 보고 즐기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여담으로 영화에 출연한 아역 배우를 위해서 촬영 후 심리 상담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그럴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지훈이라는 아역 배우인데 미래가 기대되는 배웁니다. 보면서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얼마나 흥행하고, 유니버스가 얼마나 구축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형식의 영화들이 등장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전에 잘 만들어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 첫 시작이 된 [사자]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영화를 보는 동안 지루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영화의 설정을 구축하는 것에 있어서 최대한 납득시킬 수 있도록 노력한 모습이 보입니다. 그것이 잘 이뤄져야 다음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이 영화가 무조건 잘 될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다음 제작될 영화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해졌다면 그것만으로 저는 이 영화가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7. 31. 02:43

흠... 얘가 먼저 천만되겠는데? 

 

1차원적원이고 밀도 있는 대탈출 [엑시트]

 

CJ 영화지만 CJ 스럽지 않고

클리셰는 최대한 자제하며

공감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

재난 코미디라는 수식어에

맞는 자연스러운 상황들과

누구가 공감할만한 메시지

그리고 깔끔한 엔딩 크레디트 음악까지

마지막으로 103분이라는 짧은 시간

말 그대로 여름 성수기 제대로 노리고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팍팍 듭니다.

 

리뷰는 목요일쯤 업로드 예정입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7. 30. 01:30

기존 전투를 다룬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영화라 생각됩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봉오동 전투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즉, 영화 내내 전투가 난무하는 영화입니다.  부분이 영화의 가장  특징이라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토리라고 부를만한 부분이 거의 없다고 생각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당히 역동적인 앵글입니다. 영화 내내 배우들이 달리는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것도 산을 올라가고, 달려가면서 총을 쏘는 등의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장면들이 등장할 때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배우들과 함께 무거운 카메라를 부탁하고 같이 달려야 하는 촬영 스태프 및 여러 스태프들의 노고가 그대로 반영된 작품입니다. 아마 그 누구도 이 영화를 쉽게 찍었다고 절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들이 얼마나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지는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 마지막에 등장하는 촬영을 협조한 지자체 엠블럼의 갯 수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한국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많은 지자체 엠블럼이 등장하는 영화는 처음 봤습니다. 그만큼 영화에 등장하는 배경은 상당히 아름다운 곳이 많습니다. 영화의 대부분이 산이나 나무 숲에서 촬영되었고, 이를 담기 위해 드론을 이용한 촬영과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이 많이 동원되어서 보는 재미는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전투를 보여주는  시간이 너무 깁니다. 2시간 13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번의 전투를 봐야 하는데, 후반부에 들어가면  전투 장면을 보는 것이 피로해집니다. 초반에는 이런 전투 장면에 상당히 집중하면서 보다가 점점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것과 더불어서 전투의 양상이 다소 단조로운 것이 단점으로 작용됩니다. 이는 전투에 대한 양상과 캐릭터가 단조로워서 영화가 입체적이지 않습니다.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는 전투라고 해도 독립군의 일방적인 전투로 비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수도 있으나, 영화  난관들이 등장해도 이들은 해낼  있을  같다는 생각에 긴장감이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점은 영화가 선택한 방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봉오동 전투]는 신파 혹은 독립군들의 이야기보다는 통쾌함에 집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이유는 영화에 일본군 학살 장면이 몇 번 등장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는다면,  장면을 꼽을  같습니다.  장면은 지금도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장면을 위해 공을 들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에 대한 사실적인 표현보다는 전투를 통해서 전투의 의미와 전투를 통해 느껴지는 통쾌함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리하면 영화의 대부분은 전투 장면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때문에 사운드 특화관에서 보시면 좋을  같습니다. 몇몇 장면은 조금 잔인하게 표현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필요 이상으로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단조로운 영화에 긴장감을 올리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됩니다. 

단조롭기 때문에 영화는 상당히 깔끔하게 끝납니다. 원신연 감독의 전작인 [살인자의 기억법]이 상당히 지저분한 영화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반대되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후속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영화가 끝났습니다. 후속 편이 나와도 괜찮을  같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스토리가 별로 없어서 이야기할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쓰다 보니 또 길어졌네요. 영화의  자체가 조금 덤덤해서 국뽕처럼 느껴지거나, 신파적인 느낌은 없습니다. 과도한 신파가 싫은 것이지, 어느 정도는 들어가야 좋다고 생각하는데 조금 담백하다고 생각됩니다.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 있으시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답변드리겠습니다. 

posted by DdaDdaSsij 2019. 7. 29. 15:00

 

 

 

영화는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서 사실을 다루더라도 영화적 과장 및 각색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역사를 있는 그대로 완벽하게 반영한 영화는 있을 수 없습니다. 영화가 다큐멘터리처럼 기록 영화의 성격을 가진 것이 아니라면, 영화는 여가를 위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목적에 맞게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는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으니 어느 정도 실제 역사와 달라지는 부분에서는 감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역사적 사실을 알기 위해는 영화가 아니라 역사책을 봐야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말이죠.

 

하지만, 사람들이 영화의 역사 왜곡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의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극 드라마로 역사를 배웠다는 말처럼, 미디어 매체의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경우 리얼리티가 기반이 되는 콘텐츠기 때문에 가상의 이야기라도 실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나 사극의 경우에는 직접 겪은 사실이 아니기에 영화나 미디어 매체를 통한 이야기 전달에 의존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청소년이나 외국인들에게는 이런 이야기들이 사실처럼 받아들여 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잘못된 역사를 반영하는 영화에 많은 관객이 영화를 볼수록 그 파급력 또한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영화는 영화로 봐야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영화의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100% 인지하고 본다는 것과 해당 역사에 대한 지식이 어느정도 갖춰진 상태의 관객만 관람을 한다는 가정하에 성립되는 주장입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관객들은 지성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적 허용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가 사실과 다른 부분을 보여줬다고 무조건 비난을 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관객들은 이런 준비가 되어있지만, 모든 관객이 그러지는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부분에 대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서는 그 태도가 조심스러워야 하고 영화의 시작이나 끝부분에 이에 대한 확실한 경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진중하게 다루되,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는 그 무게감을 조금 덜어서 사실이 아니라는 뉘앙스를 보여주는 등의 노력이 이뤄져야 합니다.

 

영화적 상상력이 역사적 사실에 첨가된 영화의 경우 역사적 사실을 훼손하지 않은 선에서 사니리오 작업이 되어야 합니다. 역사적 상상력이 첨가된 대표적인 영화 [광해]를 살펴보면, 광해라는 인물이 공식적으로 보여주는 정책 및 큰 줄기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다만, 승정원일기에서 기록되지 않은 15일의 시간을 상상력으로 채운 영화입니다. 이런 식으로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서 만들어진 것이 팩션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되, 기록이 남아있는 실제 역사를 건드리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례로 역사 왜곡 논란 및 소송에 휘말린 영화가 바로 [명량]입니다. [명량]에 등장하는 배설이 이순신 장군을 배신하는 인물로 그려져 그의 후손에게 고소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새로운 시선을 전달한다는 것은 같은 사실을 두고 해석을 달리 해볼 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영화 [황산벌]은 기존 사극과는 전혀 다르게 각 나라의 장수들이 서로 다른 사투리를 씀으로 벌어지는 상황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입니다.

 

이처럼 이전에도 역사의 한 부분을 이용하여서 영화로 제작된 사례는 많습니다. 모든 사극에 사람들이 역사 왜곡을 거론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의 태도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런 해석은 어때?’ 혹은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 영화들에는 납득이 가능한 설정과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장면들의 목적이 재미에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너희가 알고 있는 역사는 틀렸어. 이런 역사가 맞어라는 태도를 보이거나, 확실하지 않은 기록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이는 영화에는 어김없이 역사 왜곡 논란이 생깁니다.

 

저는 이번에 개봉한 [나랏말싸미]의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서 감독과 제작사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처럼 이미 있는 역사에 대해서도 비틀어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단순 흥미를 위해서 만들어진 역사적 가정이라는 느낌이라면, [나랏말싸미]는 자신이 믿고 있는 이야기를 타인에게 알리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사실인 것처럼 홍보를 하는 배급사의 몫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관람하기 전부터 영화의 주된 배경인 신미스님의 개입설에 대해 좀 찾아보았습니다. 최근에 나온 가설이기도 하고, 그 내용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나름 재미있게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적 재미보다는 다른 곳에 그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역사를 다룬 영화에서는 기록과 기록 사이에 비어있는 틈을 상상력을 메꿔서 이야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미 있는 이야기를 침범해서 만든다면 분명하게 역사왜곡 논란이 생길 뿐만 아니라 이는 분명한 역사 왜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