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왜 나는 뭔가 와 닿지가 않냐?”
저는 영화 [독전]에서 조진웅 배우가 했던 이 대사를 좋아합니다. 어디에 갔다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대사라고 생각하고, 종종 이런 표현을 일상생활에서 쓰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조진웅 배우가 주연으로 나온 이 영화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첫 번째 줄 로 이 대사가 적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관람하고 정말 고민이 많았습니다. 우선, 저는 이 영화가 정말 재미가 없었습니다. 개그도 유치하고, 그냥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그냥 내뱉은 느낌이 듭니다. 지금부터 저는 이 영화가 왜 재미없었는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전에 좋은 점 하나만 먼저 말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조진웅, 손현주 배우가 함께 하는 장면에서는 그 카리스마가 상당히 좋았고, 박희순, 최원영 배우의 대사를 처리하는 능력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다른 배우들은 연기력을 보여줄 장면이 없었는데, 그 와중에 유독 튀는 분이 한 분 있었습니다. 굳이 누구라고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미디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광대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코미디 영화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도 이 영화는 가벼운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사실은 영화를 보면서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는 곳곳에 관객들은 웃기기 위한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꽤 진지하게 시작됩니다. 한명회가 왕의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위해 광대를 찾는 설정으로 시작하는데, 영화 초반 10분은 광대들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인물은 이런 능력이 있고, 저 인물은 저런 능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바로 한명회가 광대들의 대장인 덕호와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진지한 톤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 장면 또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개그를 선보입니다. 다른 광대와 다른 의견을 내는 덕호를 말리려는 인물들의 모습은 나름 납득이 가능한 사항입니다. 진지한 분위기를 깬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오줌을 지립니다. 와… 이게 2019년 영화에 나올 수 있는 개그인가요? 아, 이 개그가 나온 영화가 한 편 있긴 했습니다.
광대 중 한 명인 진상은 그림을 잘 그리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 그림이 어딘지 모르게 수상합니다. 너무 사진 같지 않나요? 실제로 그런 그림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것을 몇 분, 길어봐야 몇 시간인데 그 시간 안에 나올 수 있는 그림일까요? 언뜻 봐도 성인 키보다 높은 크기인데 말이죠. 그리고 결정으로 이 그림 자체가 필요가 없었습니다. 애초에 길에서 숲 속이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옆 쪽에 나무가 우거진 곳이 있었으니 그쪽에 있었다면 그림이 필요하지도 않았습니다.
캐릭터의 상실
이 영화의 광대는 총 6명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덕호와 함께 다니는 4명의 광대들과 그의 스승이라 하는 말보라는 인물입니다. 특히 덕호와 함께 다니는 4명은 각자 자신만의 장기가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됩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서, 광대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초반 30분에 그 모든 것이 등장하고, 이 인물들의 존재감은 사라집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들의 능력을 100% 발휘해서 사건을 해결하기보다는 그저 덕호의 지시에 따르는 하수인 정도로만 표현되는 것 같습니다. 이들은 왜 덕호의 의견을 따르려고 하는지, 덕호는 왜 이들의 대장 역할을 하는지 설명이 하나도 없습니다.
비슷한 영화인 [조선 명탐정]을 보면, 주인공인 김민과 그를 모시는 서필이 등장합니다. 김필은 자객의 습격을 받지만, 서필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서필과 그 길을 함께 하게 됩니다. 아주 좋은 설명은 아니지만, 영화는 나름 설명을 하려고 하는 노력은 보이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런 관계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덕호와 말보의 관계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캐릭터인 진상은 영화 중간에 덕호와 뜻을 함께하지 않고 떠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시 돌아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돌아왔으니 맞이해주자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대사를 통해서 자신의 신념과 다르다는 이유로 안 하겠다는 의사 표현을 하는데, 그렇다면 그 인물의 신념은 무엇이며, 그 신념을 왜 지키려고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영화에서는 그런 설명이 필요합니다.
[명당]이 보여준 문제
모든 것은 풍수지리의 영향을 받습니다. 영화 [명당]이 보여주는 영화의 내용입니다. 물론, 직접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 속 내용은 풍수 지리가 왕을 만들고, 관력을 만드는 만고의 진리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정치적으로 억지로 엮으려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영화 [관상]이 관상이라는 소재와 정치적인 연결을 보여줌에도 좋은 영화라 평가받는 것은 관객들에게 그 당위성을 부여했다는 것입니다. 관상이라는 소재에 대해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보여주어 이런 이야기가 실제로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영화 속 관상이 인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습니다. 관상과는 별개로 이 인물은 원래 그런 인물이었고, 그 결과를 관상으로 미리 예상해보는 것이죠. 영화의 결말을 통해서 이야기하려는 메시지 또한 괜찮았고, 그 표현방법도 좋았습니다.
[광대들]도 [관상]과 마찬가지로 사육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수양대군, 세조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한명회가 등장합니다. 물론 두 영화의 성격은 전혀 다릅니다. 하지만, 같은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은 두 영화가 겹치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광대들]에서는 이 풍문을 조작하는 일을 너무 쉽게 보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풍문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백성들의 모습이 나오는 것을 기대했는데, 영화 속 백성들은 너무 쉽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마치, [내부자들]의 대사처럼 대중은 개, 돼지인 것일까요?
풍문을 조작하는 것은 지금으로 치면 여론을 조작하는 일입니다. 이는 큰 범법 행위입니다. 그런데 지시한 사람은 그 처벌을 받는데, 왜 실질적인 행동을 보였던 사람은 왜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죠?
목숨을 가지고 협박을 당해서 도망갈 수 없었다고 보기에는 진상은 중간에 잘 도망갔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가담의 대가로 집과 관직을 받았습니다. 할 말은 하고 산다는 광대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고, 돈과 관직을 위해서 한명회의 뜻에 가담한 것 아닌가요?
그리고 가장 어이가 없는 것은 이 영화의 결말입니다. 마지막 장면에 정말 뜬금없는 카메오 한 분이 등장하는데 정말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장면이 상당히 의미가 있거나, 재밌는 장면도 아닙니다.
차라리 코미디 영화를 표방하고 만들었다면 이런 구성이 이해라도 됩니다. (그나마 나은 편이라는 것이지, 코미디 영화라고 한다고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름 케이퍼 무비처럼 인물들의 치밀한 작전으로 이뤄지는 장면에 대한 기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정말 단순하게 넘어가서 진짜로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이 생깁니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가 만들어진 의도가 사회적인 비판만을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는 영화 곳곳에 그런 장치들이 존재해야 합니다.
혹시 이 리뷰를 보시는 분들 중에 영화가 재미있으셨다면, 왜 재미있으셨는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재밌게 보신 분들이 많은데, 어떤 부분이 재미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비꼬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니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와 닿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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