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어 댄 블루
대만 영화의 색은 무엇일까요? 한때는 대만 영화 마니아를 만들면서, 자신들만의 색을 만들었는데 요즘 대만 영화는 예전만큼의 파워를 가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봤던 [안녕, 나의 소녀]는 대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감성을 아주 잘 보여줬습니다. 영화 자체는 높은 평점을 받은 영화는 아니지만, 나름의 색을 가지고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안녕, 나의 소녀]에서 주연을 맡았던 ‘류이호’가 새로운 영화를 선보였습니다. [모어 댄 블루],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모어 댄 블루]는 리메이크 영화입니다. 2009년 한국에서 개봉한 [슬픔보다 슬픈 이야기]의 리메이크 영화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같고, 스토리도 같습니다. 제가 원작 영화를 보지 않아서 원작과 어떤 점이 다르다는 이야기는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원작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 예고편을 찾아봤습니다. 이런저런 영상을 찾아보니, 거의 대부분의 대사나 상황이 원작과 상당히 흡사합니다. 많은 부분을 건드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금 의아한 부분입니다. 한국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라면, 그렇게 홍보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적극적으로 홍보해도 될 것 같습니다. 보다 보면,, 결말이 이미 다 예측이 되거든요.
이야기 전개는 비슷합니다. 기존에 슬픈 로맨스 영화들이 보여주는, 비밀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과 그 비밀을 모르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스토리는 구체적으로 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뒷부분에 다른 주인공의 시선으로 다시 풀어야 하고, 마지막은 ‘자, 이제부터 울어’ 라는 울음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다시 우려먹기를 하면 됩니다. 슬픈 영화를 만드는 것은 참 간단합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만든다고 모든 영화가 별로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도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 영화는 영화의 큰 스포일러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의 설정까지 홍보 과정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비밀을 알고 있음에도 이 영화는 상당히 슬픕니다. 우리가 알고는 있었지만, 이해하지 못한 그 인물의 사정이 나오는 것이죠. 사실을 아는 것과 이해를 하는 것은 다른 일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모어 댄 블루] 역시 우리가 그 인물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이죠. 저도 슬픈 영화를 보면서 잘 우는 편입니다. 최근 [툴리]를 보면서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도 꾀나 울었고, 나와서도 자꾸 울컥하는 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모어 댄 블루]를 보면서는 눈물은커녕,, 울컥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같은 상영관에 있던 여성분들은 꾀나 울었습니다. 이 영화는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은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감정은 꾀나 복잡한 기억들의 연쇄작용입니다. 우리가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보면서 울었던 것은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의 모든 행동들이 한 번에 이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고백을 받던 날, 처음 손을 잡던 날에 그녀는 울었습니다. 단순히, 눈물이 많다는 핑계를 대면서 울었죠. 하지만, 후반부에 우리가 그녀를 이해하는 순간 그 모든 일들이 엄청난 슬픔으로 다가오면서 그녀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게 됩니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감정이 일어나야 더 극대화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슬픔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울게 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입니다. 때문에, 이 영화는 다른 부분에서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많은 의심을 합니다. 이것은 스토리 상에서 어떤 이야기로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예상을 말합니다. 그 예상을 뛰어넘은 반전을 보여주고 싶다면 영화는 두 가지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생각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휘몰아치거나, 예상에서 벗어나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 예상에서 벗어나는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영화가 많습니다. 사실, 예상에서 벗어나는 일은 간단합니다. 반전에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는 지점을 그냥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는 겁니다. 반전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영화들이 힘을 주려고만 하지 빼려고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뭔가 있을 것처럼 힘만 주다가 결국 아무것도 안되는 영화도 많습니다. 이런 영화는 떡밥을 회수하지 못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죠. 물론, 이런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다시 [모어 댄 블루]로 돌아와서, 이 영화는 결말 예측이 너무나도 쉽습니다.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 및 대사에서 이미 결말이 보입니다. 물론, 결말이 예측이 되는 것이 재미없는 영화는 아닙니다. 결말을 알고 있어도 그것을 잘 풀어내면 재밌는 영화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안되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영화는 배우 류이호를 내세우면서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류이호 배우를 좋아합니다. [안녕, 나의 소녀]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만, 그때의 그런 매력은 안 나옵니다. 밝은 역할은 비교적 연기하기 수월합니다. 조금 더 오버를 해서 연기를 하면, 그렇게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어 댄 블루]처럼 감정이 중요한 영화에서는 연기력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얼굴 표정으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고, 눈빛으로 자신의 사연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본 투 비 블루]의 에단 호크를 보면서 그것을 느꼈습니다.
[모어 댄 블루]는 비유를 하자면 재즈 바에서 은은한 모던 재즈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스윙 재즈가 나오는 영화입니다.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분명히 다른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그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지만, 예상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것은 여자 주인공이 과도하게 밝은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아무 걱정이 없어보이는 인물이라는 것이죠. 밝음 속에 무언가 사연이 있어 보이는 느낌이 아닙니다. 분명, 이 인물이 나름의 상처가 있는 인물이고, 그 상처에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얘는 이런 상처가 있어. 알겠지?’ 이런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상처가 있는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그 상처를 치유하고 나아가서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게 말을 못한 것이고 사랑했기 때문에 마음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비밀을 끝까지 지켜준 것이다. 영화가 두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감정에 대해 조금 더 소중하게 다뤘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이번 문단에서는 영화 [모어 댄 블루], [아수라], [불한당]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는 이야기를 합니다.
-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우선, 크림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행동에 대한 결말이 아쉽다. 크림은 케이가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녀는 케이의 마지막 소원이 그것이기 때문에 그 소원을 위해 사랑하지 않은 사람과의 결혼을 합니다. 이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진정한 사랑인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나의 사랑을 위해서는 남의 사랑을 무시해도 되는지.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그 남자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같이 그 행동에 동참했다고 하면 조금 더 이해를 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행동에 동참한 남자는 진정으로 크림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녀의 그런 부탁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를 바랬습니다. 그랬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울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더 느낄 수 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진정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면, 두 주인공들의 사랑만이 아니라 다른 인물들의 사랑도 중요한 것입니다. 그들은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에 희생된 사람들입니다. 나의 사랑을 위해, 타인의 사랑을 이용한 것은 철없는 행동으로 보입니다. 그 행동의 끝은 둘이 같이 죽는 엔딩에서 꽃을 피웁니다. 그 장면으로 보면서, ‘진짜 죽은거야?’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죽음을 선택했는데, 너무 성의 없이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슬픔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잘못된 사랑의 방향을 보여준 영화라고 한다면 영화의 이야기가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영화의 주제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영화의 작품성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끼치는 영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영화 [아수라]는 나오는 모든 인물이 악당입니다.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고약한 악당들입니다. 이 영화가 이들을 처리하는 방식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것입니다. 진짜 다 죽입니다. [불한당] 역시, 주인공을 이용한 모든 인물들을 주인공이 다 죽입니다. 이런 영화들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사랑이라는 슬픔을 말하고 싶었다면, 적어도 주연이 아닌 조연 캐릭터의 사랑에 대해서도 소중하게 다뤘어야 합니다. 결국, 이 영화는 두 주연의 슬픔 사랑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조연 캐릭터들이 그냥 소비되어버린 영화입니다.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류이호 배우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고, 진의함 배우도 약간은 애매한 캐릭터로 보입니다. 연기력의 문제보다 캐릭터 자체를 견고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싱그러운 느낌의 영화는 분명히 아닙니다. 어두운 느낌의 영화로 생각했지만, 결코 그런 영화가 아닙니다. 차라리, 엄청 밝고 약간은 오그라드는 영화가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영화는 슬픈 영화인데, 대만 영화의 색은 넣으려고 해서 오히려 애매해졌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눈물을 흘릴만한 영화는 맞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나 인물의 감정에 집중해서 보는 분이라면 조금 집중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인물의 감정에 공감이 조금 어려웠습니다. 일단, 제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싫습니다. 그래서 공감이 안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2 / 5 공감이 된다면 슬픈 이야기.
안되는 것이 문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