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화를 두 번째로 볼 때, 감정적으로 더 다가오는 이유는 영화의 스토리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토리를 파악하기 위해 집중을 하고 있는 시간이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미 스토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인물의 감정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즉, 이미 아는 내용이기에 여유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은 영화를 보면 볼수록 더 익숙해지기 때문에 어떤 복선이 되는 부분에서부터 그것이 감정적으로 더 의미 있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런 부분이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볼 때 감상이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애써 다시 볼 필요가 없는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영화에서 같은 이야기가 2번 이상 반복되어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더욱 슬프게 만드는 이유가 이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스토리에 다른 시점으로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법을 통해, 인물의 감정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입니다.
이 영화는 다시 보면, 처음부터 우는 영화로 유명한 영화입니다. 처음 볼 때는 큰 의미가 없는 장면 혹은 이해를 할 수 없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다 알고 이 영화를 다시 보면,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펑펑 울어본 적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개봉 당시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으로 상영을 했습니다. 이 영화를 볼 생각도 안 했습니다. 퇴근 후, 영화가 보고 싶어서 근처에 있는 극장들의 시간표를 살펴보다가 우연히 이 영화를 봤습니다. 운명적으로 영화 시간 또한 아주 좋았습니다. 퇴근 후 식사를 하고, 극장에 가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영화관에 들어가면서도 저는 이 영화에 대한 별 기대를 안 했습니다. 그저, 일본 로맨스 영화라는 점과 영화 제목에서 보여주는 설정이 영화 속에 어떻게 펼쳐지는지에 대한 생각만 하고 있었죠.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제목이 아주 큰 스포일러입니다. 영화 초반에는 이 설정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없습니다. 그냥 평범한 로맨스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영화가 40분이 되면, 그제서야 이 영화의 타이틀이 나옵니다. 그들의 사랑이 꽃을 피웠을 때, 영화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 부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뒤에 나올 이야기는 사실 큰 이야기가 없습니다. 촘촘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계산적이지도 않습니다. 이 영화의 장점은 바로 인물의 감정에 충실하다는 점입니다. 그 점을 위해서는 감정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을 훌륭히 해냈습니다. 물론, 초반 40분의 장면들은 감정을 쌓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앞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여자 주인공인 ‘에미’가 종종 알 수 없는 행동을 보이곤 합니다. 그 의미들이 뒤에 밝혀지면, 눈물을 참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시간의 설정이 다른 영화들과 다르게 조금 독특합니다. 두 주인공은 서로 다른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남자주인공(타카토시)이 현재의 우리와 같이 1,2,3일의 순서로 시간이 흐릅니다. 하지만, 여자주인공(에미)은 시간이 다른 세계에서 왔습니다. 그녀의 시간은 3,2,1일의 순서로 흐릅니다. 즉, 타카토시에게 첫 만남은 에미에게는 마지막 만남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5년을 주기로 30일간 같은 공간에 있게 됩니다. 때문에, 5살/35살, 10살/30살, 15살/25살, 20살/20살, 25살/15살 …. 이런 식으로 시간이 진행됩니다.
이런 개념이 이렇게 보면 상당히 어렵습니다. 영화도 이 개념에 대한 설명에 시간을 투자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됩니다. 이 개념에 대해 이해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있고, 이 개념을 이해해야 알 수 있는 이야기는 최대한 미루고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보시는 분들이라면, 영화의 스토리보다는 감정에 따라가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어려운 내용도 아니고, 스토리보다는 인물의 감정이 조금 더 중요합니다. 이들이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각자의 상황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다릅니다. 분명히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음에도 다른 상황과 다른 감정이라는 것입니다. 그 감정을 모두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영화는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친절합니다. 처음에는 철저하게 타카토시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에미의 시선에서 영화를 한 번 더 보여줍니다. 때문에, 영화가 보여주는 것들을 천천히 따라가면 됩니다.
제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같은 일이 시선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이 점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가 그녀의 사정을 몰랐다면, 그녀의 행동이 이해가 안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보인 그녀의 속 사정을 알고 난 뒤에는 그 일들이 너무 슬프게 느껴집니다. 사실, 영화 속에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 영화들이 종종 범하는 잘못이 그 행동을 조금 강조해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인물 혼자서 비밀스럽게 해도 안됩니다. 영화 속에서 에미의 어떤 행동들이 뒤에서 큰 반향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그 행동이 두 인물의 대화로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 그렇다고 아예 기억에 안 남을 정도는 아닙니다. 그 어렵다는 적당함을 아주 잘 지키는 영화입니다.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강력하게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슬픈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추천합니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대부분 1번 이상 보신 것 같습니다. 영화 11번 보면, 그 이상 잘 안 보는 저도 이 영화만 3번 이상 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울고 날이 있을 때, 이 영화를 찾아보는 편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서, 고마츠 나나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이번에 그녀가 주연을 맡은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이 개봉합니다. 여러분도 많이 봐주세요. 조만간 시사회를 갈 예정인데, 관람 후 리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일본 로맨스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어느덧, 4번째 영화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총 10편의 영화 중 5번째 영화를 다음 주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많은 분들이 인생 영화로 꼽는 영화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또 한편의 뮤지컬 영화를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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